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後門] 불신이 불러온 위기

무미건조한 숫자의 행진이 또다시 한국 사회에 공포를 가져왔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기념하고 축하해야 할 광복절을 기점으로 진정세에 있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급증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한 일부 종교/사회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재확산의 진원지가 됐다.

다시 거리는 한산해지고 PC방과 노래방은 강제로 영업을 중단했다. 의료진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살인적인 노동강도의 의료현장으로 돌아갔으며 국민은 다시 의료 붕괴의 두려움에 떨게 됐다. 무엇보다 사람들, 고통을 느끼고 살아있는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고통받고 또 일부는 생을 마감하게 됐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을 규탄한다. 그들은 방역본부의 방역 지침을 준수하지 않았고 그들 중 일부는 적극적으로 방역을 방해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국민 대다수가 불가피한 희생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돼서는 안 되는 행위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위로 인한 결과에 법적으로, 금전적으로, 사회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그들을 규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잘못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일부 집단의 일탈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일탈이 일어났는지 물어야 한다. 그런 물음만이 우리 사회에 닥친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 답으로 우리 사회의 신뢰 부족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정치적으로 상대에 대한 신뢰가 매우 부족하다. 정치적 관용의 문화가 사라지는 경향이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더욱 심화됐다. 탄핵의 실제 옳고 그름과는 상관없이 그 진행과 이후 여러 정치적 사건을 거치며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은 서로를 비판하기보다 제거하기 위한 언어를 사용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적개심을 가지며 양 진영 모두 극단화했다. 극단화는 논리에의 매몰을 넘어 진영 자체에의 매몰로 이어졌고, 이는 현재 일부 선동적 연설가에 대한 맹신과 그로 인한 가짜뉴스 확산과 같은 문제의 일부 원인이 됐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상실도 중요한 요인이다. 민의를 전달해야 할 국회는 몇 년 간 모든 정부 기관 중에서 가장 낮은 신뢰도를 기록하고 있고 작년 가장 높은 신뢰도를 얻은 군대조차 50%도 안 되는 신뢰도를 얻고 있다. 정부 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고질적인 문제다. 불신은 지금까지 정부의 오류에 대한 국민의 비판 의식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지만 동시에 정부 정책에 대한 비협조적 태도를 형성했다. 이 고질적인 비협조는 불관용과 맞물려 현재 비집권세력인 소위 보수에 아스팔트 극우를 만들어냈다. 증오하는 상대의 믿을 수 없는 명령에 격렬하게 거부하는 것이다.

불관용의 문화와 정부 불신을 해소하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제2, 제3의 전광훈 목사의 탄생을 방지하기 위한 출발이다. 상대 진영이 자신을 파괴하려는 자들이 아니라 다른 가치를 실현하려는 자들임을 두 진영 모두 인정하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또 정부는 국민의 불신이 자신들의 책임임을 기억해야 한다. 국민에게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신뢰받을 만하다는 것을 행동과 말을 통해 국민에게, 특히 상대 진영의 국민에게 확인시켜야 한다. 정부를 불신하는 국민을 탓해 봐야 오히려 그들의 불신을 더욱 키워 사태를 악화할 뿐이다.

이렇게 서로를 보듬어가며 조금씩 나아간다면 바이러스 테러를 당했다느니 거짓으로 확진자를 만든다느니 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경청하는 사람은 확실히 줄 것이다. 자신이 상대에게 위협받고 있다는 두려움과 정부가 국민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위기가 서로에 대한 불신이 초래한 인재(人災)임을 잊지 말자.

 

 

신형목 기자

mogi200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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