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後門] 당신의 법은 정의로운가요

“사람이 만든 법체계가 정의롭다고 생각하세요? 공포가 아니면 무엇이 사람을 참회하게 할까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의 한 대사이다. 드라마의 내용이 어찌 흘러갔던, 그 대사는 대답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했다. 정말 우리 사회의 법은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충분했을까. 법의 처벌만 피하면 과연 떳떳할 수 있을까.

작년 겨울 길었던 입시 생활이 끝나고 간호사인 사촌 언니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오랜만에 만나 반갑다며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띠링’ 울리는 문자 알림 소리에 언니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언니는 말없이 차 안에 가만히 있었기에 이유를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언니의 입사 동기가 직장생활을 견디기가 너무 힘들어 극단적인 시도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분이 아직 입사 1년 정도가 지난 신입 간호사라는 점에서 그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합격의 기쁨 속에서 주변의 축하를 받으며 행복함에 젖어있을 땐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을 부분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이 일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고 약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때도 언니의 세상 속 ‘태움’은 여전했으며 문제는 쉬이 해결되지 않는 듯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었다. 현재 법이 개정되고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또 사건은 벌어졌다. 지난 16일 의정부의 한 간호사가 직장 안에서 벌어진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현재의 법은 괴롭힘이 일어난 후 대응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기에 예방 효과는 미미하다. 법에는 특별한 기준 없이 가해자에 대한 회사의 징계가 필요하다는 내용만 담겨 있기에 가해자가 솜방망이 처벌이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한,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법 시행 후부터 올해 7월까지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의 신고 건이 58.6%에 일렀지만 그들에게는 해당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여전히 피해자는 고통받으며 가해자는 존재한다. 과연 법이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했다 말할 수 있을까.

법이 정의 실현이 아닌, 책임의 영역으로만 넘어가는 것 또한 문제다. 일명 ‘민식이 법’이라고 불리는 2019년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약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가 줄어들거나 효과가 없었다는 것과 같은 소식이 아니라 누구에게 책임이 있냐는 것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물론 사람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생명에 피해가 없었는지보다는 법의 허점을 이야기하며 누구의 책임인지를 따지기 급급했다. 운전자들은 법이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의사를 내비쳤다. 아이들은 차가 달리는 도로 위에 눕거나 차를 뒤에서 쫓아가는 등 생명을 담보로 하는 놀이까지 한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사고가 나더라도 자신이 처벌 받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여 안전한 도로를 만들자는 의도에서 법이 제정됐지만 책임의 문제가 나타날 뿐, 오히려 아이들의 경각심을 낮춰 도로안전을 위협하는 행태까지 생겨버린 꼴이다.

법도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완전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 <지옥>에서처럼 맹목적인 신념이나 공포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충분했으면 해결됐을 일이 법 제정으로까지 이어져 강제성을 띄게 됐다면 그건 문제해결을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 나은 법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우리는 인식해야한다.

 

정서영 기자
kiger2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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