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 진실의 끝은 어디인가

지난달 7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씨가 기자회견을 열어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불거진 정의연과 그 대표직을 맡았던 윤미향 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각종 논란을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해오던 37개 여성단체의 결의로 1990년 설립된 이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이 2016년에 설립됐다. 2018년에는 두 단체가 통합해 현재 정의연의 이름으로 수요시위 등의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7일, 대구 남부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씨가 기자회견을 열어 위안부 관련 단체 기부금이 투명하게 사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수요집회 불참을 선언했다. 이에 정의연은 이 씨의 연세를 짚으며 “심신이 많이 취약한 상태고 서운한 감정이 논리를 덮는 부분을 감안해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의연의 운영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의연 관계자들은 11일에 기자회견을 열어 후원금 사용처를 공개했다.

 

회계를 둘러싼 의혹과 진실

정의연은 기자회견에서 연도별 기부금 수입 및 사업별 지출 내역을 공개하며 의혹을 부정했다. 그러나 공개된 회계자료를 둘러싸고 ▲피해자 지원사업의 비중 ▲회계 공시 기준 불이행 ▲수입 및 지출액 공시 누락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됐다. 기자회견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의연 출범 이후 3년간 모인 약 22억 1,900만 원의 기부 수입의 41%인 약 9억 1,100만 원이 피해자 지원사업에 집행됐다. 이와 관련해 이나연 이사장은 “정의연이 위안부 생활 안정만을 위한 지원단체였다면 피해자 지원법이 만들어졌을 때 해산해야 했다”며 정의연이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인도적 지원단체가 아닌 세계적 여성 인권운동 단체임을 강조했다. 정의연이 진행하는 사업은 ▲피해 진상조사 및 연구 ▲인권교육사업 ▲국제연대 및 교류사업 등 일본군 성노예제 생존자 복지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확장돼있다. 정의연 정관 제2조 역시 재단의 설립 목적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에서 나아가 무력갈등 및 전시 성폭력 피해 재발 방지까지 포함됨을 밝히고 있다.

회계 공시 미숙은 정의연에서도 직접 인정한 사안이다. 회계 자료를 공개한 뒤 가장 화제가 됐던 일은 2018년 11월 정의연 후원 행사를 개최한 맥줏집에서 지출된 현금 약 3,300만 원이다. 이에 정의연은 3,300만 원은 모금 사업비 지출 총액이며 사업비 지출금액이 가장 큰 곳을 대표 지급처로 입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국세청 공시 양식은 연간 100만 원 이상 지출 시 해당 수혜자를 별도로 기재하도록 요구했으므로 정의연은 나머지 49개 지급처에서도 100만 원 이상 지출했다면 개별적으로 기재해야 했다. 정의연은 전문 회계사와 공시를 검토하는 중이며 이른 시일 내에 재공시 절차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기부금 수혜 인원을 99명이나 999명, 9,999명으로 기재한 점 역시 화제였으나, 수혜대상을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 타 비영리법인에서도 사용하는 기재 방식이라는 점이 밝혀지며 논란은 불식됐다. 다만 2018년 정대협 기부금 지출내역서 피해자 현금 지원으로 약 4억 원을 9,999명에게 사용했다고 공시한 점은 수혜 대상을 명확히 산출 가능한 사안에서 공시를 누락한 사실이 인정됐다. 또한 실 지출액과 공시 금액이 다르거나 공시 자체가 누락된 금액에 대한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며 정의연은 언론의 압박을 받고 있다. ▲마포구 쉼터 관련 정부 보조금 및 기부금 미공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건립 기부금 사용처 공시 미비 ▲크라우드 펀딩 모금액 미공시 등 부실한 회계 관리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 보조금의 경우 정의연에 2018년 1억 원, 2019년 7억 1,700만 원이 제공됐으나 양해 모두 결산서류에는 0원으로 기재돼있다. 계속해서 의혹이 제시되며 정의연이 발표한 해명자료는 17건에 달한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20일과 21일 정의연과 정대협,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을 압수수색하고 회계자료를 확보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누구를 위한 쉼터인가

부실 회계를 시작으로, 위안부 피해자 휴게 시설(이하 쉼터)을 둘러싼 의혹 또한 불어나고 있다. 정대협은 2013년 당시 이사였던 윤미향 의원을 주도로 땅 242평과 전원주택 건물을 구입해 쉼터로 명명했다. 이때 건물을 당시 주변 시세보다 3배 비싼 가격에 매입한 사실이 드러나며 제3자인 매도인에 이익을 주기 위한 행위가 아니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 윤 의원은 “매각을 통한 시세 차익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해명했다. 이로부터 서울 마포구에서 경기 안성시로 쉼터의 위치를 변경한 문제에 대한 비판이 파생됐다.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안성시를 택하고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건물을 매입함으로써 매도인에게 최대의 이익을 줬다는 것이다.

한편, 윤 의원의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쉼터를 펜션과 같은 용도로 사용한 기록이 발견되며 쉼터의 적절한 이용 여부에 대한 논란도 불거졌고 이에 대한 증언이 잇따랐다. 금광면사무소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쉼터 이름 자체를 처음 들었다”며 복지 지원 시설 신고 여부에 의구심을 가졌다. 쉼터 뒤편에 거주하는 동네 주민 역시 “불도 안 들어오고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라는 말과 함께 “젊은 사람들이 가끔 와서 놀다 갔다”며 워크숍 장소인 줄 알았다고 전했다. 이에 피해자 할머니들이 접근하기 힘든 지역을 선택해 결과적으로 실제 목적과 다르게 이용했다는 종합적인 비판이 일각에서 쏟아져 나왔다.

쉼터의 관리인으로 친인척을 고용한 것도 논란을 일으켰다. 윤 의원의 부친은 쉼터를 관리하며 6년 동안 총 7,580만 원을 수령했다. 윤 의원은 “교회 사택을 관리한 경험이 있던 부친께 건물관리를 요청했던 것”이라며 해명함과 동시에 “사적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으나 사려 깊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수확 없는 기자회견

각종 논란 이후 지난달 19일, 윤 의원은 대구에서 이 씨를 만나 약 1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윤 의원은 이 씨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이 씨는 그런 윤 의원을 안아주며 “조만간 기자회견을 할 테니 그때 대구에 오라”는 말을 전했다. 이후 25일, 이 씨의 두 번째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씨는 “그동안 일궈온 투쟁의 성과가 훼손돼서는 안 되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일본의 사죄와 배상 및 진상의 공개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두 번째 기자회견을 가진 이유를 밝혔다. 이 씨는 정의연과 윤 의원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이용해 자익을 챙겼다고 비판하며 정의연과 윤 의원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또한, 윤 의원을 만났던 사실을 언급하는 한편 “용서를 한 적은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씨의 기자회견장에 등장하지 않은 윤 의원은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윤 의원은 “국민들과 피해 할머니들의 기대와 응원에 부합하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개인계좌로 받은 모금액 횡령 ▲쉼터 고가 매입 ▲할머니들에 모금액 미지급 등 개인에 제기된 의혹뿐만 아니라 ▲딸 유학비 논란 ▲남편 신문사 일감 몰아주기 등 가족과 관련된 의혹 또한 모두 부인했다. 여야의 의견 충돌은 윤 의원의 기자회견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윤 의원에 대한 퇴출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풀리지 않는 의혹

21대 국회 임기가 지난달 30일 시작되며 윤 의원은 의원 신분으로 검찰 조사에 응하게 됐다.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검찰 수사 과정이나 그에 따르는 모든 책임에 성실하게 임할 것이며 피할 생각 없다”고 밝힘으로써 국회의원 신분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을 암시해 불체포 특권 활용에 대한 걱정은 다소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의원에 대한 여러 의혹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또한, 단순히 현직 국회의원의 업무상 배임 및 횡령죄로 인한 문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진상이 정확히 규명될 수 있을지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김민지·김윤진 기자

minji113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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