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까지 갈 길 먼 일회용품 규제

환경부는 지난달 1일 일회용품 규제안을 발표했다. 환경과의 공존이라는 세계 추세를 고려했을 때 친환경 소비문화 확산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이어지는 한편 가이드라인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일었다. The HOANS에서 일회용품 규제를 둘러싼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무엇이 바뀌는가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에 따라 지난달 1일부터 카페나 식당 등 식품접객업 매장 안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됐다. 특히 ▲일회용 컵 ▲폴리염화비닐(PVC) 포장재 ▲물티슈 이용 제한은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같은 조치는 2018년 8월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됐다 코로나19로 한시적 허용된 지 2년 만이다. 적발되면 위반 횟수와 매장 규모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업계 의견을 반영해 3개월 이상 유예기간을 둔다는 것이 당국 입장이다. 환경부 소속 김고응 자원순환정책과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정도 유예기간이면 식기세척기와 머그잔을 구비하거나 소비자에게 안내하는 데 충분할 것이라 본다”며 당분간은 과태료 부과 같은 단속 대신 업소에 대한 현장 지도를 중심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개정된 ‘자원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11월 24일부터 시행되면서 규제는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다. 규제품목에 ▲종이컵 ▲플라스틱 일회용 빨대 ▲젓는 막대가 신설됨에 따라 식품접객업 및 집단급식소에서 사용이 제한된다. 비닐봉지 사용 금지 대상은 3,000㎡ 이상 대규모 점포나 165㎡ 이상 슈퍼마켓에서 일반 소매점 및 제과점으로 확대된다. 체육시설에서 합성수지 재질의 막대풍선과 일회용 우산 비닐도 자취를 감출 예정이다. 이 밖에도 올해 6월부터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시행되는 등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보조 정책이 운영될 계획이다.

 

친환경 소비문화 확산을 위해

 

이번 개정은 다회 용품으로 대체 가능한 일회용품부터 줄이자는 취지다. 이번 조치는 쓰레기 매립량이 한계에 부딪히고 소각장 추가 건립이 어려운 상황이 원인이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폐기물 급증도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환경공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지자체 공공선별장 처리량은 전년도 대비 ▲종이류 25% ▲플라스틱류 19% ▲발포수지류 14% ▲비닐류 9% 증가했다. 게다가 2020년 일일 폐기물 발생량이 역대 최대 규모인 54만 872t으로 집계되면서 그야말로 과다한 일회용품 사용에 몸살을 앓는 상황이다. 홍동곤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지난 환경부 개정고시 발표에서 “일회용품은 다량의 폐기물 발생과 환경오염 문제를 일으켜 순환경제사회로의 전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해당 규제를 친환경 소비문화 확산 계기로 삼고자 하는 의지를 밝혔다.

규제를 반기는 목소리도 많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한 정책에 따른 불편함을 감수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88.5%가 ‘감수하겠다’고 답변했다. 공부를 위해 매일 카페에 방문하는 박 모(경제 18)씨는 “매일 일회용품을 사용하면서 마음 한 켠이 무거웠는데 이번 제재를 기점으로 텀블러를 구매하게 됐다”라며 규제를 환영하고 나섰다. ▲탈 플라스틱 ▲친환경 ▲탄소중립 정책이 세계 추세로 자리 잡은 만큼 이런 규제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규제를 둘러싼 말말말

 

물론 비판도 적지 않다. 우선 아직 코로나19 대유행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방역을 위해서라도 규제를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다. 안철수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활 폐기물을 줄이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하필이면 왜 지금 이 조치를 시행하는지 모르겠다”며 해당 규제를 민생 경제 상황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 비판했다. 또한 코로나19 영향으로 자영업이 위축된 현시점 일회용품 규제까지 시행한다면 소상공인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 자체의 한계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일회용품 규제가 과거 실책을 되풀이할 뿐인 ‘도돌이표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이번에 재도입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일회용 컵에 개당 50~100원의 보증금을 물려 판매한 후 소비자가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나, 2002년 한차례 시행됐다가 5년 만에 폐지된 전적이 있다. 회수율이 37% 수준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이는 컵 반납이 현실적으로 번거로운 절차이며 보증금도 100원 이하에 그쳐서다. 정부는 실패했던 정책을 다시 도입하며 “과거 지적된 문제를 보완했다”고 설명했지만 시행 방식에는 구체적으로 변화가 없어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일회용품 규제 기준이 모호하다는 논란이 뜨겁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 적용 범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규제 대상을 명시하고 있지만 “▲일회용 수저(합성수지 재질만 해당) ▲일회용 비닐 식탁보(생분해성 수지 제품 제외) ▲일회용 광고선전물(합성수지 재질로 도포되거나 접합된 것만 해당)”과 같이 업주가 일일이 위반 대상을 확인해야 하는 형식으로 적혀있어 자영업자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 또한 상황에 따라 규제 여부가 달라지는 경우도 많아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예컨대 PC방에서 완제품 컵라면을 끓여 먹을 땐 일회용 젓가락을 사용해도 되지만 직원이 직접 끓인 라면을 먹을 땐 다회용 젓가락을 사용해야 한다. 편의점에서 구매한 음식을 편의점 바깥 탁자에서 먹는 건 금지되지만 카페나 식당 테이크아웃에 이용되는 일회용품에 대해선 특별히 규제하지 않는다.

해당 정책이 현장과 동떨어진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도 있다. 업종별 특수성이나 상황에 따라 일회용품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은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운영 방식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양평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정우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성수기에 비닐 식탁보를 깔고 장사하면 회전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고 편리한데 일일이 테이블을 닦을 생각하면 막막하다”라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B 씨는 “편의점에서 치킨 같은 걸 팔 때 함께 제공되는 일회용품의 경우 아직 대체품을 찾지 못했다”라며 “현실적으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어서 지금은 사실상 계속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 밝혔다.

 

올바른 규제 방향은?

 

현장에서는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 가이드라인을 현실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편의점에서 공산품인 컵라면과 도시락 등은 규제 대상이 되지 않지만, 매장에서 직접 조리한 치킨이나 핫도그 등은 규제 대상인 것처럼 현재안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실제 단속에 들어가면 여러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 수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재도입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재고가 필요하다. 업계 측에선 ‘회수된 컵 출처가 불분명하고 휘핑크림이나 연유 등을 첨가한 음료를 담았던 컵은 위생에 취약하다’며 위생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아직 해당 문제에 대한 환경부 입장은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더해 올해 4월부터 도입하되 과태료 부과나 단속 등의 처벌은 유예한다는 규제 방식은 업계에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계도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업계 측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일회용품 저감 사회로 나아가려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시 중단된 일회용품 규제가 2년 만에 부활했다. 감염병 상황에서 급증한 폐기물 탓에 재개됐지만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각종 혼란이 존재하고 있다. 환경 보호의 중요성에는 이견이 없으나 시행규칙의 현실성과 효과를 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일반 시민과 자영업자와의 면밀한 소통을 통해 11월 24일 법안 본격화 이전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이 요구된다.

 

유민제·정윤희 기자
estrella00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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