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後門]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최근에 유튜브를 보다가 울컥한 적이 있다. 즐겨보는 채널인 ‘유네린’님의 취업 성공 영상이었다. 첫 취업 도전 이후 2년 만에 원하던 직업을 갖게 되었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일면식도 없던 나를 왜 울게 만든 걸까? 오랜 고민 끝에 나름대로 이 질문에 답을 내렸다. 첫째,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에 감동했다. 둘째, 취업까지의 냉랭한 현실이 울적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15~29세 청년층 일자리는 전년 동월 대비 24만 5000여 개 줄었다고 한다. 물론 코로나19 이전에도 청년 취업난은 해결되어야 할 문제였으나 코로나19는 한국사회의 취업난을 더욱 악화시켰다. 그 동영상 이후로 뜨던 연관 동영상들은 수치 그 이상으로 청년층이 물질적·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음을 깨닫게 하기 충분했다.

취업 관련 영상을 보면서 재학생인 나도 곧 마주하게 될 현실이라는 생각에 우울해졌다. 그러다 문뜩 의문이 들었다. 왜 우리는 끊임없이 취업을 걱정해야 할까? 돌이켜보면 고등학생 때 대학교 학과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취업의 영향이 있었다. 우리 사회는 취업이 잘되는 과와 그렇지 않은 과를 암묵적으로 나눠 말했고 그에 영향을 받았다. 조금 더 쉬운 길을 찾기 위해 상경계열에 눈을 돌렸고 경제학과에 지원했다. 취업이라는 현실에 학생 때부터 걱정을 했던 것 같다. 취업의 영향 없이 오로지 흥미에 따라 선택했다면, 그때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이 있었다면 그때도 똑같은 결정을 했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잊고 있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고등학생 때, 첫 수업을 하러 들어오신 선생님께서 우리 반 친구들 모두에게 꿈을 물으셨다. 그리고선 친구들의 대답을 모두 칠판에 적으셨다. 그때도 물론이고 이제까지 수많은 수업을 들었는데 꿈에 관해 얘기했던 수업은 없었기에 처음엔 특이한 선생님이시구나 생각했다. 반 친구들은 그 질문에 변호사, 의사, 선생님, 헤어 디자이너 등 자신이 되고 싶은 직업으로 답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다시 물으셨다. 문장으로 끝나는 꿈을 얘기해보라고. 덧붙이시면서 선생님의 꿈은 나중에 제자들이 선생님을 떠올렸을 때 첫 번째로 떠오르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라고 하셨다.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매년 되고 싶은 직업을 꿈이라며 적어서 냈는데 이 직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때 받은 충격을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취업과 꿈을 고민하던 순간에 불현듯 떠올랐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 새롭게 알게 된 선배, 동기 중에서도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확고했던 사람들은 많았다. 변호사가 되려고, 선생님이 되고 싶어, 회계사가 되려고, 기자가 되고 싶어. 하지만 직업으로 소개되는 장래 희망 이외에 정말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서는 나 또한 묻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직업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말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 취직하는 그 길이 ‘정도’로 여겨지고 갈수록 취업이 험난해지는 시대 상황 속에서 꿈보다는 직업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은 아닐까? 마치 취업이라는 퀘스트를 깨야 하는 게임 속 캐릭터가 된 것처럼 말이다.

‘취직 걱정 없이’라는 가정이 불가능한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취업은 생계와 직결되기에 우리는 너무나 큰 영향을 받고 있고 미래를 걱정하고 있고 일자리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물론 취업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에게 먼저 묻고 싶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지.

 

 

김하현 기자

dop3568@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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