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어둠 속 한 줄기 빛 될까

지난달 26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7일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으로 한국 역시 백신을 통한 집단 면역으로의 첫 걸음을 내딛는다. 백신 접종이 코로나19 극복의 큰 화두가 된 세계의 모습과 한국의 백신 접종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양산된 백신 관련 다양한 논란과 가짜뉴스를 The HOANS가 돌아봤다.

 

지난달 19일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가 2억 명을 돌파했다. 작년 12월 영국에서 최초의 백신 접종을 시행한 지 약 두 달 반 만이다. 세계 각국은 일찍 백신을 도입한 ▲아랍에미리트(UAE) ▲이스라엘 ▲미국 ▲영국 등과 기타 주요 선진국을 필두로 본격 백신 보급에 나서는 모양새다. 백신 도입 후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 확산세가 점차 둔화해 코로나 극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국도 지난달 말부터 현장 의료진, 요양시설 입원자와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첫 백신 접종을 시행할 계획이다.

코로나 백신 이모저모

 

인체 면역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선 질병 원인인 ‘항원’의 정보를 인체에 투여해야 하지만 항원을 그대로 투여하는 행위는 위험성이 높다. 백신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독성을 약화하거나 항원 정보를 다른 매개체에 옮겨 담아 이를 의약품화한 것이다.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백신을 접종하면 집단 면역이 형성돼 질병의 유행성이 억제된다. 모든 코로나 백신은 이를 공통적인 목표로 삼고 있지만 백신마다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미국의 제약회사 모더나와 화이자는 핵산 mRNA를 이용해 백신을 생산한다. mRNA란 세포나 바이러스가 자기 증식을 위해 유전 정보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물질이다. 이 백신은 생산 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지만 열에 취약해 운송·보관을 위한 전용 콜드체인을 필요로 한다. 반면 ▲영국·스웨덴의 아스트라제네카 ▲미국의 존슨앤드존슨·얀센 ▲러시아의 가말레야 연구소는 바이러스 벡터(Vector)를 사용한다. 벡터는 항원의 DNA를 다른 모체에 넣어 대량 생산한 물질을 의미한다. 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하는 백신은 모체가 항원 정보를 보호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바이러스가 활성화되지 않도록 냉동 보관해야 한다. 미국의 노바백스는 단백질 재조합 방식의 백신을 생산한다. 개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냉장 보관이 가능하고 사용 기한도 길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시노팜과 시노백은 바이러스를 사멸시켜 독성을 없앤 사백신을 생산한다. 가장 단순한 백신 유형이지만 면역 유지 기간이 짧고 바이러스 변이에 취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세계의 백신 도입과 접종

 

지난 3일 기준 가장 높은 백신 접종률을 보인 국가 중 하나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인구 100명당 접종횟수가 중복 포함 97.47회에 다다랐으며, 전체 인구 중 백신을 한 차례라도 맞은 국민 비율은 50%를 넘어섰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화이자가 독일 제약회사 바이오엔테크와 공동 개발한 BNT162(이하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하며 지난 1월 1일에 접종률 10%를 돌파했다. 1월 5일에 모더나가 개발한 mRNA-1273(이하 모더나 백신)의 사용을 정식 승인하며 접종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의 경우 한 달 간격으로 총 2회 접종이 필요하고, 두 차례 접종을 모두 마친 비율은 30%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안심하기에 이른 상황이다. UAE 역시 이스라엘과 함께 가장 높은 백신 접종률을 보여 3일 기준 인구 100명당 접종 횟수가 중복 포함 62.37회를 기록했다. UAE는 지난해 12월부터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고 지난 1월 말부터는 시노팜의 BBIBP-CorV(이하 시노팜 백신)과 러시아에서 개발한 스푸트니크V 백신을 함께 접종하며 가속도를 붙였다.

미국은 코로나19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나라다. 지난달 21일 NBC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에 따른 사망자 수는 5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11일 화이자, 18일 모더나 백신의 사용을 일찌감치 승인한 미국은 14일 첫 접종을 시작해 1차 접종자가 3,000만 명을 넘어섰다. 그 과정에서 지난 4일 백신 수송 차량이 도난당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여름까지 집단 면역이 어렵다는 회의적인 의견을 드러내며 먹구름이 드리우기도 했다. 그러나 7월까지 3억 명이 접종 가능한 백신을 확보하며 공급에는 큰 문제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4일에는 세계 최초로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AZD1222(이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에 돌입해 현재 1차 접종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2월 5일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은 일부에게서 나타난 알레르기 반응을 제외하면 두 백신 모두 안전하다는 분석을 발표한 바 있다.

 

백신 도입 및 접종, 한국은 지금

 

한국의 코로나19 예방접종은 백신 도입→유통 및 공급→예방접종→환자 이상 반응 관리의 4가지 단계로 이루어진다. 정부는 현재 5개 해외 기업 및 백신 공동구매 기구 코백스 퍼실리티와 백신 수급 계약을 맺었다. 정부 계획에 따라 2월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시작으로 코벡스 퍼실리티 백신 1000만 명분이, 3월에 화이자 백신 1300만 명분이 차례로 접종된다. 2분기에는 ▲노바백스 2,000만 명분(2분기) ▲존슨앤드존슨·얀센 600만 명분(2분기) ▲모더나 2,000만 명분(5월)의 접종이 예정돼 있으며 이는 정부의 추가 물량 확보에 따라 변동 가능한 사항이다. 국산 백신 또한 개발 중이지만 길어지는 임상시험 탓에 완성까지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접종 첫날인 지난달 26일 가장 먼저 사용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었다. 본래 감염 시 사망 위험이 가장 큰 요양 병원·재활시설 고령층에게 접종할 예정이었으나, 효용성 논란이 빚어져 65세 미만 시설 거주자가 첫 접종 대상이 됐다. 부작용을 통제하기 위해 모든 접종자는 백신 접종 후 15분간 관찰구역에 대기하라는 지침이 마련됐다. 접종 첫날 일부 접종자가 미열과 두통을 호소한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두 번째로 도입된 백신은 화이자 백신으로 하루 뒤인 27일부터 코로나 치료시설 관계자에게 우선 접종을 시작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접종 대상은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우선 방역 목표인 ▲사망자 감소 ▲의료체계와 사회 필수기능 유지 ▲지역사회 전파와 집단 감염 차단에 따라 전 국민을 각각 (가), (나), (다)의 세 가지 그룹으로 나눈다. ▲(가) 그룹에는 노인 집단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성인 만성질환자, 고령자 ▲(나) 그룹에는 의료기관 종사자, 군인·경찰·소방 등 사회 기반시설 종사자 ▲(다) 그룹에는 노인 이외 집단시설 입소자와 종사자, 교육·보육시설 종사자, 일반 성인 등이 포함된다. 각 그룹 구성원은 다시 시급성을 기준으로 1, 2, 3순위가 부여된다.

1순위에 포함되는 130만여 명은 1분기에, 2순위에 포함되는 900만여 명은 2분기에 접종 예정이며 나머지 3,325만여 명은 하반기에 백신을 접종한다. 같은 순위 내에서는 (가)→(나)→(다) 순으로 우선권을 부여한다. 코로나 백신 특성상 모든 접종 대상자는 8주 간격 이내로 백신을 두 번 투여받아야 한다. 유아·청소년과 임산부의 경우 3개 그룹에서 제외되고 백신의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되는 시기까지 접종을 미룬다. 정부는 겨울이 다가오는 11월 이전까지 전 국민의 70%에게 접종을 완료할 예정이며 현재 계획으로는 전 국민 무료 접종이 시행될 전망이다.

 

새롭게 파생된 백신 관련 논란

 

백신 수급 문제에는 까다로운 절차와 더불어 여러 다국적 기업과 국가들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에 백신을 두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발생하리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도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 백신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미국·영국·유럽 연합(EU)·호주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전체 자국민 수 이상의 물량을 확보한 반면, 중·저소득 국가들의 백신 공유를 위해 만들어진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는 10억 회 분량만을 확보하는데 그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저소득 국가 대부분이 코백스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불균등이 매우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공격적으로 백신을 확보해나간 여타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초기 백신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정부의 늑장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백신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불안감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이 1회 이상 접종할 수 있는 백신 물량조차 안정적으로 확보해두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백신을 접종한 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을 넘어서고 백신 접종 속도가 코로나19의 확산 속도보다 빨라진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이제야 본격적인 백신 접종을 준비 중이었다.

그러나 최근 백신 접종에 앞서가던 일부 유럽 국가에서 백신 수급난으로 접종 속도가 현격히 감소하며 백신 레이스의 승자는 아직 판정 지을 수 없게 됐다. 이탈리아는 화이자의 백신이 제때 공급되지 않았다며 법적 공방전을 예고하고 있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무용론을 내세우던 프랑스는 보건부 장관이 직접 홍보에 나섰다.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총 7,9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해 기존 접종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백신 물량 확보 계획 발표와 함께 정부는 국내에 백신이 도입돼도 백신 선택권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그러나 백신 간 예방 효과의 차이가 비교되면서 상대적으로 예방 효과가 높은 화이자 백신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70% 정도의 효과가 있는 반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90% 정도의 효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수치상 차이가 확연히 존재한다고 알려졌다. 이에 일부 국가에서는 임상 데이터 부족을 이유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에 자제를 권고하거나 아예 사용승인을 하지 않고 있다. 일례로 스위스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승인을 거부했으며 이탈리아와 벨기에는 권장 접종 연령을 55세 미만으로 낮췄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을 공동개발한 옥스퍼드 대학 측에서 해당 백신이 고령층에도 효과가 있다는 반박 자료를 발표했음에도 여전히 고령층에는 투여하지 않을 것을 권고한 국가들이 존재한다. 국내 식약처도 65세 이상 고령층에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으며 의사협회 또한 식약처와 동일한 기조의 권고문을 발표했다.

이에 정부도 당초 의료진과 더불어 65세 이상 노인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 대상으로 분류했던 계획을 취소하며 추가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접종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한 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개인이 백신을 선택해 맞는 것이 어렵다는 입장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었다. 정부는 백신 선택권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제표준상 백신 유효성 기준이 50%라는 점을 강조하며 백신 유효성이 50% 이상이면 대규모 접종에서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가 확보한 백신의 유효성이 모두 50%를 상회하기 때문에 유효성이 높은 다른 백신을 선택하는 것보다는 현재 접종 가능한 백신을 빠르게 접종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달 말까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화이자 백신을 차선책으로 삼아 접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도를 넘어선 백신 관련 가짜뉴스 유포

 

백신 관련 논란이 양산되며 사실과 거리가 먼 가짜뉴스 또한 함께 유포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무선주파수인식기술(RFID) 칩을 백신에 삽입해 국민들을 통제하려 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무선주파수인식기술은 주파수를 이용해 반도체 칩에 저장된 정보를 읽어내는 기술로 바코드의 대체품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RFID 칩 관련 허위 주장은 지난 10월 정은경 질병관리청 청장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백신에 RFID 도입을 의무화하겠다고 답변한 뒤 유포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 청장의 발언은 백신의 유통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RFID칩을 백신에 삽입하는 데에 대한 것이었을 뿐, 신체에 삽입하기 위한 칩을 뜻한 게 아니었다.

정부가 백신을 통해 유전자를 변형하려 시도한다는 유언비어 또한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다. 문제의 가짜뉴스는 미국의 한 민간단체가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과 같은 mRNA 백신을 접종받을 경우 유전자 변형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하며 유포되기 시작했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대신 피접종자의 체내 세포 겉모양을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위장시켜 항체를 만들어낸다. 민간단체는 백신에 의해 인위적으로 변형된 사람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mRNA 백신을 통한 유전자 변형은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철우 국제백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mRNA 백신에 들어있는 유전물질은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유전 명령만을 수행한 뒤 자연스럽게 소멸한다”며 주입된 백신의 유전자 변형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같이 신뢰성이 부족한 가짜뉴스 유통에 더욱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보 기능 강화, 공신력 있는 백신 정보 생산 등 강화된 가짜뉴스 대응 종합 대책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갈 길이 먼 백신 접종, 우리의 미래는?

 

백신을 둘러싼 여러 논란과 가짜뉴스 유포 등의 사회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은 지난달 26일을 시작으로 차질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 측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과정에서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을 사전에 엄중히 관리해 안전한 접종을 위한 최선의 방식으로 접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국가 주도 차원에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는 만큼 정부의 책임 의식이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해이해져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들도 정부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방역 의식 미비에 따른 그간의 실수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19 백신이 모두에게 드리운 어둠을 환하게 밝히는 한 줄기 빛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준범·민건홍·최승원 기자
fred00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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