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택 총장의 4년, 앞으로의 4년

본교 공과대학 기계공학부 교수 출신이자 2019년 총장으로 선출된 제20대 정진택 총장이 내년 2월 28일부로 임기를 마친다. 이에 제21대 총장선거를 앞두고 새 총장 후보자와 그들이 발표한 공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The HOANS에서 ▲정 총장의 공약 이행도 ▲총장으로서 본교에 가져온 변화 ▲제21대 총장선거의 핵심 공약을 정리해봤다.

 

많은 부분에서 아쉬움 남아

 

제20대 총장선거 당시 정 총장은 ‘학생 중심의 열린 교육체계’를 골자로 이중 전공과 융합 전공 활성화 그리고 대형 온라인 강의 활성화를 통한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 존중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2019년 3월 본교 학사지원본부 교육지원팀이 발표한 ‘2019학년도 제2학기 융합 전공 개설현황’ 자료와 현재의 개설현황을 비교해본 결과는 다소 아쉽다.

정 총장의 재임 기간 중 융합 전공 개수는 28개에서 33개로 소폭 확대됐으나 세종캠퍼스 소속 학과에서 주관한 전공이 2개에서 7개로 늘어 실질적으로 서울캠퍼스 학생들의 선택지가 넓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 온라인 강의(MOOC) 역시 2018년 대비 3개에서 5개로 확대됐으나 새로 개설된 강의 중 하나인 디지털인문학입문Ⅰ이 문과대학 학문의 기초 과목인 점을 고려했을 때 정 총장의 공약대로 학습 선택권이 확장됐다고 단언할 수 없다.

‘미래형 캠퍼스 인프라 구축’ 관련 공약 불이행에도 부족함이 많다. 정경대와 문과대의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건립하려는 인문사회관은 정 총장의 임기로 넘어오면서 착공 목표가 계속해서 미뤄졌다. 인문사회관 건립을 위해 모인 기금은 작년 말 기준 약 88억으로 정 총장은 450억 원의 건립 자금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또한 정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 씨의 입시 비리와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정 총장은 검찰 공소장에 관련 내용이 적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정 입학 취소 촉구 여론에 대해 “학교가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많은 본교 구성원에게 진상 규명에 대한 소극적 대응으로 인한 분노와 실망감을 안겼다. 당시 학내 커뮤니티에서는 “지적 능력과 책임감 측면에서 총장의 자격이 없어 보인다”는 등의 댓글이 달리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조민 씨에 대한 입학서류 허위 기재 확인 및 입학 취소 처분은 올해 2월에 들어서야 결정됐다.

 

아쉬움만 남은 것은 아니다

 

한편 정 총장이 추구한 ‘학생 중심의 열린 교육체계’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수강 신청 시스템에서는 2020년 2학기부터 ▲우선순위 기반 추첨 제도 ▲과목 신청 지연제 ▲다중 탭 금지 방식이 도입돼 강의 매매 등 기존의 수강 신청 문제를 일부 개선했다. 또한 지식 전달에만 치우치지 않는 전인적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정 총장의 의지는 국내 최초 교과-비교과 통합관리 시스템인 쿠카이브(KUchive) 개발로 실천됐다. 학생들은 쿠카이브를 통해 교과-비교과 활동 내역을 간편하게 확인하고 맞춤형 핵심역량 자기 계발 가이드 제공 및 종합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정 총장은 본교 최초의 이공계 출신 총장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미래 선도형 인재 양성을 위해 ▲반도체공학과 ▲데이터과학과 ▲스마트 보안학부 ▲융합에너지공학과 4개 첨단 분야 학과를 신설했다. 또한 임기 내 ICT와 IoT 기술을 활용한 영상회의 시스템과 모바일 공간 예약 및 출입 관리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SK 미래관을 완공해 학생들이 미래에 활약하는 창의적 인재로 성장하게 될 구성원 참여형 스마트캠퍼스의 첫 공간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정 총장의 공약 이행과 그에 따른 성과는 본교가 영국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 QS의 ‘아시아대학평가’에서 2020년과 2021년 모두 국내 대학 1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정 총장은 취임 이래 ▲학계 평판도 ▲졸업생 평판도 ▲교원당 학생 수 등의 핵심 지표를 매해 꾸준히 성장시키며 한층 더 발전된 학습 환경을 제공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의 4년을 책임질 사람은 누구

 

정 총장의 퇴임을 앞두고 차기 총장 선거에 6인의 후보자가 나섰다. 이달 7일 학생 투표가 진행됐으며 15일에는 총장 후보자 추천위원회가 총장으로 선출될 최종 3인을 선정한다. 총장 선거에 출마한 ▲김동원(경영대 경영학과) ▲마동훈(미디어학부) ▲명순구(법학전문대학원) ▲유병현(법학전문대학원) ▲정영환(법학전문대학원) ▲박종훈(의과대 의학과) 교수가 제시한 세 가지 분야의 공약을 살펴봤다.

 

세종캠퍼스 관련 공약

 

총 6인의 후보가 내놓은 공약 중 학생들 사이에서는 세종캠퍼스에 관한 공약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6명 중 4명의 후보가 세종캠퍼스의 분교 지위 전환에 대한 직접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그 공약에는 ▲캠퍼스 간 균형발전 위원회를 신설해 세종캠퍼스를 이원화 캠퍼스로 전환 검토(김동원 후보) ▲분교의 지위에서 캠퍼스 체제로 전환(마동훈·명순구 후보) ▲서울 캠퍼스와 대등한 특성화 병립캠퍼스로 전환(유병현 후보)가 있다. 특성화 병립캠퍼스는 이원화 캠퍼스의 운영 방식 중 하나이며 세 공약 모두 세종캠퍼스가 분교의 지위가 아닌 서울 캠퍼스와 동등한 지위의 캠퍼스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후보자들이 세종캠퍼스 지위에 관한 공약을 내놓은 건 ‘하나의 고려대’라는 명목하에 세종캠퍼스 교직원과 학생이 차별받지 않도록 한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서울캠퍼스 학생들의 반응은 매우 좋지 않다. 학내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세종캠퍼스 지위 전환에 대한 공약에 대해 “세종 표를 의식한 것이다”, “포퓰리즘 같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세종캠퍼스 지위 이외의 공약도 많이 포함됐다. ▲치과대학 유치 추진(김동원·명순구·유병현·정영환 후보) ▲캠퍼스 간 교류 활성화와 행정자원 공유(김동원·마동훈·명순구·유병현 후보) ▲암센터 건립 추진(마동훈·박종훈 후보) 등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총장의 월 1회 세종캠퍼스 근무(마동훈 후보)나 빅데이터 CDC(Cloud Data Center) 유치(박종훈 후보)같이 이색적인 공약을 내놓은 후보도 볼 수 있다.

 

공간&교육권 관련 공약

 

본교 공간 문제와 관련해서 6인 모두 조속한 인문사회관 신축을 약속했다. 또한 김동훈 후보를 제외한 5인에게서는 기숙사 신축 공약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숙사 신축을 위한 방법은 후보마다 ▲성북구청과의 진지한 논의(마동훈 후보) ▲지역 주민과의 윈-윈 전략으로 해결(명순구 후보) ▲민간 재원 임차·매입·활용(유병현·정영환 후보) 등으로 달랐다. 그 이외에도 ▲학생회관 신축 혹은 리모델링(박종훈 후보 외 5인) ▲서울시와 협조를 통한 안암캠퍼스 내 7층 고도 제한 완화(정영환 후보) ▲자연계 융복합 연구 단지 조성(박종훈 후보) 등이 있었다.

교육권 관련해서 대부분 후보는 영어 강의와 관련한 공약을 내놓았다. 그 공약으로는 ▲영어 강의 의무 수강학점 축소(명순구 후보) ▲영어 강의 의무 면제과목 지정(김동원 후보) ▲수요자 중심의 영어 강의제도 정착(유병현 후보)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영어 강의와 관련하여 ‘영강 100선’을 통한 영어 강의 개선 정책 계속해서 추진(유병현 후보) 혹은 원어민 교수를 유치해 전공과목 영어 강의 수준을 제고(정영환 후보)와 같이 구체적인 계획을 포함한 후보도 있었다.

또한 후보자들은 교육권과 관련해 학생의 목소리를 공약에 반영하며 유연화 전략을 내세우기도 했다. 드롭 제도 개설(명순구·정영환 후보)을 약속하는 한편 유연화와 관련해서는 ▲유연 강의제 도입(마동훈 후보) ▲PBL 수업‧집중세미나처럼 수업방식의 유연화(유병현 후보) ▲유연 학기제(박종훈 후보) 등을 발표했다. 게다가 후보자들은 기술을 접목한 교육 방식도 많이 제시했다. 가령 ▲메타버스형 교육플랫폼 구축(김동원 후보) ▲대형 온라인 강의 활용 확대(명순구 후보) ▲ICT 기반 능동적 교육 과정 도입(박종훈 후보) 등을 찾아볼 수 있다.

학생과 더욱 가까워지는 총장이길

 

정 총장의 뒤를 이어 새로이 앞으로의 4년을 이끌 총장이 선출된다. 제21대 총장은 누구보다도 학생을 우선시하고 생각하길 바란다. 현재 총장 선거제도는 학생 투표 반영률이 워낙 미비해 학생들의 요구가 전달되기에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총장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학생들의 문제에 관심을 두고 해결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총장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정상우·권예진 기자
jungsw0603@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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