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해당 법안의 실효성에 대해 큰 우려가 존재하는 가운데 지난 1월 29일 삼표산업 채석장 붕괴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3명이 사망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처음으로 적용될지에 대해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다. The HOANS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알아봤다.

 

중대재해처벌법?

 

지난 1월 27일부터 안전조치를 위반한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법안 핵심은 사업주·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해 중대한 인명사고를 예방하고 현장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본회의를 통과한 해당 법안은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고(故) 김용균 사망 사건이 시발점이 됐다.

2018년 12월 한국발전기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김용균 씨가 야간 근무 중 석탄이송 기계에 끼여 사망하면서 열악한 작업환경에 의한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김용균 재단을 설립한 이사장이 올린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청원 인원 10만 명을 돌파하며 입법이 본격 논의됐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안전 규정 위반으로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경영책임자는 10억 원 이하 벌금형이나 1년 이상의 징역 처벌을 받는다. 사망 외 사고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며 형확정 후 5년 이내에 중대 재해 발생 시 가중처벌 대상이 된다.

법안 시행 이틀 후인 지난 1월 29일 양주사업소에서 석재 발파 작업 중 토사 붕괴로 작업자 3명이 모두 매몰돼 숨진 사건이 발생하면서 삼표산업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이에 삼표산업이 수사 1호 대상이 됐으며 고용노동부의 특별 감독을 받게 됐다. 고용노동부는 ▲채석장 5곳 ▲레미콘 2곳 ▲몰탈 2곳에 걸친 삼표산업 산하 사업장의 안전보건 수칙 준수 여부를 점검하며 사고 발생 책임을 총체적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지난달 20일 기준 집계된 산업 현장 중대 재해는 6건, 그 중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은 5곳으로 고용부가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한편 지난달 21일 검찰의 중대 재해 사건 수사·재판 자문기구도 공식 출범했다. 이 기구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해석하고 중대 재해 수사 관련 법 규정 및 제도 전반에 관한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실효성 있는 법 적용을 가능케 한다는 목적이다. 그러나 관련 기구와 제도가 실질적으로 노동 현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꾸준히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부 지침 부재로 현장과 겉돌아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됐지만 모호한 법 조항 탓에 기업들의 책임 회피가 우려된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해당 법안은 법 적용 대상인 경영책임자에 대해 ‘사업을 대표·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정작 경영책임자가 어떤 직책인지 정확히 명시하지 않아 책임 대상자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안전 담당 이사를 별도로 두면 실제 책임자가 처벌을 피할 수 있으리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안전 담당 이사는 대표에 해당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경영책임자의 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고 반박했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기준을 두고 논쟁이 계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들도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성으로 혼란이 예상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27일 입장문을 통해 “지금의 중대재해처벌법은 과도한 처벌 수준과 법률 규정의 불명확성으로 의무준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기업조차 처벌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한 ‘중소제조업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실태조사’ 역시 50인 이상 중소제조업체의 절반 이상이 의무이해 어려움 등을 이유로 시행일에 맞춰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는 응답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해당 법 시행으로 현장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추후에도 사업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가 5인 이상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적용됨과 동시에 50인 미만 사업장이나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건설 현장에는 2년간의 유예 기간을 주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산재 사망사고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어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사망자 828명 중 약 38%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약 42%가 5~49인 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여권을 중심으로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 및 유예 기간 폐지 등 적용 기준 강화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반발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의료기관에도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 의료기관이 포함된다는 점도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5명 이상의 상시근로자를 보유한 병원이나 병상 수 100개 이상 또는 연 면적 605평 이상의 의료기관이 대상이다. 해당 의료기관에서 ▲1명 이상의 사망자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2명 이상 ▲1년간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 환자가 발생할 경우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으로 사업주 또는 병원주가 처벌받게 된다. 직업성 질병은 급성중독, 반응성 기도, 급성방사선증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인과관계의 명확성 ▲사업주의 예방 가능성 ▲피해실태 등을 바탕으로 경중을 판단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양벌규정을 통해 안전보건 확보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 조치를 철저히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는 인력 집약형 사업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의협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환자 등 병원 이용자에 대한 안전확보조치를 규정하고 있어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적용하면 과도한 이중규제로 작동할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서 의료기관을 제외해달라는 의견에 힘을 실은 바 있다. 고용노동부가 산재 예방을 목적으로 배포한 안전보건관리체제 자율점검표의 부실함도 문제다. 현재까지 배포한 점검표는 건설업 및 제조업계에 “감염병 위험이 있을 땐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대피시키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의료 현장에 확대 적용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의료계에도 세부 지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 마땅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다. 또한 점검표가 배부되더라도 감염병 위험을 판단할 근거에 대해 명확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하는 상황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중대재해처벌법이 되려면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한 취지로 중대재해처벌법이 발의됐지만 법안의 모호한 규정으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적지 않은 기업들이 전문인력 부족과 비용 등을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준수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기류가 계속되면 사고는 나되 처벌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중대재해처벌법의 목표는 처벌이 아닌 사고 예방이다. 사업주의 안전사고 방지 책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더욱 실효성 있는 정책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법안을 개정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고의나 중과실이 없을 때 이를 면책하는 조항 마련 ▲산업별 특성 파악 후 법안의 차별적 적용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지침마련 ▲중소기업에 안전관리 역량 지원책 등 요구 반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상응하는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기업을 적발해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설 현장의 취약한 관행 자체를 바꾸기 위한 실무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 이런 조치를 통해 실효성과 정당성을 확보하고 법 시행으로 발생하는 갈등과 혼란을 일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민제·이정윤 기자
estrella00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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