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길 줄 아는 고려대를 소개합니다 -1년 행사 미리보기-

만나서 반가워요!

대학생이라는 사실도 실감하기 힘든 새내기가 처음 겪는 행사는 ‘새내기 새로배움터(이하 새터)’이다. 새터는 매년 2월 단과대 차원으로 진행되는 새내기 맞이 행사다. 새내기들은 처음으로 대학 생활을 함께할 동기와 인사를 나누고, 개강 후에 시작될 대학 생활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선배를 만날 수 있다. 학과 단위로 2박 3일씩 함께하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재학생들에게도 새터는 학과의 단합을 도모하는 시간이다.

새터는 ▲다양한 동아리 소개 ▲응원을 비롯한 본교 문화 ▲동기 및 선배들과의 친목 도모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특히 많은 동아리가 3월에 본격적으로 신입 부원을 모집함에 따라 처음 보여주는 공연을 멋있게 마무리하기 위해 방학 내내 준비한다. 본교 응원단과 함께 하는 응원 교육은 새내기들이 처음으로 응원문화를 접할 수 있는 활동이다. 응원곡에 따라 어깨동무를 하다 보면 흔히 ‘고뽕’이라고 일컫는 애교심이 샘솟는다. 단과대학 전체 프로그램을 마치면 각 과반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을 조별로 진행한다. ‘방돌이’ 시간에는 같은 조에 소속된 선∙후배와의 친목을 돈독히 다질 수 있다. 각 조는 공격조와 수비조로 나뉘어 여러 방을 돌며 술 게임을 통해 다른 조들과 경쟁한다. 방돌이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동기사랑과 후배사랑의 따뜻함을 배운다.

한 학기 생활을 수강신청에 걸겠다

새터가 대학 생활의 시작을 알리는 첫 공식 행사였다면, 각 학과에 속한 것을 축하하는 행사는 ‘입반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과반별로 진행하는 방식이나 명칭에 차이가 있기는 하나, 입반은 과반, 즉 학과에 들어간다는 뜻으로, 입반식은 정경대학 내 과반이 각각 새내기의 입반을 환영하기 위해 진행하는 행사이다. 입반식을 통해 새내기는 본격적으로 자치단체, 학생회 등 각 과반의 구성 등에 대한 정보와 더불어 일 년간의 행사 일정을 알 수 있다. 조별로 진행되는 교내 투어를 통해 교내 주요 건물의 위치와 교내 곳곳의 ‘썰’을 들을 수 있다. 이후 선배와의 밥약 매뉴얼 등 대학 생활의 ‘꿀팁’들도 얻어갈 수 있으니, 입반식은 새내기들이 여러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유익한 자리다.

예비학교는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시간표를 짜는 새내기를 위해 선배가 수강신청 방법을 알려주는 행사이다. 대학 생활을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인간관계도, 학점도 아닌 바로 수강신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 학기 강의를 결정하는 수강신청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강의명을 보고 강의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만한 시간표를 만들어내기 힘들다. 시간표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이동 동선 ▲1교시 유무 ▲공강의 유무 ▲강의 형식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아직 수강신청 준비가 되지 않은 새내기는 예비학교에서 쿠타임, 클루 등 유용한 사이트의 사용법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수강신청 당일 선배들이 새내기들의 수강신청을 도와주기도 하니 자신 없는 새내기는 선배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마실까 말까, 막걸리 찬가!

본교에 관심이 있는 새내기라면 ‘사발식’에 대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사발식은 일제강점기 본교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의 학생들이 식민 통치에 저항하는 의미로 막걸리를 마시고 종로 경찰서 앞에서 토하던 행위에서 유래했다. 사발식은 일제에 대항하고자 시작됐지만 해방 이후에는 군부독재정권에 대한 저항, 민주화 이후에는 주입식 교육의 잔재 청산의 의미를 담아 전해지고 있다. 한편 본래의 가치와 별개로 오늘날 사발식은 많은 양의 막걸리를 강요하는 폭력적인 행사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경대학의 경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스스로 주량을 정하도록 하는 등 사발식의 왜곡된 이미지를 개선하고, 올바른 문화를 이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발식이 과거 일제나 군부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담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저항의 대상이 뚜렷하지 않다. 오늘날의 사발식은 그 의미를 찾아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과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사발식 이전에 간담회를 열어 어떤 의미를 되새기며 행사를 진행할지 논의하거나, 사발식 진행 여부 자체를 표결하기도 한다. 또한 술을 마시지 못하는 학생을 위해 아침햇살 등 대체 음료도 준비된다. 그러니 ‘무서운’ 사발식을 걱정하고 있는 새내기라면 한결 마음을 놓아도 괜찮다. ‘마실까 말까’로 시작하는 막걸리 찬가를 함께 부르다 보면 어렵지 않게 사발식을 즐길 수 있다.

허리 고이 접어 나빌레라

새터에서 응원을 배운 새내기들은 물론이고, 본교 재학생이라면 응원문화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다. 전교생이 함께 즐기는 응원은 본교의 독특한 문화로, 정기고연전을 중심으로 화제가 된다. 응원문화를 새터에서 처음 접한 새내기는 20여 개에 달하는 응원곡을 배우면서 다양한 음악과 동작에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 응원이 어색한 새내기를 위해 본격적으로 응원만을 연습하는 행사가 있다. 바로 매 학기 진행되는 응원 오리엔테이션(이하 응원OT)과 합동응원이다.

화정체육관에서 진행되는 응원OT에서는 ▲민족의 아리아 ▲뱃노래 ▲엘리제를 위하여 등 매체에서 화제가 된 유명 응원곡들은 물론 ▲우리는 고대 ▲입실렌티 ▲싱글벙글 등 본교생에게 인기 있는 곡을 포함한 모든 응원곡을 익힐 수 있다. 2, 3시간 동안 동기, 선배들과 함께 응원곡에 맞춰 응원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가슴 속에서 터져 나오는 애교심을 경험한다. 응원OT는 연세대(이하 연대)와 함께하는 합동응원과 정기고연전의 연습 단계이기도 하다. 수많은 응원곡 중 잊은 것이 있다면 응원OT를 통해 다시 익히고 합동응원과 정기고연전에 대비하도록 하자. 응원OT에서는 매년 신곡도 만나볼 수 있으니 기대할 만하다.

합동응원은 매년 정기적으로 친선전을 치르는 양교가 서로의 응원문화를 소개하는 행사이다. 합동응원은 양교의 응원단이 공수 전환을 반복하듯 양교 응원가를 번갈아 가며 소개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합동응원은 연대의 응원가를 배울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이다. 목이 터질 정도로 응원가를 외치며 응원을 하다 보면 ▲서시 ▲연세여 사랑한다 ▲원시림 등 연대의 유명 응원가도 익히며 연대생과 교류할 수 있다. 과반별로 존재하는 연대 교류반 학생들과 양교 응원을 함께하는 것도 합동응원만의 매력이다. 또한 합동응원 후에는 교류반과의 뒤풀이를 통해 연대의 문화도 배울 수 있다.

4·18 정신 계승 투쟁!

근현대사의 민주화 과정을 잠깐이나마 살펴본 새내기라면 4·19 혁명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4·19 혁명은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낸 운동으로, 독재에 맞서 학생과 시민이 힘을 합쳐 민주주의를 지켜낸 날이다. 본교는 특별하게 4월 19일이 아니라 하루 전인 4월 18일을 기리는 ‘4·18 구국대장정’이라는 행사를 치른다. 1960년 4월 18일, 독재 정권에 맞서던 본교 선배들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인촌 동상 앞으로’라는 구호를 외치며 본교 정문을 박차고 나갔다. 학생들은 국회의사당까지 행진하며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가 끝나고 학교로 돌아오던 학생들이 습격을 받자, 분노한 시민들이 본교생이 보여준 용기와 희생에 힘을 보태며 4·19 혁명이 시작됐다. 본교는 4·18 의거에서 선배들이 보여준 민주주의 정신을 기리고자 4·18 구국대장정 행사를 개최한다.

4·18 구국대장정은 학과별로 구호를 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4·18 의거에서 선배들이 보여준 정신을 어떤 의미로 계승할지, 어떤 구호로 이를 담아낼지 논의하다 보면 오늘날 행사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4월 18일 당일에 학생들은 중앙광장에 모여 본교 정문에서부터 4·19 국립묘지까지 약 8km의 거리를 왕복해 행진한다. 동기, 선배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4·19 국립묘지에 도착해 참배하면서 민주주의 정신을 마음에 새길 수 있다. 구국대장정을 마친 뒤에는 정대차원의 ‘문선 대회’가 준비돼있다. ‘문선’이란 문예 선동의 준말로 민중가요에 맞춰 저항의 의지를 몸짓으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선에 참여하고 싶은 학생은 과반별로 신청할 수 있으며, 문선을 직접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학생도 대회를 응원하며 함께 즐길 수 있다.

5일간의 대축제, 석탑대동제

대학에 입학하고 치르는 첫 시험인 1학년 1학기 중간고사를 마치고 난 5월, 조금씩 대학 생활이 익숙해질 때면 본교 축제인 ‘석탑대동제’가 기다리고 있다. 석탑대동제는 총 5일간 진행되며 밤낮 할 것 없이 다양한 볼거리와 놀 거리가 펼쳐진다. 석탑대동제 기간 동안 교양관 앞 민주광장에서는 과반별 주점과 부스 행사가 진행된다. 많은 새내기가 궁금해하는 과반 주점은 총 이틀간 민주광장에서 진행되며 주점을 준비하는 학생도, 주점을 방문하는 학생도 모두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되는 동아리, 학생회 차원의 부스 행사도 축제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다양한 동아리들이 동아리 홍보 차원에서 준비한 부스들을 즐기다 보면 재미와 추억을 모두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다. 축제 기간 중 본교를 방문해주는 인기 가수들의 공연도 재미를 보탠다. 작년에는 ▲청하 ▲일리네어 ▲멜로망스 등 다양한 가수들이 민주광장을 찾아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5일 동안 계속되는 석탑대동제 마지막 날에는 ‘입실렌티, 지야의 함성’이 개최된다. 녹지운동장에서 진행되는 입실렌티는 공연과 응원제로 구성된다. 유명 게스트들이 참가하는 공연은 매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어떤 게스트가 방문하는지 공연 직전까지 알 수 없다는 점도 깜짝 이벤트처럼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요소이다. 작년에는 ▲싸이 ▲효린 ▲자이언티 ▲블랙핑크 ▲모모랜드 등 인기 가수들이 대거 참여해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끌어냈다. 또한 응원문화가 잘 갖춰져 있는 만큼, 본교 행사에 응원은 필수 요소이다. 본교생들은 물론 졸업생들, 타교 학생들과도 함께 응원을 즐길 수 있다. 응원이 끝날 때 즈음에 볼 수 있는 불꽃놀이는 입실렌티의 볼거리 중 하나로, 마지막 밤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독수리 잡는 호랑이

일년 행사 중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은 바로 ‘정기고연전’이다. 아마 모든 새내기가 정기고연전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정기고연전은 양교 학생들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가장 유명한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이틀간 진행되는 정기고연전에서는 ▲야구 ▲농구 ▲빙구(아이스하키) ▲럭비 ▲축구 등 5개 종목에서 양교가 대결을 펼친다. 정기전은 매년 양교가 번갈아 주최를 담당하며, 올해 정기고연전은 연대가 주최할 예정이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양교 학생들은 치열한 응원 경쟁을 펼친다. 경기 내내 학생들은 목놓아 응원곡을 부르는데, 승기를 잡거나 득점할 때마다 부르는 승리의 응원곡 ‘뱃노래’는 정기고연전 응원의 핵심과도 같다.

다섯 종목의 경기가 모두 끝난 저녁에는 특별한 뒤풀이가 기다리고 있다. 양교 교류반 학생들이 모여 진행하는 뒤풀이는 고연전만의 특별한 문화 중 하나이다. 정기고연전의 뒤풀이는 보통 ‘기차놀이’라고 불린다. 기차놀이란 교류반 학생들이 서로의 어깨를 붙잡아 기차의 형태를 갖추고 주변 상점이나 교우회에서 제공하는 음식을 먹으며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기차놀이는 고연전을 주최하는 학교에 따라 안암과 신촌에서 진행되며 올해에는 연대가 주관함에 따라 신촌에서 뒤풀이가 진행될 예정이다. 조별로 기차놀이를 하다 보면 경쟁으로 변질되기도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며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는 것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기차놀이를 하며 교류반 학생들과도 어울리다 보면 새로운 이들과 우정을 다질 수도 있다.

 

윤라경·김원섭 기자
rayoon33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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