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럭비부 조명하기

지난달 7일 태풍으로 정기 고연전의 둘째 날 경기 일정이 취소됐다. 2일 차에는 축구부 경기와 더불어 본교 럭비부 경기 또한 예정돼 있었다. 럭비는 7인 또는 15인이 한 팀이 돼 럭비 볼을 들고 상대편 진지에 들어감으로써 득점하는 경기다. 월드컵이 개최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스포츠임에도 국내에서는 인기가 비교적 적다. 본교 럭비부 역시 종목 인지도와 더불어 ‘승산이 적다’는 인식 탓에 학생들의 관심이 낮은 편이다. 이에 The HOANS가 본교 럭비부를 둘러싼 말들을 직접 파헤쳐봤다.

실제로 정기 고연전 성적을 비교할 때 가장 패한 횟수가 많은 종목은 럭비다. 현 감독은 지휘한 첫해인 2017년에 주요 국내 대회인 전국 춘계 럭비리그전과 대통령기 전국 럭비선수권대회를 모두 우승으로 이끈 주역이었다. 신기수(체교 19) 선수는 “첫 감독 경력으로 선수 파악 및 전략 모색에 2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은 길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고, 김찬섭(체교 19) 선수는 “타교 감독과 달리 신식 럭비를 가르치는 감독”이라며 신뢰를 표했다. 하지만 감독 3년 차인 현재 그 이후의 국내 경기 및 정기전 성적이 부진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올해는 ▲리그전 특성상 타교 미출전으로 춘계리그전 불발 ▲교체선수 부족으로 서울시장기 대회 기권패 ▲부상 회복 및 전력 보강을 위한 대통령기 대회 미출전 ▲정기전 취소까지 겹치면서 실적 부진을 넘어 실전 경기에 제대로 참여조차 못 했다.

올해 일정이 모두 마무리된 럭비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최대한 연습에 집중할 계획이다. 올해는 경기 미출전 및 실적 부진 원인이 다양한 만큼 그 자체를 평가하기 어렵고 럭비부의 내년 성과를 더 기대해봄 직하다. 그러나 작년 춘계리그전 패배 당시에도 주요 선수의 부상 공백이 원인으로 꼽힌 만큼 비슷한 외적 요인이 반복되는 양상이 포착된다.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경기마다 ‘아쉽다’는 수준에서 면책을 받기 어렵다. 또한 일각에서 우려가 들려오는 정기전을 대비한 실험적 전술과 1학년 선수를 대거 기용하는 전략 등이 전국 대회에서도 성적에 객관적인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는지 점검해 실적을 높일 대안을 체계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졸업 이후에도 럭비 선수직을 이어가는 경우가 적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본지가 인터뷰한 현직 럭비부원은 그런 경향이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동시에 그 이유를 본교 럭비부의 문제에 돌리기 어려운 근거도 설명했다. 졸업 이후 엘리트 럭비 선수로서 모색할 수 있는 방향은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 및 실업팀 진출밖에 없는 열악한 국내 럭비계의 실정도 한몫한다. 국내에는 럭비 프로팀이 없고 실업팀만이 세 곳 존재한다. 실업팀 진출을 위해 핵심적인 상무는 선발 인원이 매우 적어 경쟁이 치열한 실정이다. 상무에 가더라도 실업팀에서 연락이 와야만 입단할 수 있다. 이처럼 길이 좁은 상황에서 졸업이 가까운 선수들은 갈등할 수밖에 없다. 이에 운동부 생활을 하며 선수가 아닌 다른 진로를 희망하게 된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여전히 본교의 지원 방향성에 관한 논의는 필요한 듯 보인다. 개인적인 진로 설정으로 인한 은퇴와는 별개로, 운동을 계속하고자 하는 선수가 있다면 여건 때문에 진로를 포기하게 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선수직을 유지하고자 하는 학생에 대한 본교의 관심이나 지원이 부족한지 검토할 만한 시점이다. 상무 진출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학생 럭비 선수의 경력은 춘계리그전과 대통령기 대회 성적이다. 올해 부상 선수가 많았던 본교 럭비부는 정기전까지 전력을 유지 및 강화하려는 의도로 대통령기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막상 정기전에서는 예상치 못한 우천 취소로 아예 뛸 기회가 없었다. 이처럼 ▲선수단 전반의 상황 ▲정기전의 중요성 ▲부에서 최대한 제공할 수 있는 실적을 마련하는 것 가운데 과연 선수를 위하는 최선이 무엇인지에 대한 본교와 선수단의 평등한 합의가 중요하다.

본교 럭비부에 실질적으로 절실한 것은 학내 구성원의 관심이다. 손민기(체교 16) 선수는 정기전 외에도 다양한 소식을 지켜봐달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주요 외부 대회 미출전 및 성적 부진이 계속될 경우 럭비부 체제 정비 등이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으나 이를 올해의 성적만을 사유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현재는 끊임없는 연습으로 역량을 기르고 있는 선수단을 지켜봐야 할 시점이다. 부정적인 인식으로 선수단에 대한 평가를 단정하지 않는 성숙한 응원의 자세가 요구된다. 본교 럭비부의 발전을 위해 본교뿐 아니라 응원과 관심을 보내는 교우까지 함께 노력할 내년을 기대한다.

 

박지우·김윤진 기자
idler9949@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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