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을 위한 주택 사다리는 없다

코로나19와 불경기로 고용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투기 열풍으로 인한 집값 상승은 집을 구하려는 청년에게 이중고를 불러왔다. 내 집 마련의 꿈은 요원한 일이 됐고 청년들은 부족한 주택과 제한된 경제 여건에 한숨을 내쉬고 있다. The HOANS에서 청년들의 주거 빈곤 문제와 그 배경을 짚어봤다.

불경기에 신음하는 청년주거 문제

 

청년주거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서 시작한다. 2020년 행정안전부 조사 결과 사회 분화와 가족 양식 변화로 인해 1인 가구가 최초로 전체 가구 중 40%를 차지하며, 20·30대의 경우 1인 가구 비율이 61.9%에 이르는 등 인구 대비 가구 수가 증가해 주택 수요가 상승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KDB 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청년층이 취업을 위해 서울 등 특정 지역으로 몰려 1인 주택은 수요가 급증한 데 비해 해당 지역의 주거 공급은 정부 재원 운용 및 관련 제도의 문제로 턱없이 부족해 청년주거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신혼부부 또한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데 반해 공공임대주택은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 많아 그나마의 공급도 수요에 역행하는 실정이다.
불안정한 고용으로 주거지 마련을 위한 여유자금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청년 주거지 선택의 폭을 더욱 좁혔다. 역대 최대의 비정규직 비율은 취약한 고용현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작년 8월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의 38.4%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에 도달했다. 이들 비정규직의 월평균임금은 2021년 기준 177만 원인데 반해 KDB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취업 전 청년 세대가 집중된 지역에서 최소 주거면적을 고려해도 월평균 210만 원의 주거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드러나 주거비 부담이 과중함을 알 수 있다. 1인 가구 증가로 늘어난 수요에 비해 감소한 구매력, 그리고 수요에 맞는 공급이 상대적으로 정체되는 문제는 시장에서 청년의 여건에 적합한 주택의 희소성을 높였다. 이는 1인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지.옥.고로 내몰리는 청년들

 

폭증하는 전세보증금과 월세로 인해 청년의 주거 부담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2022년 1월 기준 전세 평균가는 약 2억 5,543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4% 상승했으며 최근 10년 누계 상승률은 26.44%에 달한다. 월세의 경우 평균 약 약 74만 원이며 보증금은 약 5,522만 원으로 조사됐다. 전년도보다 2.5% 상승한 가격이다. 이처럼 전·월세 가격 급등으로 청년의 주거 사다리는 붕괴하고 있다. 주거 사다리란 고시원이나 월세 등에서 점차 전셋집이나 자가 마련으로 주거 형태가 안정화하는 것을 뜻한다.
국토교통부에서 시행한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가구가 월세에서 월세로 이동한 비율은 40.9%에 달하며 전·월세에서 자가로 이동하거나 월세에서 전세로 이동한 비율은 20.9%에 불과해 주거 상향의 어려움이 드러났다. 실제로 작년 말 한국일보와 청년재단이 청년 6,428명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인식 설문조사에서 “부동산 문제로 인생 계획 달라졌나”는 질문에 ‘대체로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가 40.4%, ‘매우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가 27.1%로 나타나 주거 사다리의 붕괴는 사실상 가시화한 것으로 보인다.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자 주거 사다리 붕괴와 함께 ‘지.옥.고’로 몰리는 청년 역시 늘었다. 지옥고란 ▲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대변하는 신조어다. 청년 가구의 지하·반지하·옥탑방 거주 비율은 전국 2%, 수도권 3.7%로 일반 가구(1.6%)보다 높았다. 또한 오피스텔이나 고시원 등 주택 이외 거처에서 사는 청년 가구 비율은 전국 13.4%, 수도권 지역 청년 가구는 17.4%로 나타나 일반 가구(4.8%)나 노인 가구(1.7%) 등 다른 집단에 비해 높은 비율을 보였다. 특히 최저 주거기준 이하에서 거주하는 청년 가구 역시 전국 7.5%, 수도권 10.4%로 일반 가구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비율을 보였다. 집값은 매섭게 올라가나 청년 가구는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우왕좌왕하는 지원정책

 

정부는 청년 주거 안정화를 위해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정 소득 이하 국민에게 전·월세 비용이나 주택 수리비 등을 지원하는 주거급여 정책 ▲주택청약종합저축 이율에 1.5%P 우대이율을 적용해주는 청년우대형 청약통장 ▲교통이 편리한 곳에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행복주택 등이 그 예시다. 하지만 다양한 지원책에도 청년주거 문제는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로는 ▲홍보 및 이용률 부족 ▲청년층의 수요와 상충하는 임대주택 ▲높은 경쟁률이 꼽힌다. 2020년 국토연구원의 주간지에 따르면 정부의 청년 주거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청년은 10명 중 5명꼴에 불과하며 실제 이용 비율은 2.8%로 나타났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입지나 면적에서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9년 말 청년을 대상으로 공급된 강북구 삼양동의 행복주택은 신혼부부 대상 4개 유형의 청약에서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비슷한 시기 공고한 ‘2020년 3차 서울 리츠 행복주택’의 청약 경쟁률인 86.8대 1이었던 것과 대비된다.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에도 삼양동 행복주택이 청약 미달한 배경에는 언덕에 위치하고 골목이 좁아 접근성이 취약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주택임에도 전용 면적이 30㎡로 10평이 채 되지 않았던 점 역시 미달 이유로 지목되며 공공임대주택의 만성적인 문제를 보여줬다. 실제로 2020년 임대주택 재고 현황에 따르면 LH 행복주택 공급물량의 88%는 40㎡(12.1평) 이하다. 공급과 수요가 지원정책에서도 엇갈리는 것이다.
행복주택뿐 아니라 LH 청년 전세 임대 정책에서도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기존주택에 전세 계약을 체결해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인 LH 청년 전세 임대 정책은 수도권 1인 가구 대상 전세금 지원 한도액이 1.2억 원이다. 그러나 부동산 플랫폼 다방의 2021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전용 30㎡ 이하의 원룸 평균 전셋값이 1.6억을 넘는 것으로 조사돼 지원책과 현실 사이 간극이 두드러진다. 더불어 LH 청년 전세 임대가 가능한 주택을 찾기 힘들뿐더러 기준과 절차가 복잡해 세입자와 임대인 모두에게 번거롭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렇듯 주거지를 고르는 폭이 좁다 보니 눈을 낮출 수밖에 없는 청년의 주거환경은 열악해지기 쉽다.

 

빚 권하는 사회에 청년을 위한 동아줄은 없다

 

주택 공급과 수요 문제 외에도 금리 인상 같은 외부 요인은 청년들의 주거상황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인상했다. ▲경기회복세 지속에 따른 유동자금 회수 ▲저금리로 인한 과도한 인플레이션 억제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자금이 몰린 금융 불균형 상태 완화가 주요 이유다. 경기회복세나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 자체는 필연이나 후속 조치가 없는 경우 이자 부담이 커져 부동산 관련 가계부채를 감당하고 있는 청년층에게 이중고를 안겨줄 수 있다. 특히 높은 집값 상승으로 인해 주거지를 얻기 위해서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 대출이 필요했음을 고려하면 이 같은 조치는 청년주거 문제에 막대한 타격이 될 수 있다.
실업과 인플레이션으로 점철된 불경기는 임금만을 통한 자가 소유가 어려운 사회구조를 만들었다. 지난달 6일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이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토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집값의 척도로 여겨지는 전국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2016년 2억 6천만 원에서 2021년 3억 7천만 원으로 41.7% 증가했다. 전세 중위 매매가격 또한 29.4% 증가했다. 하지만 한경연이 고용노동부의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같은 기간 사업체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상승률은 17.6%에 불과했다. 임금보다 집값 상승률이 약 2.4배 더 가파른 것이다. 사람이 몰리는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동일 기간 77.8%만큼 증가해 평균을 훨씬 상회했다. 근로자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한다는 가정하에 집을 구매하기 위한 기간도 2016년 평균 11.8년에서 2021년 평균 21.0 년으로 증가하는 등 대출 없이는 집을 얻기 힘든 상황으로 이어졌다.
대출이 필수적인 사회구조는 금리 인상과 맞물려 상기한 주거 사다리 문제를 심화했다. 주거 사다리의 최종단계 이전에 월세와 전세를 통한 주거지 취득도 빚 없이는 힘든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가중된 이자 부담은 주택 마련의 꿈을 어렵게 만든다. 월세나 전세를 대출을 통해 획득한 청년층의 경우 이자 부담에 시달려 재산 축적이 힘든 상황이다. 주택을 획득하려 하는 청년층도 이런 상황에서는 주택마련을 위한 대출을 쉬이 하기 어렵다. 소모비용이 적은 전세가 통념으로는 자기자본 마련에 유리하다고 평가받았지만 최근 전세자금 대출이자가 월세를 상회해 전세 거주자들이 다시금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상황도 주거 사다리의 붕괴를 암시한다. 금리 인상에 있어 청년 가구를 위한 배려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청년에게 있어서 주거의 의미

 

이러다 보니 주거 문제는 청년층의 최우선 화두로 자리 잡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0년 한국 청년 사회·경제 주거 의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중 본인 소유의 집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인원은 68.6%로 나타났다. 그에 반해 주택 가격 수준을 물은 질문에는 85.2%가 적정하지 않으며 53.0%가 부모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렇듯 청년층은 내 집 마련 욕구는 높으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관적이었다.
지난 1월 2일 한국일보와 청년재단이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 가구가 주택 구입 시 최우선으로 여기는 항목은 금액으로 밝혀졌다. ▲인프라 ▲출퇴근 거리 ▲건축 연도 ▲평수 등의 조건이 불충분하더라도 금액대만 맞으면 집을 구매하고 싶다는 분석이다. 한편 현행 청년임대주택의 ▲좁은 면적 ▲비싼 가격 ▲낮은 계약률 등을 꼬집으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본교 정경대에 재학 중인 A(경제 20) 씨 역시 “청년층이 근본적으로 바라는 것은 본인 소유의 아파트”라며 임대주택이 청년주거의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사회초년생 임금 수준을 고려한 주택 구매 비용 지원정책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월세에 매달 60만 원을 지출하는 B 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직장 인근에서 자취하는 독립 청년들에게 주거 비용 고정 지출은 매우 부담스럽다”며 “부모와 같이 거주할 여건이 안되는 직장인을 위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2019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은 자산 증식이 아닌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주택마련을 바라보고 있다. 부담스러운 주거비용으로 고시원, 지하, 옥탑방 등 열악한 주거지로 내몰리고 있는 청년층의 요구 분석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외에도 ▲주택시장 진입의 불안정성 ▲자금 동원 능력의 한계 ▲부모 의존성이라는 청년 가구만의 특징을 고려해 청년 주거 지원 방향과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효과가 미지수인 후속 대책들

 

이런 청년층 표심을 잡기 위해 대선을 앞두고 청년주거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주거 부담 완화를 위한 정책 토대 마련이 핵심 국가 의제로 자리 잡은 가운데 대선후보들은 공급 확대와 주거비용 지원을 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난 1월 22일 미래당사에서 청년 8대 공약 중 하나로 맞춤형 주택 공급을 강조했다. ▲누구나집형 ▲지분적립형 ▲이익공유형 등 부담 능력과 선호를 고려한 주택 모델을 대량 공급한 후 일정 비율을 청년에게 우선 배정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이외에도 ▲무주택 청년에 주택 공급물량의 30% 배정 ▲월세 세액공제 확대로 월세 두 달분 지원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최대 90% 인정 등의 정책을 내세웠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역시 5년간 30만 청년원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건설 원가 수준의 분양아파트로 입주 시 분양가의 20%만 지급하면 80%는 장기저리대출이 가능한 구조다. 투기 가능성은 분양 후 5년 이상 거주하면 매각 시 시세차익의 70%를 보장하는 환매조건부 방식으로 차단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외에도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하는 일명 역세권 첫집주택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야 후보가 제시한 5년간 주택 공급 목표치는 300만 호에 달한다. 공급 확대 기조에는 이견이 없지만 재원과 택지마련의 현실성은 미지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파이낸셜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기 신도시 공급물량이 약 29만 가구, 2기 신도시가 약 61만 가구 수준”이라며 구체적인 계획 수립 부재를 꼬집은 바 있다. 과거 서울 태릉과 경기 과천에서도 지역주민과 지자체의 반발로 공공택지 선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만큼 택지 마련에 대해서도 추가 대안이 요구된다.

 

청년이 ‘살 수 있는’ 주거지를 위해

 

작금의 주거 문제는 청년 자립에 있어 주요 걸림돌이 됐다. 집을 구하기 위해 대출이 필수가 된 사회구조의 압박은 청년의 경제적 취약성을 가중하고 있다. 효과적인 주거 지원정책이 부재한 현재, 대선 후보들의 주거 공급 확대 공약이 현실화한다고 해도 실제 건설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년층의 부담을 즉각 경감시키기 위한 단기적 해결책이 부재한 상황은 조속한 해결을 요원하게 만든다.
정책이 지연되는 와중에도 주거 불안정으로 인한 청년의 고통은 지속하고 있다. 청년 주거 문제는 가계부채 등 경제문제에 더해 출산율 저하 등 사회문제로까지 연결된다는 점에서 청년을 배려하기 위한 직·간접적 방식을 망라한 정책이 시급하다.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과 복지효과를 고려하는 선에서 시장 활용적인 해결책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정부의 빠르고 실효성 있는 대책과 시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신재용·유민제·정채빈 기자
202115004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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