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또 다시 맞은 고비

5월 초 이태원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해 다시 확진자가 급증했으며 이후 곳곳에서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보고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전염을 방지하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한편 등교 강행을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최근 동향을 The HOANS에서 살펴봤다.

 

4월 말에서 5월 초, 국내에서 일일 10명 내외로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며 코로나19의 감소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에 지난달 6일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종료하고 ‘생활 속 거리 두기’로 방침을 전환했다. 일부 생활체육시설, 학원, 종교시설이 단계적으로 운영을 재개하는 등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사회로 하나둘씩 돌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5월 황금연휴 기간을 틈탄 코로나19의 확산을 염려했던 전문가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며 한국은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이태원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해 신규 확진자 수가 30명 안팎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부천 쿠팡 물류센터로까지 감염이 확산해 지난달 28일엔 79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졌다. 이에 이번 집단감염이 코로나19의 두 번째 고비가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태원 클럽 발(發) 집단감염

지난달 2일에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용인 66번 확진 환자를 기점으로 국내 코로나19의 재확산이 우려됐다. ▲클럽에 같이 갔던 지인 1명 ▲직장동료 1명 ▲이태원 클럽에서 접촉한 12명 등 관련 인원들이 줄줄이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집단감염의 가능성에 방역당국은 66번 확진자가 다녀간 6개의 이태원 클럽의 방문자와 접촉자를 중심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했다. 하지만 개인정보를 허위로 기재하거나 현금으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아 방문자의 신원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난항이 예상됐다. 실제로 지난달 13일엔 이태원 클럽 방문자 약 5,500명 가운데 2,500명 정도가 연락이 닿지 않음이 알려져 시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서울시는 최초로 ‘익명 검사’를 도입하며 끝까지 검사에 불응할 시 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강력한 방침을 밝혔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중순까지 당시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검사가 대부분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간이 지나자 이태원 클럽이 아니라 이태원 소지의 주점과 인근 지역인 홍대 주점 등의 유흥시설에서도 확진자가 확인됐다. 이에 방역당국은 4월 말 한 모임에서 감염된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클럽, 주점, 노래방과 같은 유흥시설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젊은 연령층이 흔히 무증상 감염을 보이는 탓에 지역사회로의 감염 확산이 크게 우려되기도 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번 이태원 발 집단감염의 확진자 중 약 30%가 무증상 감염을 보였다.

지난 6일을 기준으로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총 273명으로 집계됐다. 직접적인 클럽 방문자를 통한 확진보다는 접촉자를 통한 감염 규모가 더 크며 6차, 7차 감염 사례까지 확인되고 있다. 지난달 23일엔 부천 쿠팡 물류센터와 관련해 확진자가 발생하자 수도권 지역의 집단감염이 우려됐다. 방역당국은 해당 물류센터의 초발확진자로 꼽히는 인천 142번 확진자가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인천의 학원 강사로부터 4차 감염이 발생한 사례로 추정하고 있다. 감염에 취약한 작업장의 특성상 29일을 기준으로 해당 물류센터와 관련된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서 코로나19 재확산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교회 소모임 ▲다단계 방문업체 ▲탁구장 등 각종 소규모 집단에서의 발병과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흥업소는 문 닫고 대중교통은 문 열고

서울시는 용인 66번 확진자 발생 직후 이태원 클럽 6곳의 운영을 중단했다. 이태원 발 집단감염의 여파는 지난달 9일 서울시가 클럽, 감성주점, 콜라텍, 룸살롱 등 모든 형태의 유흥시설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을 시행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이번에 내려진 집합금지 명령은 두 번째로, 지난 4월 8일의 1차 명령과 형식이나 내용은 같지만 ‘무기한 연기’라는 점에서 더욱 강력한 조치라고 평가된다. 또한 그간 유흥업소를 ▲종교시설 ▲학원 ▲콜센터 등과 함께 고위험 시설로 분류하고 해당 시설들에 일괄적으로 행정명령을 집행해왔음이 지적됐다. 콜센터, 종교시설 등에서는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가 있으나 노래방, 주점과 같은 유흥업소에서는 지속적인 확산세를 이어가는 모습이 관찰되면서다. 질병관리본부는 유흥시설은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환기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이 지켜지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원인을 분석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시설 유형에 따라 방역수칙의 수준과 이행력을 높일 방안을 다르게 마련할 것”이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코인노래방을 통한 감염이 이어지며 지난달 22일에는 서울 시내 모든 코인노래방의 영업도 금지됐다. 유흥시설과 마찬가지로 행정명령 종료 시일은 별도로 정해지지 않았다. 또한 정부는 클럽, 헌팅포차, 노래연습장 등 고위험 시설에 대해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 작성을 의무화해 이용자의 허위 정보 기재로 인한 추가확산을 막을 것을 발표했다.

한편 서울시는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시행함에 따라 대중교통이 6월 중으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 수준의 혼잡을 이룰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13일부터 지하철 1~8호선 열차의 호선별 혼잡도 정보를 제공하는 ‘혼잡도 예보제’를 시행했다. 예측되는 ▲호선별 최고 혼잡구간 ▲혼잡시간대 ▲혼잡도 수치 등을 전날 고지해 시민들의 자발적 분산을 꾀하고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려는 목적이다. 지난달 26일부터는 지하철, 버스, 택시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는 조치도 취했다.

 

드디어 가는 학교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의 여파로 등교일이 일주일 연기돼 결국 지난달 20일 고등학교 3학년부터 등교를 시작했다. 이는 원래 개학일인 3월 2일에서 약 80여 일, 온라인 강의 시행일인 4월 9일에서 약 40여 일이 지난 시점이다. 각 학교는 학부모 투표 등을 거쳐 ▲학년별·반별 격주제, 격일제 등교 ▲원격 수업 병행 ▲오전·오후반 운영 등 밀집도를 줄이는 방안을 택했다. 그러나 등교수업 첫날부터 고3 확진자가 발생해 인천, 대구 등 지역에서 등교 중지 조치가 취해지는 등 순탄치 않은 출발을 알렸다.

지난달 28일엔 지역사회 감염 우려로 등교를 중단·연기하는 학교가 838곳에 달했음에도 교육부는 ▲5월 27일 고2·중3·초1~2학년과 유치원생 ▲6월 3일 고1·중2·초3~4학년 ▲6월 8일 중1·초5~6학년으로 예정된 등교 일정을 순차적으로 강행했다. 다만 지난달 29일 수도권 지역에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특수학교는 전체 학생의 3분의 1 이내만 등교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을 뿐이다.

등교하는 학생들은 교내 방역수칙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하고 발열 검사를 받은 뒤에 수업에 임하고 있다. 교실에서는 시험을 치를 때처럼 책상 간격을 띄워 한 명씩 따로 앉고 칸막이가 설치된 급식실에서 식사하는 등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 7일 방역당국은 “2주간 학생들의 단계적인 등교수업이 실시됐지만 지역사회 감염이 학교로 전파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비쳤다. 한편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여전히 일각에서는 수능을 연기하거나 ‘9월 학기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5월 등교를 이뤄낸 이상 대입 일정과 원칙에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앞으로는?

6월에 접어들며 30~40명대를 보이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6일을 기점으로 50명대까지 치솟았다. 산발적인 집단감염에도 정부는 여전히 ‘생활 속 거리두기’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초·중·고교 등교가 시행되면서 유동인구가 많아졌고 날씨가 더워져 마스크 착용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수에 또다시 대규모 집단감염 사례가 발발할세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감염자가 2곳의 교회 예배에 참석했음에도 수백 명에 달하는 관계자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았던 일은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한 덕분임을 기억하며 각계각층에서 생활 방역 체계를 잘 유지해나가야 할 것이다.

 

 

조수현·박효정 기자

shcho71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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