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後門] SNS 해방, 다시 찾은 행복

어렸을 때부터 줄곧 피처폰을 써온 내게 SNS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그 흔한 페이스북 계정조차 만들어본 적이 없다. 대학교 입시를 마치고 스마트폰을 갖게 됐지만 귀찮아서 또 일 년간 SNS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그러던 작년 12월에 처음으로 SNS 계정을 만들었다. 인간관계를 챙기기 바빴던 작년 1학기와 달리 2학기 때는 다른 걸 챙겨보고 싶었다. 아르바이트, 동아리, 학점 세 가지에 몰두한 난 실제로 인간관계에 많은 시간을 쏟지 못했다. 어느 날은 친구가 학교에서 가장 마주치기 힘든 사람이라길래 충격을 받기도 했다. 어쩌면 SNS로 친구들과 더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종강 직후 인스타그램을 개설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기말고사 기간에 신중히 고민해놓은 계정 이름으로 설렘을 가득 안고 가입했다. 드디어 나도 술자리에서 건배하는 모습을 ‘부메랑’으로 찍어서 자랑할 수 있는 것인가…. 기대도 잠시,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인스타그램을 관두고 싶었다. 추천 친구에 뜨는 목록을 보며 선뜻 ‘팔로우’를 걸지 못한 것이다. 친구들은 팔로우에 의미를 부여하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물론 별것 아닌 클릭일 테지만 내게 별것 아닌 사람이 뭘 하는지를 굳이 내가 알아야 하나 싶었다. 그래도 근황이 궁금한 친구들도 여럿 있었기에 꾹 참고 팔로우를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근황도 적당히 알아야지 반가운 법.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스토리를 확인하며 친목질이라는 반감이 더 들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짐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라는 정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술집, 노래방을 전전하는 모습을 보며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러운 이중적 감정에 괴로웠다. 그리고 스토리 답장 기능을 통해 연락을 안 하고 지내는 사람과도 종종 이야기를 나누게 되지만 이를 계기로 굳이 만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냥 평상시 만나던 사람과 카카오톡도 하고 DM(다이렉트 메시지)도 주고받는 듯했다.

점점 인스타그램에 흥미가 떨어지고 스토리와 게시글을 올리는 일도 귀찮아졌다. 내 일상을 기록하지 않으니 남들의 일상을 지켜보는 일이 더욱 의미 없게 느껴졌다. 이에 미뤄진 개강일까지 인스타그램을 삭제해보기로 했다. 인스타그램을 지우니 삶이 한결 풍족해졌다. 개인적인 일로 슬픔을 느낄 때도 인스타그램 속 남들의 행복한 모습과 비교하며 더 우울 속으로 빠지지 않았다. 이름만 간신히 아는 사람들 대신 소중한 사람들을 더 챙길 수 있었고, 며칠씩 약속 없이 시간을 보내도 불안하지 않았다. 남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알찬 삶을 보낼 수 있었다. 이에 개강일이 돼 인스타그램을 다시 깔았지만 밀린 피드를 한 번 확인하고선 망설임 없이 탈퇴했다. 아마 앞으로도 SNS에 가입하는 일이 없으리라.

일상을 기록하려는 SNS지만, SNS를 위해 일상이 기록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인스타그램에 예쁜 사진을 올릴 수 있어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덕분에 즐겁다는 것. 혼자 보내는 시간은 인스타그램에서 남들의 시시콜콜한 인생을 엿볼 수 있어서가 아니라 온전히 ‘나’로서 편하게 보낼 수 있어서 즐겁다는 것. 이들을 기억한다면 SNS는 나에게 행복보다는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SNS보다 어둡고, 세상엔 SNS보다 생산적인 일들이 훨씬 많다. 오프라인에서 단단한 내실을 갖추기에도 바쁜데 온라인에서 애써 가식적인 나의 모습을 만들려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조수현 기자

shcho71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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