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카풀, 가불가(可不可)?

최근 카카오 카풀 서비스의 내부 준비가 거의 완료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카풀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카풀은 목적지가 같은 방향에 있는 사람과 동승하는 문화로, 카풀 서비스는 동승자를 같은 방향의 목적지에 내려주고 요금을 받는 서비스다. 사회적 파문이 일고 있는 카풀 문제의 현황에 대해 The HOANS가 알아봤다.

카카오T 카풀은 크루 모집 중

카카오 T앱은 ▲택시 ▲대리운전 ▲주차 등 여러 기존 기능에 더불어 추가로 카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 준비의 일환으로 지난 10월 16일 카카오는 카카오 T앱의 카풀 크루를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카풀의 운전자를 사전에 모집하는데, 크루로 등록할 경우 웰컴박스를 증정하는 행사 또한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 T 카풀 크루용 앱에 따르면 크루가 되기 위해서는 ▲최초등록증이 만 7년 이하이며 ▲렌터카 제외 준‧중형차 이상의 자동차를 소유해야 하고 ▲사고로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그 손해를 보상해주는 담보인 대인배상2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 도입을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이 아니다. 올해 2월 초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스타트업인 럭시를 252억 원에 인수하면서 서비스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어 11월 13일에는 자회사였던 럭시를 흡수 합병하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의 도입 취지를 설명하며 카풀 서비스가 심야시간대의 택시 승차난 문제 해결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정주환 대표는 이번 참여자 사전 모집을 계기로 이미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카풀이 ‘함께 타는 승차 문화’로 정착될 수 있도록 연결함으로써, 이동 수단이 가장 필요한 시간대에 집중되는 승차난을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합병을 통해 카풀 서비스 연내 도입을 목표로 본격적인 준비 자세를 갖추면서 카풀 산업에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카풀시장, 블루 오션? 레드 오션?

미국의 대표 승차공유 기업 우버(uber)는 2013년 국내에 진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우버의 서비스 중 차량을 보유한 개인이 자유롭게 영업하는 서비스인 우버엑스(uber X)는 위법 논란과 더불어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과 지방자치단체와의 마찰로 출시 2년 만인 2015년에 잠정 중단됐다. ‘자가용을 유상으로 운송용으로 제공하거나 임대해서는 안 된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에 따라 위법으로 판정받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내 첫 카풀 시장 활성화 시도는 유사 콜택시라는 프레임과 함께 실패했다. 이후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에 따라 카풀은 출퇴근 시간대에만 한정해 허용됐다. 2017년 우버는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 출퇴근용 카풀 서비스인 우버쉐어(uber SHARE)로 다시 한번 국내 시장에 도전했다. 바니 하퍼드 우버 최고운영책임자는 “법률이나 규제를 준수하지 않는 제품 및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을 것이고 한국을 위한 파트너로 발전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퇴근용 카풀 서비스의 선두를 달린 것은 풀러스이다. 풀러스는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해 출시 1년 반 만에 회원 75만 명을 확보하는 등 두각을 보였다. 그러나 2017년 말 ▲정부와 서울시의 고발 ▲구조조정 ▲대표 사임 등의 어려움을 겪으며 그 기세를 잃었다. 차차크레이션이라는 차량 공유 스타트업 역시 국토부가 7월 위법이라 판단하며 서비스가 잠정 중단됐다. 그러나 최근 카풀에 대해 정부가 카풀 업체와 택시 업계 사이의 중재안을 제시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카풀 사업의 전망은 점차 밝아지는 중이다. 지난 8월 풀러스는 새로운 대표를 선임하고 11월에는 드라이버에 대한 보상책으로 신주를 10% 발행하여 인센티브로 나눠주겠다고 발표했다. 차차크레이션 역시 신임대표와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두 업체뿐 아니라 타다를 비롯한 다른 스타트업 역시 카풀 서비스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타다는 콜밴(call van) 서비스로 법의 예외조항을 활용해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콜밴은 일반 택시보다 큰 차량을 이르는 말로 대부분 6인승 차량인 경우가 많다.

카카오 카풀, 역풍

하지만 카카오의 연내 카풀서비스 도입이 순탄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에 참여할 운전자 모집 공고를 낸 10월 16일로부터 이틀 후인 18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연합회 4개 단체는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라는 명칭으로 카풀 서비스 도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전국 택시 기사의 4분에 1에 해당하는 약 7만 명의 기사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집결했다. 이는 택시 기사들이 연 집회 중 역대 최대 규모로 추산된다. 참가자들은 당일 새벽 4시부터 24시간동안 택시 운행을 중단했다. 이들은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는 여객법에서 규정한 순수한 승용차 함께 타기와 거리가 먼 상업적 목적의 불법 영업행위이므로 정부의 단속과 규제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외침과 함께 광화문 광장 주변에 있는 왕복 차선의 절반을 점거하고 1시간 30분 동안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집회 관계자들은 ‘자가용 승용차가 택시처럼 영업하고, IT분야 대기업이 중간에서 이익을 챙기는 것을 4차 산업으로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카풀 서비스의 도입이 권리금 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드러냈다.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일부 택시 기사들은 카카오 사의 택시 호출 앱인 ‘카카오 T앱’을 끄고 운행하며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지난 22일 4개 단체의 주도하에 다시 한번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집회는 서울 국회 앞 왕복 8차선 도로를 통제한 채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들은 “대기업 자본 투입 카풀 업계! 고사 직전의 택시산업!”이나 “카풀 앱 불법영업 OUT!”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에 카풀 영업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기획재정부나 국토교통부 같은 카카오 카풀 서비스 허가와 관련된 정부 부처를 규탄하며 강한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여야 국회의원 8명은 집회 현장을 방문해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택시 기사의 요구가 반영된 개정안 3건을 상정하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택시 또는 카풀, 결국은 소비자의 선택

2017년 서울시 민원자료에 의하면 택시 관련 민원 중 30% 이상이 택시 기사의 불친절한 태도에 관한 것이었다. 그다음으로 많은 민원은 ▲승차 거부 ▲부당 요금 ▲도중하차 순이었다. 많은 서민에게 자정 이후 대중교통이 끊기면 집으로 갈 수 있는 수단은 택시를 제외하면 마땅치 않다. 이 사실을 악용하는 일부 택시기사의 ▲단거리 운행 거부 ▲선별적 서비스 제공 ▲요금 흥정 등의 행동은 피해 승객들이 택시 서비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형성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편 택시 기사들의 불친절한 태도와 승차 거부 문제가 개선되지 않은 채로 택시 요금 인상이 거론되고 있다. 내년도 택시 기본요금은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심야할증 기본요금은 3,600원에서 5,400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이에 더해 심야 할증 시간도 자정에서 23시로 1시간 앞당겨질 예정이다. 거리요금과 시간요금의 증가로 인해 결과적으로 택시 요금은 17.1% 인상된다.

카풀 서비스 요금은 택시 요금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카풀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략 일반·고급차량 비용은 택시 요금보다 최대 30% 정도 저렴하고, 경·소형차량 카풀은 택시요금보다 최대 50% 더 저렴하다. 게다가 같은 카풀 앱을 자주 사용하면 할인 쿠폰 등을 받아 더 저렴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편의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아직 카풀 서비스에 대한 법과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이제야 카풀이라는 서비스의 합법성이나 제공 가능 시간대 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또한 사기업이 카풀 드라이버의 운전이나 범죄 경력 등의 개인정보를 조회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정보 공개 범위도 새로 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결국 카풀 서비스의 상용화를 둘러싼 논란은 소비자의 이득과 유사 업종인 택시 운전사의 손해 사이에서의 저울을 재는 것과 마찬가지다. 카풀 서비스 회사와 택시 기사들 간 갈등이 격해지고 있는 현재, 택시 기사들의 생계를 안정화하면서 소비자들에게도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 마련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용·강민정·고성열·김해솔·유효민·이지영 기자
jiyong0504@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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