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쉴 곳은 어디에

치솟는 집값에 주거난은 청춘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정부 및 지자체는 행복주택 및 청년전세임대주택을 위시로 한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산재하는 허점 탓에 청년 주거난 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다.

2018년 6월 통계청은 서울에 거주하는 20~34살 청년의 1인 주거빈곤가구 비율이 2015년 37.2%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주거빈곤가구는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곳에 기거하는 사람 외에도 속칭 ‘지옥고’라고 불리는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 열약한 주거 환경에 노출된 가구를 포함한다. 서울 청년의 삼분지 일가량이 ‘지옥고’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집값에 정부는 ▲행복주택 ▲청년전세임대주택 ▲버팀목전세자금 등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행복주택 설립 반대와 집주인들의 청년전세임대주택 기피로 청년들이 잡음 없이 수혜를 누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행복주택, 행복은 어디에

행복주택은 2013년에 시작된 주거 지원 사업으로, 청년층을 비롯한 주거취약계층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국토교통부, 각 지자체 단위 주택공사가 주관해 국가 재정과 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아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에 건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집값 폭등으로 행복주택을 ‘내 집 마련’의 유일한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행복주택의 인기는 연일 상승하고 있다. 입주 대상자는 무주택요건 및 소득자산 기준을 충족하는 ▲대학생 ▲청년 ▲신혼부부 등이다. 청약 신청 후 당첨 시 입주 가능하며 대학생 및 청년은 최대 6년, 신혼부부는 6년부터 최대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정부는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새로운 행복주택 건설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으나 정하는 부지마다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행복주택을 혐오 시설로 인식한 결과 새로운 ‘님비(NIMBY)’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서울시가 2022년까지 ▲강동구 성내동 ▲영등포구 당산동 ▲마포구 합정동 등 도심에 임대주택 8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해당 지역 주민들은 반대 운동에 나섰다. 행복주택을 ‘5평형 빈민 아파트’라고 지칭하며 슬럼화를 우려한 대자보가 보도되자 큰 파문이 일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우려는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2015년 말 입주가 시작된 서울 ▲강동구 강일동 ▲송파구 삼전동 ▲구로구 천왕동 등 3곳의 행복주택 지구별 아파트 가격을 분석한 결과, 행복주택 입주가 시작된 후 해당 지역 아파트 가격은 오히려 소폭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도서관과 어린이집 등 기반 시설이 정립되며 약간의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긍정적 예견이 힘을 얻는 중이다.

행복주택에서 가장 작은 가구는 16 내외로 1인 가구의 법정 최소 주거 면적인 14 를 살짝 웃도는 정도의 크기다. 협소한 크기에 기본적인 삶의 질을 충족할 수 없는 정도라는 비판이 제기되며 논쟁이 일었다. 몇 가지 가재도구를 챙기고 나면 제대로 눕기도 힘든 공간이라는 날 선 비판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일각에서는 기숙사 등 다른 주거 형태에 비하면 “5평도 양반”이라는 반응이 돌아왔으나 논의는 곧이어 임대 주택의 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확산됐다. 전문가들은 행복주택은 일시적인 거처만을 제공할 뿐 장기적인 주거 대책은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타 임대주택에 비해 높은 수준인 보증금과 월세도 논란이 되고 있다. 월세는 5~15만 원 정도 수준이지만 보증금은 1천~3천만 원에 형성돼있어 사회초년생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말이 많다. 비싼 보증금 때문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행복주택에 당첨돼도 입주하지 못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연 2.7% 이하의 저금리로 임차보증금의 80%를 대출해주는 청년전용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을 실시하고 있지만, 취업 준비 중인 청년들에게는 이자마저 감당하기 버거운 경우가 잦다. 청년들의 이자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 마련한 전세 대출이자 지원 사업마저 공공임대주택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입주자들의 부담은 쉬이 가벼워지지 않을 전망이다.

산 넘어 산인 청년전세임대주택

청년전세임대주택은 그 이름과 달리 정부 주도로 건설된 임대주택이 아닌 재정적 지원 정책에 가깝다.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덜기 위해 2016년 마련된 청년전세임대주택은 ▲입주 대상자가 원하는 매물을 찾으면 ▲주택공사가 해당 매물을 검토 후 주택 소유자와 전세 계약을 체결하고 ▲저렴한 값에 해당 주택을 재임대해 입주 대상자를 지원한다. 입주 대상자는 100~200만 원의 임대보증금과 주택공사에서 지불한 전세 지원금의 1~3%를 월 임대료 형식으로 부담하게 된다. 전세 계약이지만 월세와 비슷한 개념의 월 임대료를 주택공사에 납부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입주대상자는 무주택요건 및 소득자산 기준을 충족하는 타 시·군 출신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으로 제한되며, 2년 단위로 2회까지 재계약이 가능하다.

높은 진입 장벽에 대한 비판은 현 제도의 전신인 대학생전세임대주택 제도가 처음 실시됐을 때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청년전세임대주택 신청을 위해서는 자산보유사실 확인서 등 일곱 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장애인이나 한부모가족 구성원일 경우 해당 항목의 증명서 또한 첨부할 것이 요구된다. 지원금 한도가 늘어나는 2인 이상 공동 거주의 경우, 동거인과 친족 관계라 하더라도 가족관계증명서를 포함한 모든 서류를 별도로 제출해야 한다. 모든 요건을 충족해 신청하더라도 당첨 여부 확인까지는 한 달가량이 소모된다. 작년 상반기 청년전세임대주택을 신청한 후 올해 입주했다는 A 씨는 “제출할 서류가 너무 많고 복잡해 신청을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미로와 같은 제도에 못 이겨 중도 포기를 선언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학교나 직장과 가까운 곳에서 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은 청년전세임대주택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지만, 막상 대학생이 청년전세임대주택의 혜택을 누리기는 쉽지 않다. 대학가에 위치한 원룸 중 주택공사의 까다로운 권리분석을 통과하는 매물이 매우 드문 탓이다. 권리분석은 해당 매물이 ▲합법적인 건축물인지 ▲부채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 ▲기타 하자는 없는지를 확인해 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을 통칭한다.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부채 비율이 90% 미만인 매물을 찾아야 하며, 이에 부합하는 집이라 할지라도 불법 증축 등의 하자가 있다면 지원금이 상각되거나 취소된다. 현재 본교 인근 원룸 중 ‘LH 가능’ 표시가 있는 매물은 ▲종암동 3채 ▲제기동 2채 ▲안암동 3채로 8채에 불과했다. 2014년부터 2018년 7월까지 청년전세임대주택 입주 대상자의 48%가 계약에 실패한 것 역시 만족하기 어려운 권리분석 기준과 무관하지 않다.

복잡한 계약 과정은 부족한 매물을 더욱 희귀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가족관계증명서나 선순위 임차보증금 확인서 등 민감한 정보가 담긴 서류를 제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지역구 법무사가 담당하는 권리분석이 끝나기 전까지는 계약 여부도 확실히 알 수 없다. A 씨는 “전세로 집을 내놓은 상태여도 LH라고 하면 (계약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시간을 들여 주택공사와 계약할 바에야 다른 임차인이 나타날 때까지 집을 비워두길 선호하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임대인들의 기피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6년 이상 장기 임대인에 대해 최대 800만 원의 수리비를 지원하는 정책을 실시했으나 가시적인 효과는 없었다는 것이 중평이다.

내 몸 뉠 곳 어디인가

정부와 지자체가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비판에 관련 부처도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2018년 청년전세임대주택의 지원금 한도를 8천만 원에서 1억 2천만 원으로 인상한 것은 기존 정책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앞다퉈 청년 관련 정책을 내놓고 있는 지금, 일회성 선심 공약이 아닌 장기적인 정책 수립과 책임감 있는 이행을 위해 주거 정책에 대한 청년들의 꾸준한 관심이 요구된다.

 

 

장윤서·김윤진 기자

yunseo05@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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