[정대後門] 국민연금을 둘러싼 세대 갈등에 대한 단상

올해 1분기 출산율이 0.88명으로 집계되며 국민연금 고갈의 신호가 더욱 뚜렷해졌다. 재정수지 적자 증가율을 고려할 때, 현재 900조에 육박하는 연금 기금이 2057년에 바닥날 것이라는 전망은 마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세대 간 부양원리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와 노년 인구의 비율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연금 제도의 세대 간 형평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저출산으로 인한 청년 세대의 감소와 고령화의 심화로 노년부양비가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미래세대로 갈수록 비용부담액이 예상 연금액을 앞질러 세대 간 공평성은 실현 불가능해진다.

공적 연금의 관리는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현안이기에 사회경제적인 검토가 적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 개혁에 관한 오늘날의 논의는 세대 간 갈등과 서로에 대한 오해에서 나아가 건설적인 담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향후 지속 가능한 연금의 실현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 결과 현재 수급 연령에 다다른 산업화 세대는 청년 세대보다 덜 내고 더 받는 한편, 역으로 2030 세대의 보험료 총액 대비 연금액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가 공정성 측면에서 분노하게 되는 순간이자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을 싹틔우는 계기다.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은 사회의 주류가 된 산업화 세대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해결되지 못하고 쌓여만 간다. 그들은 현 기성세대가 만들어 낸 불합리한 구조 속에서 자신들이 왜 희생당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저부담 고급여 구조의 경우 미래세대의 희생을 전제로 설계가 된 만큼, 본래의 문제를 방치했던 선대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촉구한다. 그런데 정치적, 경제적인 관계에서 발언권이 거의 없기에 이런 의견은 최종적으로 외면되고 만다. 자신들의 목소리가 사회 현실에 반영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청년들의 정치 효능감을 떨어뜨리며, 이 과정에서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의식은 혐오로 변질돼버린다.

감정적 소모전은 세대 갈등에 불을 붙이고 서로에 대한 오해를 증식시킨다. 이들이 건전한 공론의 장을 짓밟는 세태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한편으로는 상대에 대한 이해가 절실히 필요하다고도 느낀다. 수많은 청년은 매일매일을 자기 계발에 힘쓴다. 우리는 일상화된 경쟁을 겪으며 종종 불확실성에서 오는 걱정에 고민한다. 국민연금도 이런 우려 중 하나다. ‘보험료율 부담이 높아진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이며, 문제점이 어떤 양상으로 드러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그런 맥락에서 정당히 제기될 수 있는 질문들이다. 단지 우리 세대의 연대가 느슨해지고 청년들의 이기주의적 풍조가 만연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넘길 문제가 아니다.

국민연금을 놓고 벌이는 논쟁은 우리 사회에 곪아있는 세대 간 갈등이 표면화된 문제로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치열한 의견의 교환과 서로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람직한 소통을 통해 사회적 담론의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자명하므로 먼저 청년들이 어떤 세상에 분노하게 되었는지를 들어야 한다. 우리도 다른 세대의 가치관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함은 마찬가지다. 그렇게 우리는 사회통합과 세대 공존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상생은 모두가 양보할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숙의 민주주의를 실현해낼 힘이 있다.

 

이승준 기자
les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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