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차 북미정상회담, 그 이틀간의 기록

북한의 비핵화 담판과 관련해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국 합의를 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회담 시작 전부터 합의 실패가 점쳐진 만큼 당연한 결과라고 보는 분석도 있는 반면, 양측의 의견 대립은 확인됐지만 그와 동시에 해결의 실마리가 도출됐다는 분석도 있다. The HOANS에서 북미 정상이 이틀간 진행한 정상회담을 되짚어 봤다.

두 정상이 다시 만나기까지

북미 정상인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 프 대통령의 첫번째 만남은 2018년 6월 12일에 진행됐다. 두 정상은 3개월에 달하는 준비 기간을 거쳐 첫 고심 끝에 첫번째 만남을 가졌다. 준비 기간 중 김 위원장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납북 미국인 석방 등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행동을 취했고, 이에 트럼 프 대통령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북한으로 보내는 등 실무진 회의를 통해 정상회담의 청사진을 그리고자 노력했다. 물론 준비 과정 중 굴곡도 있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향해 ‘아둔한 얼뜨기’라고 발언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20일 전 돌연 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회담 취소의 위기 속에서 김 위원장은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을 피하고 유연하게 대처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마음을 바꿔 취소 하루 만에 회담을 재추진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여러 차례 실무회담이 진행된 덕에 두 정상은 12일 당일, 불과 몇 시간의 회담 만에 합의문에 서명하며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합의문에는 ▲새로운 북미 관계의 수립 ▲한반도의 평화 구축 ▲판문점 선언 재확인 등의 내용이 담겼으며, 양국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평화 체계 구축의 기초를 다졌다. 관계 개선의 기초를 다졌다는 점에서 양국 정상은 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봤으나, 1차 정상회담의 합의문에 대해 ‘상징성은 있으나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등장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은 1차 정상회담의 옥에 티로 남았다.

등장부터 달랐던 두 정상

1차 정상회담 이후 양 정상은 오래지 않아 2차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중간선거를 비롯한 정치 상황, 비핵화 논의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 등으로 인해 2차 정상회담이 1차 정상회담으로부터 발전된 결과를 담보하지 못한다고 지적되면서 2차 정상회담의 일정 및 장소 발표는 올
해 초까지 미뤄졌다. 회담 장소로는 최종적으로 베트남이 선정됐다. 이에 대해 ▲베트남과 북한의 국가 체제가 같다는 점 ▲미국과 베트남의 우호 관계 ▲베트남식 발전 모델에 대한 김정은의 관심 등이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된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으로 이동하는 방식에서부터 차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느 경우와 마찬가지로 전용기를 통해 베트남까지 가는 방법을 택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비행기가 아닌, 중국을 경유해 베트남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3, 4 일 전에는 출발해야만 하는 시간 문제, 장거리 이동으로 인한 경호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기차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안전을 담보할 수 없을 정도로 전용기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현실적인 분석이 등장했다. 그러나 동시에 김 위원장이 회담에 앞서 주베트남 북한대사관을 방문하는 모습 등을 통해 북한이 정식국가임을 강조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가 포함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타났다.

양 정상은 회담 장소에서의 첫 만남에서부터 각자가 이번 회담에 취하고 있는 자세가 다름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결과’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지난 회담의 결과에 대한 만족감, 빠른 결과 도출의 불필요성 등을 언급하며 이번 회담의 결과에 사활을 걸지 않고 있음을 표시했 다. 느긋했던 트럼프 대통령에 반해 김 위원장은 조급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 위원장은 훌륭한 결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회담을 통해 직접적인 결과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성공적 분위기를 암시한 첫날?

회담 첫날인 27일, 공식 일정은 ▲두 정상의 만남 ▲정상 간 일대일 단독 회담 ▲친교 만찬이 전부였다. 공식 일정에 앞서 회담 장소에 모인 두 정상은 기자들 앞에서 260일 만의 두 번째 만남에 대한 기대감을 강하게 표했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의 여정이 쉽지 않았으며 많은 인내가 필요했다’고 말하며, ‘많은 이들이 바라는 결과 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1차 정상회담 이후 8개월의 기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북한의 가능성을 칭찬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첫 회담의 결과와 같거나 더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약 30분여간 진행된 정상 간 만남 이후 1시간 40분여간 친교 만찬이 진행됐다. 두 정상이 함께 만찬을 즐긴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김 위원장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 상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국무장관, 멀베이니 비서실장 대행과 함께 자리했다. 확실한 결과 도출에 중점을 뒀던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담에서 비교적 많은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두 정상이 함께 웃고 있는 모습이 사진에 담기는 등 첫 날 행사는 두 정상의 합의문 서명이 무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긍정적이었다. 자신이 회담이 온 이유가 무엇이겠냐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그 자체로 이튿날 발표될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분위기 급변, 혼돈의 둘째 날

회담 둘째 날인 28일, 상황은 급변했다. 28일 공식 일정은 ▲일대일 단독 회담 ▲확대 회담 ▲업무 오찬 ▲공동 합의문 서명식 ▲기자회견 순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두 번째 일정이던 확대 회담이 원계획보다 길어짐에 따라, 오찬을 생략하고 회담 결과가 나오거나 회담이 결렬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긴장되는 분위기를 깬 것 은 당초 4시로 예정돼있던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을 2시간가량 앞당겨 진행하겠다는 백악관의 공식 통보였다. 갑작스러운 일정의 취소, 양 정상이 모두 참석하는 기자회견도 아닌 트럼프 대통령 단독 기자회견은 곧 회담이 결렬 됐음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문은 준비돼 있었지만, 양측이 원하는 바가 맞지 않아 서명하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해 회담이 결렬됐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이 비핵화와 제재 완화에 관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회담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또한 김 위원장이 미국이 이미 영변 이외의 핵시설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제재 완화를 요구한 북한에게 미국이 내민 ‘영변 이외의 핵시설 폐기’라는 협상 카드가 북한 측이 예상한 강도보다 강했기 때문에 결렬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에도 불구하고 향후 북미 관계 및 비핵 화 과정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특히 회담 중 갑자기 일어나서 나온 것이 아니라 양측 합의로 회담을 종결했을 정도로 회담 분위기가 끝까지 우호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과의 친구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말해 앞으로도 대화의 여지가 열려있음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록 회담은 결렬됐지만 김 위원장이 앞으로 핵과 미사일 실험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비핵화 의지를 나타낸 만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천히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합의는 결국 미궁으로

북미 정상 간 논의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이후 귀국길에 오르자 마자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미 간 냉각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문 대통령이 다시 한번 적극 적으로 북미 관계를 중재해 달라’고 부탁했다. 청와대는 이르면 3월 말 김 위원장과 만남이 성사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비록 회담은 결렬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완화의 의지를, 김 위원장은 비핵화의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에 아무런 진전이 없는 회담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친구 관계를 거듭 강조하고 북한 측도 이에 대해 별다른 부정을 하지 않는 이상 북미 관계가 이번 회담으로 인해 틀어졌다고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 앞으로의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다시금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원섭 기자

len6315@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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