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로스쿨로 향하는 청년들, 로스쿨 문제점은?

코로나19로 심화한 취업난에 안정적인 전문직에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로스쿨의 인기도 뜨겁다. 내년 로스쿨 입시를 위한 2022학년도 법학적성시험(LEET)은 역대 최대 응시인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러한 열기에 더불어 문제점도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로스쿨의 현황과 문제점을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지원동기가 취업난, 옳은 것일까?

 

로스쿨 제도는 ▲양질의 교육 확보 ▲다양한 분야의 법조인 양성 ▲사시 낭인 해소 ▲합격자의 수도권 대학 편중 완화 등의 목적으로 사법시험을 대체해 2009년에 도입됐다. 2017년 사법시험의 완전 폐지 이후 로스쿨은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관문이 됐다. 학부 전공과목과 상관없이 학사학위를 취득한 자에게 입학 자격이 주어지면서도 졸업 이후 비교적 고소득이 기대되기 때문에 취업난을 겪는 대학생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로스쿨 입시를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의 응시인원은 최근 5년간 매년 증가세를 보였고 지난 7월에 실시된 2022학년도 법학적성시험에는 역대 최대인 1만 2천여 명이 응시했다. 로스쿨 지원자가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취업이 어려워지며 시험 기반의 전문직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본교 2학년에 재학 중인 A 씨는 로스쿨 진학을 희망하는 이유에 대해 “문과 학부를 졸업하고 바로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졌고, 전문직을 준비하는 것이 취업난이 심화하는 현재로서는 최선의 선택지인 것 같다”고 답했다. 취업난에 로스쿨 지원자가 증가하는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로스쿨이 일종의 취업 관문으로 전락했다며 인력 편중 현상 심화를 우려하고 있다.

 

로스쿨 입시, 무엇이 문제인가

 

로스쿨 입시는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로 이루어져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명시된 필수적 정량평가항목은 ▲법학적성시험(LEET) ▲어학성적 ▲평균평점(GPA) 이다. 평균평점 항목을 제외하곤 재시험이 가능해 고득점을 달성하면 다시 입시에 도전하는 ‘로스쿨 N수’가 자주 발생한다. 심지어 로스쿨에 재학 중인 학생들도 더 좋은 평가를 받는 로스쿨로 옮기기 위해 ‘반수’를 감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법률신문이 밝힌 2019년 전국 로스쿨 입학 자료에 따르면 전국 25개 로스쿨 재학생의 입학생 대비 법학적성시험 응시율은 ▲ 2017년 21.3% ▲ 2018년 28.7% ▲ 2019년 32.3%로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현상을 두고 로스쿨의 설립 취지 중 하나인 사시낭인 해소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정성평가의 경우 자기소개서, 자격증 등을 바탕으로 지원자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해 평가된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경험과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성평가의 모호한 부분이 학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평가를 준비하는 데 겪는 어려움을 묻는 말에 본교 재학생 B 씨는 “어떤 활동이 정성평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수험생이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불확실한 평가 기준 아래에서 수험생으로서는 최대한 많은 활동을 통해 정성평가를 대비할 수밖에 없어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소위 SKY 학부를 졸업한 학부생이 로스쿨 입학생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이 전국 25개 로스쿨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개한 2021년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로스쿨 입학생 중 51.31%, 서울 소재 로스쿨의 경우 69.91%를 SKY 대학 출신이 차지했다. 로스쿨이 사법시험을 대체하는 목적 중 하나였던 ‘SKY 대학 출신 및 수도권 대학 출신들에 편중된 합격자 완화’에 실패했음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부담되는 학비에 어려움 겪는 로스쿨생

 

로스쿨 도입 초기부터 학자금 부담에 대한 많은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상당히 큰 액수가 요구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25개 로스쿨의 입학금을 제외한 지난해 평균 등록금은 1년 기준 1,424만 원에 해당하고 본교 로스쿨도 1,950만 원으로 높은 축에 속한다. 여기에 책값과 기타 학비 지출도 상당하다. 1학년부터 민법, 형법, 공법, 민사소송법 등을 모두 공부해야 하는데 법학 전공서 특성상 비용이 적지 않다. 민법 전공서만 하더라도 3만 원에서 7만 원대까지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변호사 시험(이하 변시)에 합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여겨지는 사설 인터넷 강의의 불법 녹화본이 높은 가격으로 인해 재학생 사이에서 빈번하게 거래되는 등 큰 비용부담으로 인한 부작용도 보인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러한 주장에 회의적이다. 로스쿨의 장학 혜택이 소득 구간에 따라 촘촘하게 설정돼있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다. 그 예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부터 소득 3구간에 해당하는 취약계층 학생을 대상으로 등록금이 전액 지원되는 교육부의 로스쿨 국고장학금이 있다. 이에 더해 로스쿨별로 다양한 장학금 제도가 마련돼 있기도 하다. 본교 로스쿨 재학생인 C 씨는 “소득분위를 고려해 전액 장학금이 제공되기도 하며 이외에도 마이너스 통장(한도 대출)을 적절히 이용해 학비 고민을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마이너스 통장의 경우 사회 초년생에게 과도한 빚을 지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 비용 논란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변호사 시험을 둘러싼 끝없는 잡음들

 

로스쿨 교수진과 변호사협회 간 변시 합격자 수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법학 교육 정상화를 내건 로스쿨의 도입은 법조인의 선발에서 양성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었다. 이 과정에서 얼마만큼의 법조인을 양성해야 하는가에 대한 양측의 해석이 논쟁의 핵심이다. 변호사협회는 법조 시장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해 향후 합격자 수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반대로 법학전문대학원 협의회와 법학교수회를 필두로 하는 로스쿨 교수진들은 법률서비스의 접근성 확대를 위해 합격자 수를 줄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법률소비자인 국민의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해마다 적정 합격자 규모를 놓고 갈등하는 양측을 조율하는 법무부가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애꿎은 로스쿨생에 피해가 돌아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변시의 초기 70~80%의 합격률이 50%로 떨어져 오탈자가 증가하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오탈자란 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에 최대 5회로 제한된 변시 기회를 모두 잃은 사람을 일컫는다. 현재까지 누적된 오탈자는 약 1천여 명에 달한다. 무제한 응시로 인한 인력 낭비를 막기 위해 횟수를 제한한 것이지만 중병 치료나 임신 등 불가피한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며 비판이 거세다. 수험생들은 꾸준히 헌법소원을 내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미 해당 법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어 응시 제한이 없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누구를 위한 실무수습제도?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사법시험을 통과한 후 2년간의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 법조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변시 합격자는 의무적으로 6개월 실무수습을 거쳐야 사건 수임이 가능한 실무수습제도가 생겨났다. 이러한 제도는 로펌에 의해 변호사들이 노동 착취 대상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열었다. 수습처를 구하기 쉽지 않은 변호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박봉과 야근을 일삼는 ‘블랙로펌’에 지원할 수밖에 없다. 블랙로펌에서 수습 기간을 보낸 변호사 D 씨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변호사 실무수습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청년 변호사의 제대로 된 실무 경험 기회를 막고 로펌과의 갑을 관계를 강화하는 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실무수습을 의무화한 법만 있을 뿐 이를 책임 있게 주관하는 기관이 없어 변시에 갓 합격한 변호사에 대한 착취가 반복된다는 비판이다.

 

로스쿨이 먹구름 속에 한 줄기 빛이 될지

 

경기 불황과 코로나 사태로 장기화한 취업난은 청년들에게 극심하게 불안정한 전망만을 보여줬다. 이로 인해 비교적 안정된 미래를 보여주는 듯한 로스쿨로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그러나 입시의 불확실성, 학비 문제, 변시 갈등과 블랙로펌 등 궁지에 몰린 청년들의 희망을 위협하는 로스쿨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로스쿨 문제에 대한 정부와 법조계의 면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하현·신재용·이승준 기자
dop3568@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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