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後門] 아쉬움만 남긴 외반의 공론장

지난달 22일 2021학년도 정외1반 제1차 공론장이 온라인 회의로 열렸다. 공론장은 현 정외1반 학생회의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정외1반의 공론 및 연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외반 구성원 전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작년부터 운영위에서 오랜 논의가 오간 끝에 공론장 관련 회칙이 마련됐고 시행에 들어섰다.

이번 공론장은 개정된 회칙을 바탕으로 열린 첫 공론장이기에 더욱 주목할 만했다. 첫 공론장의 주제는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 고려대 쟁의대책본부와의 연대였다. 필자는 기대와 걱정이 반반 섞인 마음으로 공론장에 참여했다. 정족수를 가까스로 채운 공론장은 계획했던 저녁 8시가 한참 지나서야 겨우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힘들게 열린 공론장은 큰 아쉬움을 남겼다. 가장 큰 이유는 무너져버린 공론장의 공정성에 있었다. 6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론장 내내, 의장을 맡은 학생회장은 꾸준히 자신의 연대에 대한 찬성 입장을 피력했다. 토론에서 중립을 지키며 참가자들에게 발언권을 차례로 부여하는 것이 의장의 역할이다. 하지만 첫 공론장에서 그는 의장보다는 찬성 측 토론자에 가까웠다. 더욱이 그는 발언 기회를 얻고 입장을 펴기보다 참가자 간 발언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발언했다. 이는 의장의 권한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공론장 규칙도 허술했다. 단 한 번의 공론으로 연대 여부가 결정되므로, 공론장 2시간 전까지 서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공론장에 참여하지 못한 학우에게는 연대 결정에 대한 어떤 권한도 부여되지 않았다. 공론장에 참여했다가 토론이 6시간을 넘어가자 중간 퇴장을 해야 했던 학우에게도 투표 권한은 없었다. 이는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는 요소로 공론장을 여러 번 개회하는 등 회칙 개정을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

주제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점도 문제다. 첫 공론장의 주제에 대해 공론장에 제공된 정보는 대표 발의자의 설명과 안건지에 나온 민주노총의 요구안밖에 없었다. 이마저도 연대 대상인 고려대 쟁의대책본부 측 요구에 대한 방향성만 간략히 나와있어 구체적인 요구 사항은 알 수 없었다. 이로 인해 참석자들은 공론장 내내 자신들이 연대하는 대상의 의견이 무엇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논의해야 했다. 불확실성 속에서 공론장에는 그들 또한 학교의 일원이기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학생들로서 돕는 것이 옳다는 공허한 외침만이 남았다.

이런 문제들을 안고 진행된 첫 공론장은 두 표 차이로 3분의 2가 넘는 정족수를 달성해 연대를 하는 것으로 결정되며 마무리됐다. 공론장 종료 후에는 ‘성공리에’ 공론장이 종료된 것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하며 자축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필자는 앞서 말한 세 가지 문제점으로 첫 공론장은 완벽하게 실패했다고 본다. 일부에서 원하던 대로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성공’이라 표현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다행히 공론장 종료 후 문제점들은 즉시 피드백을 통해 의장에게 전달됐고 학생회장은 이를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최근 교내 학생사회 전반에서 학생회와 관련한 논란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정경대학 학생회의 세월호 진상규명 연대 사업 역시 학생회의 대표성이나 연대 과정서 학생들과의 소통 부재가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절차였음에도 이번 정치외교학과의 공론장은 해결책이 되기엔 부족한 점이 많았다. 다음 공론장에서는 문제들이 개선돼 학생회와 일반 학생 간 올바른 소통의 선례를 남기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김원겸 기자                                                                                                   2020150077@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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