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캠페인, 코로나에 맞서다

코로나19의 유행이 빚어낸 경제 불황에 전국에서 어려움을 함께 이겨나가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선결제와 임대료 감면에 따른 혜택을 정책으로 내걸어 독려하는 한편, 민간에서는 자발적으로 선결제 프로젝트와 임차인 지원이 행해지면서 서로 힘을 모으는 추세다. 내수진작과 민생안정을 목표로 대한민국에 부는 ‘착한’ 바람을 The HOANS에서 짚어봤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대한민국이 내수위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배달업과 OTT 서비스 등 일부 사업은 호황을 맞았지만, 전반적인 소비 흐름 위축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시해 많은 직업군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를 촉진하고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난 4월 27일부터 정부가 주관하는 착한 선결제 캠페인이 실시됐다. 이후 지자체와 여러 단체에서 해당 캠페인에 가세하면서 선결제 운동은 전국으로 확산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2월부터 일부 시·도를 기점으로 실시돼 정부 소관으로 이어진 착한 임대인 운동도 소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마음이 모여 ‘착한’ 운동 캠페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제는 하고 이용은 나중에?

착한 선결제 캠페인은 선결제 의사가 있는 소비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가담의 폭이 넓다는 장점을 지닌다. 선결제의 사전적 정의는 ‘일이 끝나기 전 또는 물건을 받기 전에 대금을 치르는 일’이다. 예컨대 식당에서 음식값을 치르되 당장 음식을 받지 않고 다음 방문을 기약하는 행위를 선결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를 이용한 결제 행태가 잦은 요즘은 선결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카드 결제를 이용한 선결제는 엄연히 금융위원회가 규제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위반 사항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허위 매출이나 속칭 ‘카드깡’으로 불리는 불법 현금 유통행위의 소지가 있으므로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신용카드를 이용한 선결제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4월 9일 금융위원회는 법령 해석 발표를 통해, 이번 사례는 ▲물품과 용역의 제공을 전제하고 있어 허위 매출로 볼 수 없고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받은 소상공인의 유동성 지원 등 공익적 목적을 띠며 ▲상기한 일정 조건 하에서 시행되는 점을 고려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금융당국의 법령 해석으로 서면 등의 자료를 통한 증빙만 있다면 신용카드 선결제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를 통해 정부의 공공부문 선결제 도입이 탄력을 받게 됐고, 전국적으로 착한 선결제 운동이 시작될 수 있었다.

 

정부도 함께하는 선결제

정부는 4월 8일 제4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선결제·선구매 등을 통한 내수 보완방안’ 추진을 발표했다. 민간이나 지자체 단위에서 자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던 착한 선결제를 독려·지원할 뿐 아니라 공공부문의 지출에서도 선결제를 도입한다는 특단의 조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앙부처뿐 아니라 공공기관, 지자체, 지방 공기업까지 모두 동참해 어려운 전국 곳곳의 상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따라 정부는 공공부문서 ▲외식업체에 대한 업무추진비 선결제 ▲하반기 행사 계약금 및 항공권 선지급 ▲공공기관 위탁용역비 선지급 등으로 피해업종 수요를 약 2조 1천억 원 규모로 보강할 계획이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4월 27일부터 ‘착한 선결제 대국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선결제를 독려하고자 7월까지 모든 업종에 대한 신용카드·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을 80%로 확대하고 개인사업자 및 기업의 선결제에 세액공제를 1% 적용해 세제지원 혜택을 제공한다. 중기부는 4월 29일 캠페인의 일환으로 산하 공공기관과 함께 800여 개의 음식점에서 2억 5천만 원 규모의 선결제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5월 26일까지 이벤트에 참여한 국민 중 천 명을 선정해 지역 특산품 등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개최했다. 김재용 홍보담당관은 “누구나 참여 의향은 갖고 계시리라 본다”며 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 실천과 참여를 강조했다.

지역 단위의 선결제 운동은 가계와 기업 간 상호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 양천구는 정부의 내수보완책 발표 이전부터 선결제 캠페인을 추진해, 3월부터 지역 내 참여업소에 주민이 일정 금액을 선결제하면 업소는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같이해서 가치 있는 소비 캠페인’을 실시했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양천구 통장협의회는 3개월 간 통장 수당의 50%를 관내 상품권 선구매에 활용하기도 했다. 부산을 비롯한 6개 광역시와 수도권 외 시·군에서도 시민과 함께하는 선결제 챌린지가 이어지는 등 선결제 움직임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다 같이 웃는 ‘착한 임대인 운동’

유례없는 경기 침체로 위기를 맞은 소상공인을 위해 ‘착한 임대인 운동’도 추진되고 있다. 착한 임대인 운동은 임대인들이 일정 기간 임대료를 동결·인하함으로써 임차인의 생계를 지원하는 운동으로, 2월 중순 전주시에서 한옥마을 및 주요 상권의 임대료를 5~20% 인하한 데서 시작해 전국에 확산됐다. 2월 말 전국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인 서울 남대문 시장 역시 2천여 개 점포서 3개월간 임대료 20% 인하를 결정하며 참여율은 더욱 높아졌다.

자발적인 임대료 인하가 이어지자 정부는 세제지원을 통해 운동을 지원·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2월 27일 “민간의 착한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인하한다면 그 절반을 정부에서 분담하겠다”고 밝히며 착한 임대인 운동에 제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해 4월부터 상반기 임대료 인하분의 50%를 소득세·법인세에서 감면하고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세액공제는 대상 임대인이 소상공인일 경우 도박·사행행위업 등의 종사자를 제외하면 임대인 소득 및 임대료 인하 금액과 관계없이 진행된다. 중기부에 따르면 착한 임대인 운동 대상 점포는 2월 20일 1,790개에서 4월 9일 30,044개로 약 17배 증가해 확산세를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부의 지원 정책이 진행되자 지자체와 민간에서도 운동에 동참하고 나섰다. 착한 임대인 운동이 임대인·임차인의 상생 문화가 될 수 있도록 정부 지원과 별개로 착한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려는 모습이다. 서울시는 서울형 착한 임대인 지원 사업을 실시해 선정된 ‘착한 임대인’에게 임대료 인하액의 30%를 최대 500만 원까지 건물보수비용 등으로 지원한다. 인천시는 이달 1일 이전 3개월 이상 임대료를 인하하거나 인하 약정을 체결한 건물주에게 임대료 인하율만큼 지방세를 최대 50%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경기도, 경상북도 등에서 공공기관 임대료 인하 및 착한 임대인 지방세 감면을 의결하며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대응을 모색 중이다.

 

우리 주변의 ‘착한’ 캠페인

본교 인근 상권인 안암동에서도 상인들을 위한 ‘착한’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 5월 11일부터 본교가 오프라인 강의를 병행하고 있지만 인근 상권의 유동인구는 여전히 예년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에 안암동에서도 상인들을 위한 ‘착한’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말 본교 재학생 4명은 프로젝트팀 ‘Ensemble’을 결성해 상인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착한 선결제 캠페인을 시작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당장 상인들이 겪고 있는 생활고를 해결하기 힘든 상황에서, Ensemble은 해결책으로 ‘선결제 쿠폰 발행 서비스’를 기획했다. 본 서비스는 코로나19 여파로 피해를 보는 상인들에게 즉각적인 경제적 지원을 함으로써 학생들과 함께 안암동 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Ensemble의 팀장 박선우(경영 16) 씨는 “양측의 수요가 맞아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학내 커뮤니티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Ensemble은 이를 통해 학생들의 수요를 기본적으로 파악한 후 업주들을 인터뷰함으로써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선결제 서비스 이용자는 Ensemble과 계약을 체결한 업체의 상품 쿠폰을 1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해 1년의 유효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6월 12일 기준 계약이 완료된 업체는 총 다섯 곳으로, ▲고대앞사거리의 튄닥꾼닥 ▲정경대 후문의 쭈불쭈불 ▲정문의 히포크라테스 스프 ▲일곱평 ▲카페 브레송에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Ensemble 측은 현재 60여 명이 프로젝트를 함께해주었으며 5월 31일 기준 107만 원 정도의 선결제 누적 판매액이 발생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박 씨는 “식당과 카페처럼 학생들이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우선으로 쿠폰을 확보하려고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또한 Ensemble은 꽃집, 옷가게 등 다양한 업체와의 계약을 추진하면서 선결제 범위를 차차 늘려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착한 임대인 운동 역시 대학가에서 나타나고 있다. 본교가 위치한 성북구에서는 지난 4월 공유재산심의회를 통해 지난 2월부터 오는 7월까지 임대료를 50%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착한 선결제 캠페인과는 달리 참여 인원의 폭이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한정돼 있어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에도 착한 임대인 운동은 상대적으로 크게 탄력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임대인이 선뜻 나서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김상우 안암상인회장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상인회 차원에서도 겨우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해달라는 현수막을 붙이는 게 전부”고 착한 임대인 운동으로 혜택을 본 가게는 거의 없다며 정책 구성과 그 효력에 의문점을 시사했다.

 

착한 행보, 박한 효과?

얼어붙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착한’ 바람에도 서로 엇갈리는 의견이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와 같은 캠페인들이 조삼모사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사태가 오래 지속될 경우에는 단기적인 효과를 위해 제시한 경기부양책이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선결제를 통한 내수 보완방안을 추진한 이후 ▲포스코 ▲손해보험업계 ▲KOTRA 등 다양한 업체 및 기관에서 선결제를 시행했으며, 해당 캠페인이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침체된 내수 보완에 긍정적인 효과를 할 것이라는 의견 또한 이어지고 있다. Ensemble의 팀장 박 씨는 “선결제라는 개념만 놓고 보면 조삼모사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고 비판을 수긍하면서도 시급성과 업체 인지도를 들어 당장의 현금 수급의 상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됨을 밝혔다. 당장 현금흐름이 필요한 상인들에게 선결제가 많은 도움이 되며, 사람들이 상권을 찾을수록 업체의 인지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선결제 프로젝트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선결제를 옹호하는 측의 입장이다.

착한 임대인 운동은 대부분 그 가치에는 동의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실제 경제부양 효과가 미미함을 들어 정책에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 동안 임대료 인하분의 절반을 정부가 부담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임대료 인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주장이다. 지난 2월 20일 소상공인연합회가 조사한 전국 소상공인 1,080명을 중 착한 임대인 효과를 누리는 사람들은 1% 남짓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제성 없이 임대인의 자발성에만 기댄 정책 시행이 낮은 시행률이라는 한계로 나타나며, 이에 더해 상가 임대가 아닌 주거 임대의 경우 착한 임대인 운동 참여가 더욱 저조해 정책 쇄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4월 중기부 보고에 따르면 4월 기준 약 3만 개 이상의 점포가 착한 임대인 운동의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권대수 중기부 소상공인정책관은 브리핑을 통해 “착한 임대인 운동의 확산세를 이어가기 위해 홍보를 실시하겠다”며 정책의 실효성과 참여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효과 증진이 필요하다는 지적 하에서 각계각층의 착한 행보는 확대와 개선을 거치며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어지는 민생, 이어지는 상생

소강상태를 향해가던 코로나19는 지난 5월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을 시작으로 지역감염 양상이 다시 불거졌다. 질병관리본부가 6월 8일을 기준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매일 30명 안팎의 감염을 보이고 있으며 총 11,814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4월 말부터 한 달을 선결제 캠페인 기간으로 잡았던 중기부는 아직 이렇다 할 후속 대처를 내놓지 않고 있으나, 기획재정부가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개정해 7월까지 세액공제 적용 기간을 늘린 데에서 미뤄보아 선결제 독려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에서 경기 회복을 위해 3차 추경과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를 선언한 만큼 착한 캠페인을 지지하는 정부의 행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도 및 지자체는 코로나 사태가 이어짐에 따라 착한 선결제와 착한 임대인 운동 참여를 크게 늘리고 있고, 새로이 캠페인에 참여하는 시·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 특히 5월 말부터는 시중은행과 건설업체 다수가 착한 임대인 운동에 새로이 참여하거나 기존 시행기한을 늘리면서 상인들의 부담이 크게 완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은행 측은 은행소유 부동산의 임대료를 면제하는 방향으로 지원 연장을 검토하고 있으며, 건설업체는 상가 임대료를 낮추고 아파트 임대 보증금 인상률을 인하함으로써 착한 임대인 운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민간에서도 하반기까지 ‘착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독려하면서 코로나19로 빚어진 어려움을 힘을 모아 헤쳐나가고 있다. 모두가 하나 되어 일궈낸 착한 움직임이 지역감염 추세와 위축된 내수의 변곡점을 향해 화합의 발걸음을 내딛는 중이다.

 

 

권민규·김민지·김윤진 기자

dmaria4749@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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