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後門] 인스타그램에 갇혀버린 삶

요즘 인스타그램(이하 인스타)을 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2022년 인스타에서 발표한 사용자 통계에 따르면 매일 5억 명이 인스타를 사용한다. 인스타로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을 찍어 올리거나 좋아하는 음악과 책을 공유하고 기업은 인플루언서를 섭외해 상품을 홍보하곤 한다. 어느새 인스타는 유행이 아닌 삶의 필수품이 됐다.

그러나 과도한 인스타 사용이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자주 가던 맛집에 갑자기 사람이 많아졌다면 그 맛집은 인스타에 올라가 소위 ‘핫플’이 됐을 확률이 매우 높다. 카페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인스타를 통해 유명해진 핫플에 가서 인증샷을 찍고 다시 인스타에 올린다. 그렇게 자신을 인스타 속에 가두어 버린다.

며칠 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전시 ‘나너의 기억’에 다녀왔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 관람자가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도록 유도하고자 기획된 전시다. 이 전시는 특별히 영상을 통해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나너의 기억 역시 핫플이었다. 전시 중 한 곳에서는 모래포대를 의자처럼 쌓아 올리고 TV 두 개를 설치해 영상을 틀어줬다. 헤드폰을 통해 영상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사람들은 줄을 서서 헤드폰을 쓰고 영상을 보는 사진을 찍었다.

과연 사진을 찍은 사람 중 몇 명이나 영상의 내용을 알까? 작가가 전하려는 말은 영상 안에 있는데 사람들은 영상 밖의 구도를 인스타에 남기기 바쁘다. 필자 또한 그곳에서 사진만 찍고 영상의 내용은 보지 못했다. 줄 선 사람들이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 일관되게 영상은 보지 않고 사진만 찍고 나왔고, 필자의 뒤에도 줄이 길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찍을 때는 자신의 일상이 아니라 유명한 장소의 인증샷을 대상으로 한다. 인스타그램은 원래 Instant Camera와 Telegram의 합성어로 사람들이 즉각적인 일상을 찍어 올리는 곳을 의미한다. 인증샷과 핫플은 인스타의 본래 의미에서 크게 벗어났을뿐더러 명소에 방문한 사람들을 도리어 방해하기도 한다.

전시를 보고 작가의 뜻을 이해하는 것보다 자신이 그곳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주변에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한가?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 그리고 기록을 남기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필자는 아예 사진을 찍지 말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다만 전시를 보고 느낀 점과 의미 있는 것을 기록하지 않고, 인스타가 많이 보여주는 것을 찍으며 일상이 인스타의 한 조각으로 전락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인증샷 업로드 외에도 인스타에 갇혀 사는 경우는 일상다반사다. 사람들은 일어나자마자 이유 없이 인스타에 들어가 지인들의 소식을 확인한다. 일어나면 인스타를 켜는 일이 습관화됐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짧은 비디오인 ‘릴스’가 생겨 지인의 소식이 없어도 그저 인스타에 들어가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위 세 가지는 인스타 외에 다른 것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지인과는 카카오톡이나 메시지 등을 통해 얼마든지 연락할 수 있다. 일상을 기록하는 일은 블로그, 일기 등을 통해 가능하다. 시간이 남는다면 영양가 없는 릴스를 계속 시청하기보다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는 영상을 볼 수도 있다. 운동이나 독서 등 릴스를 대체할 수 있는 것도 많다.

무언가 보여주기 위해 애썼든, 그리고 허무하게 시간을 계속 흘려보냈든 인스타를 잠시 중단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어떨까? 손가락만 위로 올리면 시간 보내기 좋은 영상들이 계속 나오는 인스타 대신 새로운 취미생활을 만들라는 필자의 제안이 귀찮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인스타라는 과도한 유행의 집약체로부터 일상을 해방시켜 본인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데 집중하자. 이러한 제안을 주변에게 자주 말하며 인스타에 부정적인 생각을 말하지만, 여전히 필자조차도 이 중독적인 앱을 지우지 못한다.

 

이상훈 기자
qxid0518@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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