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마이너스 성장, 그 원인은?

지난달 25일, 1분기의 경제성적표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증가율이 –0.3%라고 발표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로 약 10년 만의 최저 성장률로 그 원인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률의 원인과 전망에 대해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정부의 설명

정부는 이번 마이너스 성장률의 주된 요인이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악재라는 대외적 요인에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세계경제 둔화 등 대외여건이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되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 경제의 침체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수출이 지속적으로 줄었고, 이것이 경제성장률 지표에도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수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8.2%가 줄어 4개월 연속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정부는 세계 경제 악화와 맞물려 대내적 기업 투자항목이 감소하고 제조업 분야가 약세인 것 역시 마이너스 성장에 일조했다고 설명한다. 국민은행의 ‘2019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부문은 0.1% 증가 ▲정부소비는 0.3% 증가했지만, ▲기계류 및 운송 장비의 설비투자는 10.8% 감소 ▲건설투자는 0.1% 감소했다. 또한 경제활동별 국내총생산 항목에서 농림어업은 4.7% 증가했지만, 제조업 분야는 총 2.4% 감소했다. 특정 분야의 감소폭을 증가폭이 상쇄하지 못해 국내총생산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산업은행은 ‘2019 설비투자 전망’에서 올해 기업들의 국내 설비투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11조5000억 원이 감소해 2년 연속으로 감소 추세에 있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걱정할 것 없는 마이너스 성장?

지표의 큰 감소폭에도 정부의 전망은 그리 부정적이지 않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기 때문에 물가상승률, 실업률, 외환보유고 등 국가경제의 거시지표들은 안정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다”라며 “경제성장률도 1분기의 부진을 극복하고 2분기부터는 점차 회복되어 개선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달 7일 열린 ‘2019년도 제3차 고용정책 심의회’에서 이번 마이너스 성장률은 정책 집행과 실질적 효과 발생 사이의 시차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하반기부터는 회복될 것이라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글로벌 경기 여건이 개선되면서 2분기부터는 성장세가 회복되고 물가상승률도 하반기에는 1%대에 오를 것”이라며 “올해 정부 예산이 이미 확장적으로 편성돼 추가경정예산도 더해지면 성장률을 높이는데 다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지 않았다. 대외적 요건의 개선과 추가적인 예산 투입을 통해 기존 예측했던 2.5%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판단은 정부의 판단과는 크게 다르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 발표 이후 많은 글로벌 투자은행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JP모건 ▲바클레이스 ▲호주ANZ 등은 2% 초반대로, 심지어 ▲노무라증권 ▲캐피털이코노믹스 ▲ING그룹 등은 1% 대로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마이너스 성장률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것이라는 해석이다. 마이너스 성장을 단순히 세계 경제 둔화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변국인 미국은 1분기에 3.2%로, 중국은 6.4%로 기존 예상치를 뛰어넘는 성장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첫 단추부터 안 맞는 소득주도성장?

마이너스 성장이 정부 정책의 실패로 인한 것이라는 정부를 향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이라는 세 축의 경제정책을 내세웠다. 이 중 소득주도성장은 소비 측면에, 혁신성장은 기업의 투자라고 할 수 있는 공급 측면에 초점을 둔다. 1분기의 부진한 소비와 추락한 투자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정책의 방향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에서 소비는 0.1%라는 미세한 상승폭을 보였다. 한국은행의 1분기 발표와 같은 날 통계청은 ‘2018년 가계동향조사’의 결과로 가구당 월평균 실질 소비지출이 전년에 비해 2.2% 감소했다고 밝혔다. 소비의 부진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계속 나오자 정부의 핵심 사업인 소득주도성장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는 소득주도성장을 ‘가계소득 증대, 가계지출 경감과 안전망·복지 강화를 기반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동시에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경제성장’이라 정의한다. ▲최저임금 인상 ▲저소득층 지원 ▲생계비 절감 ▲고용안정망 확충 등 정부의 주력 사업들 모두 소득주도성장의 일환이다. 저소득층의 구매력 제고를 통한 소비를 진작으로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것이 소득주도성장 모형의 핵심이다.

그러나 다양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처분가능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17년 2분기에 비해 2018년 4분기 전체 가구 평균 처분가능소득은 114,714원 증가했다. 그러나 1분위 가구의 경우 처분가능소득은 2017년 2분기에 비해 약 22% 감소한 62만 5,266원에 그쳤다. 문 정부 출범 이후 6~10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증가했지만 1~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감소했다. 저소득층의 구매력 제고라는 소득주도성장의 첫 단계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딘 규제혁신과 급격한 규제강화

투자의 추락에서도 정부는 책임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GDP를 책정에서 투자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로 구성되는데 이중 설비투자가 10.8%로 크게 하락했다. 투자의 하락은 기업이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혁신성장 정책의 주된 요소인 규제혁신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빅데이터, IoT 산업 활성화를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선 ▲공여구역 등의 반환 및 처분규정 완화 ▲고용친화적 지방재정투자심사제도 개선 등 65개의 규제혁신을 완료 또는 진행 중이다. 그러나 올해 행안부가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규제혁신에 대한 만족도가 46.3%에 그치는 등 규제혁신은 더딘 상황이다.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기업의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 총재는 “모든 산업 모든 기업이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기조는 투자 촉진과는 괴리가 있다.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노동 관련 정책은 물론 ▲법인세 인상 ▲산업용 전기료 인상 등 기업의 비용이 늘어나는 정책을 계속해서 내왔다. 비용의 증가와 함께 이러한 정책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 예상돼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이 법인세 완화 등의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투자 증가율을 6.9%까지 성장시킨 것과 비교된다. 규제혁신과 창업·경영 지원을 약속과 모순되는 규제강화로 혁신성장의 동력이 꺼져가고 있다.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경고, 마이너스 성장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성장률은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마이너스 성장을 대외적인 요인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해석하는 정부와 달리, 정부 정책에도 책임이 돌아가고 있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경제성적표는 이미 나왔다. 이제는 마이너스 성장이 계속되지 않도록 그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고심이 필요하다. 마이너스 성장이 발표되기 전 나온 추경안을 포함해서 소득주도성장과 규제혁신 등의 여러 정책의 방향에 대한 정부의 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강민정·김동현·유효민 기자

khangmj02@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