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상생을 위한 시동을 걸다

카풀, 택시 월급제 등 연일 택시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두 개의 법률안은 택시 시장에 새로운 국면을 가져왔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택시 이슈의 전개와 이번 법률안의 취지와 내용을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변화의 시작을 알리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택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개정 법률안 두 개가 통과됐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택시 사납금 폐지 ▲완전 월급제 시행 ▲카풀 운영 시간 규제의 내용을 담았다.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 각각의 준수 사항에 ‘운송수입금 전액 관리제’가 명시됐고 전액 납부 및 관리가 이뤄질 수 있는 세부적인 규정이 법적으로 마련됐다. 카풀 운영 시간과 관련해서 유상 카풀이 허용되는 출퇴근 시간은 오전 7시부터 9시까지와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로 주말과 공휴일은 제외된다. 함께 통과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은 택시 운송근로자의 근로시간 기준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장관이 규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법안들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1년 넘게 이어진 카풀 갈등의 종결

카풀을 둘러싼 택시 업계와 카풀 업체 간의 갈등은 2017년 11월로 거슬러 간다. 카풀 업체 ‘풀러스’가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도입하며 서비스 확대에 나선 시점이다. 당시 관련법은 출퇴근 시간대에 한해 카풀 서비스를 부분적으로 허용했으나 출퇴근 시간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았다. 풀러스는 유연근무제 적용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음을 내세우며 이용자가 직접 출퇴근 시간을 각각 4시간씩 설정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김태호 당시 풀러스 대표는 풀러스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근로자 중 3분의 1이 이미 유연근무제 적용 근로자인 만큼 유연한 근로 환경에 부합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며 카풀 서비스 허용범위의 확대를 주장했다.

뒤따라 카풀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모빌리티’와 ‘타다’ 등의 플랫폼 역시 같은 논리를 내세우며 사실상 24시간 카풀 시대를 열었다. 택시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대통령 직속 기구인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통해 중재에 나섰다. 그럼에도 작년 8월 택시 업계는 카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하고 단체 파업을 실시하는 등 계속해서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4명의 택시기사가 잇따라 분신하는 사태가 벌어지며 지난 1월 카카오는 카풀 서비스를 무기한 중단했다.

이후 ▲4개의 택시 단체 ▲국토부 ▲카카오 ▲더불어민주당이 모여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이하 대타협기구)를 출범했다. 대타협기구는 지난 3월 ▲택시와 플랫폼 결합한 규제혁신형 택시 출시 ▲카풀 허용 시간대(오전 7~9시, 오후 6~8시) 명시 ▲실무 논의기구 구성 등의 합의안을 도출했다. 대타협기구의 합의안을 바탕으로 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안이 이번에 통과되며 1년 넘게 이어져 온 카풀 갈등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사납금’과 ‘소정근로시간’의 폐지

사납금 제도는 법인 택시기사가 차량을 대여해주는 회사에 하루 동안 벌어들인 수입의 일정액을 내는 제도다. 택시기사가 하루 12시간 근무 후 회사에 내는 사납금은 주간 평균 13만 원, 야간 평균 15만 원 정도이다. 택시 한 대를 혼자서 운영할 경우에는 17만 5천원을 지급한다. 이때 당일 수입이 사납금보다 낮으면 차액은 월급에서 공제한다. 한 달 동안 한 택시기사가 회사 측에 내야 하는 사납금 총액은 400만 원 정도다. 만근하는 경우 받게 되는 기본금 약 120만 원을 제하더라도 한 달에 200~300만 원 정도를 회사에 내는 것이다. 법인 택시기사들은 사납금을 채우고 그 이상의 수입을 내기 위해 운행시간을 늘리는 선택을 한다. 이로 인해 사납금 제도는 오래전부터 택시 노동자들의 처우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돼왔다.

정부는 1997년부터 일반택시 운수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전액관리제, 즉 월급제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관련 판결에서 ‘택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시행요령’은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지침에 불과해 훈령의 법규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택시사업현장에서는 기존의 1일 단위 사납금제 기반의 임금형태가 유지됐고 택시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는 개선되지 않았다. 이번 법안은 이러한 전액관리제 시행에 대한 구체적인 법적 근거를 마련하며 사납금제 근절을 예고했다.

소정근로시간 제도 또한 택시 노동자들의 처우를 어렵게 하던 제도이다. 근로기준법 제58조에 따르면 택시 업종은 실제 근로시간이 아닌 노사 합의에 따른 소정근로시간 제도를 적용한다. 택시 업계는 이 규정에 근거해 실제 근로시간보다 적은 소정근로시간에 대해서만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소정근로시간 축소로 상쇄하는 등 제도를 악용한 사례들이 발견됐다. 지난 4월 택시기사 5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소송에서 재판부는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라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달 6일의 비슷한 취지의 임금소송에서 재판부는 “노사가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하기로 합의한 것은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라 보며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소정근로시간 제도를 악용을 막기 위해 이번 법안은 택시 운수종사자의 근로시간 기준을 운행기록장치와 운행정보 관리시스템을 통해 국토부 장관이 정하도록 규정했다. 택시요금미터 등을 활용해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불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은 제안 이유에 ‘월급제 기반의 임금구조 정착’을 언급하는 등 월급제 시행을 보완하려는 취지를 드러냈다.

기사는 ‘환호’, 회사는 ‘글쎄’

그간 사납금 제도에 대한 택시 노동계의 반발은 거셌다.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며 510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김재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이하 택시노조) 전북지회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번 법안 개정으로 택시 사납금 제도가 폐지되자 택시 노동계는 환호하는 모양새다. 하루 15만 원에 육박하는 사납금이 폐지되고 월급제로 전환될 시 기사 개인의 실제 수익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장의 기사들 또한 법안 개정에 대해 직접적인 환영의 뜻을 드러냈다. 서울에서 16년째 택시를 운행하고 있다는 김진철(56) 씨는 “기존의 사납금 제도는 승차 거부나 난폭운전의 근본적 원인”이라며 “동료 기사들도 대부분 법안 개정을 밝히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반면 법인 택시 회사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안 개정안이 택시 업계 현장과 큰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대타협기구에 참여했던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의 이양덕 상무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사납금이 폐지되면 “택시기사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을 것이고 회사는 경영난에 시달릴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운송사업조합은 월급제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국회 국토교통위에 보내는 등의 모습을 보여왔다.

아직 마침표는 찍히지 않았다

카풀과 택시 사납금 관련 법안이 개정되며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갈등의 종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카풀 서비스와 관련하여 카카오모빌리티-택시 업계 간의 합의는 많은 진척을 보이는 것에 반해 타다 등 기타 업체와 택시 업계 간의 갈등의 불씨는 아직 남아있다. 사납금 제도 역시 개선은 이뤄냈지만 위반 시의 처벌조항을 마련하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고 지적됐다. 두 갈등 모두 갈등 해결의 실마리는 마련했으나 완전한 해결책은 도출하지 못했다. 지속적인 대화를 통한 당사자 간의 합의와 상생 방안 탐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강민정·김민지·박찬웅 기자
khangmj0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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