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서울시 청년정책

작년 청년층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은 서울시 청년대중교통비지원 신청이 5월까지 진행되는 가운데 각종 장학금 및 전월세 지원 청년 정책 공고가 이번 달 발표될 예정이다. 그 수는 많지만 서울시 청년은 세 명 중 한 명만이 알고 있다는 청년정책의 ▲종류 ▲문제점 ▲개선방향에 대해 The HOANS에서 파헤쳐봤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19.9%로 4~50대의 2배 이상이었다. 청년 취업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 추이는 작년 3.5% 수준이었던 데 반해 올해 무려 5% 수준을 지속했다. 한편 정부가 내년 ▲전기요금 ▲가스요금 ▲대중교통요금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해 청년의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할 전망이다. 2021년에 접어들어 2~30대의 세대별 우울 평균 점수와 우울 위험군 비율 수치가 가장 높다고 나타나 청년의 정신건강마저 악화한 듯 보인다.

서울시에서도 청년층의 정신적·재정적 어려움을 짐작해 매년 새로운 청년 정책을 내놓고 있다. ▲금전 ▲주거 ▲취업 등 다양한 부문에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여전히 정책적 구멍이 많다. 서울시에서 월세를 지원받은 경제학과 이원우 씨는 “월세 지원 덕에 자금의 여유가 생겼지만 홍보 부족 때문에 정책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청년정책의 홍보 부족 실태는 이미 언론에서 여러 차례 보도된 바가 있다. 예산이 청년층의 수요에 따라 적절히 투입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돈 앞에 좌절하지 않도록

 

청년정책의 대표적인 유형은 청년을 위한 물질적·금전적 지원이다. ‘청년 대중교통비 지원사업’의 경우 지원 대상이 가장 폭넓은 정책으로 꼽힌다. 올해 신청일인 3월 28일에서 5월 31일 기준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서울시이며, 만 19세~24세인 청년이라면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다. 청년몽땅정보통 홈페이지에서 교통카드를 등록하면 이용 금액의 20%가 최대 10만 원 범위에서 마일리지로 적립된다. 지난해 대중교통비 마일리지를 지급받은 이재윤(경영 22) 씨는 “통학생이라 2022년 한 해 동안 50만 원 정도의 대중교통비 지출이 있었으나 10만 원을 지원받아서 부담이 줄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역세권 청년주택’도 주목해볼 정책이다. ▲만 19세~39세 ▲자동차 미소유 ▲무주택자 혹은 무주택가구인 신혼부부 ▲월평균 소득 요건 부합 ▲본인 총자산가액 요건에 해당한다면 신청 가능하다. 소득이 요건 이하라면 특별공급과 일반공급 모두, 요건 이상이라면 일반공급을 찾아보면 된다. 역세권 청년주택 거주 경험이 있는 홍지희(가교 18) 씨는 “최대 8년까지 거주할 수 있고, 보증금의 절반을 서울주택공사에서 지원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택 입지가 청년의 편의를 고려했다는 점도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이력서에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지난달 9일부터 ‘서울시 청년 일자리 매칭강화 전담창구’가 활성화됐다. 서울시 취업 정책에 참여한 지원자 천 명을 우선 선발하고 나머지 천 명은 따로 신청받을 예정이다. 만 15세~39세에 해당하는 서울시 청년이라면 역량평가를 기반으로 한 컨설팅과 특강을 제공받을 수 있다. 중구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에서 직접 신청하거나 공식 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전담 컨설턴트와 연결된다. 서울시는 청년의 수요에 맞는 기업을 발굴하고 매칭과 사후관리를 실시하기도 한다. 공식 사이트 내의 라이브채용공고에서 기업의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달 안에 ‘서울형 청년인턴 직무 캠프’ 참여자 공고가 올라올 예정이다. 만 18세~34세 서울 거주 청년 약 300명은 실무형 직무훈련과 취업 알선을 제공받을 수 있다. 서울시에서 IT·바이오 등 신산업 유망기업을 모집해 청년인턴 인건비를 제공하고 청년은 해당 기업에서 3개월간 인턴십을 수행하게 된다. 올해 직무 캠프는 ▲경영일반 ▲홍보·광고·디자인 ▲마케팅·영업 ▲글로벌경영 ▲글로벌 마케팅 ▲국제기구 6개 분야에서 신청받아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차가운 현실 앞에 주저앉지 않도록

 

서울시는 청년을 위한 상담 및 심리지원 정책도 운용한다. 대표적으로 ‘서울 영테크 지원사업’이 있다. 만 19세~39세인 서울 거주 청년이라면 배정된 상담사와 평균 2회의 비대면 혹은 대면 상담을 거쳐 상담보고서를 받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청년의 체계적 자산 형성을 목적으로 한 ▲종합 재무 상담 ▲소득지출관리 ▲금융투자상품분석 등 재무 상담 및 금융 교육이 진행된다. 지난해 3월에는 사업 시작 4개월 만에 신청자 1천 8백여 명이 몰렸다. 당시 서울시가 신청자 5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만족도는 96.5%에 달했다.

이외에도 ‘청년 마음건강 사업’과 ‘고립·은둔 청년 지원사업’이 운용 중이다. 신청 대상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9세~39세 청년이다. 서울시는 청년 마음건강 사업을 통해 심층 상담료를 지원한다. 올해는 3·5·7·9월 총 4차례 모집이 진행되며 신청자는 검진 후 최대 10회까지 상담받을 수 있다. 한편 ▲구직 단념 청년 ▲자립 준비 청년 ▲청소년쉼터 입·퇴소 청년 등은 고립 청년 지원사업을 통해 취업 역량 강화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본인이 자주 외출하지 않고 은둔하는 것 같다고 느끼는 청년이라면 은둔 청년 지원사업을 통해 맞춤상담·정서지원 프로그램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청년이 소외된 청년정책

 

서울시는 청년이 직접 정책을 기획하게 함으로써 전문가 집단의 형식적 기획이 대체할 수 없는 정책을 발굴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청년 참여 정책은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이하 청정넷)다. 청정넷은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조직인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과 상호작용하며 정책을 ▲기획 ▲논의 ▲모니터링한다. 주요 사업은 청년자율예산제다. 해당 사업을 통해 청정넷 위원은 한 달간 시정참여교육을 받고 분과회의를 거쳐 정책을 제안한다. 제안이 수용되면 대시민 투표와 공론장을 거쳐 내년 청년정책으로 채택되는 구조다. 청정넷은 ▲청년수당 ▲희망두배 청년통장 ▲청년월세지원 등 대표적인 청년정책을 제안해왔다. 청정넷이 아닌 청년은 상시로 운영하는 ‘청년정책제안통’에 정책을 제안할 수 있다. 해당 제안 정책은 대중 평가와 부서 평가를 거쳐 채택된다.

그러나 청년 참여 정책에 청년이 소외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청정넷의 청년자율예산제 결과로 추려진 12개 정책을 두고 예산 편성 절차로 향하는 정책을 선정하기 위한 대시민 투표가 작년 9월부터 한 달간 실시됐다. 투표 대상이 ‘서울 시민 누구나’였음에도 참여 인원은 총 15,143명으로 서울 시민 중 약 0.15%에 불과했다. 모든 서울시 청년이 참여할 수 있는 청년정책제안통의 경우 공식 플랫폼에서 타 시민에게 공감 50회를 받아야 부서 검토로 진전된다. 그러나 작년 11월부터 지난달 26일까지 제안된 26개 정책 중 가장 많은 공감 수는 14회에 불과해 실질적인 정책 검토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책을 기획하는 청년 측과 이를 검토하는 정부 측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강서구 청정넷에서 공간대여 정책을 제안한 홍지희 씨는 “정책 실현 및 모니터링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고, 정책 제안 이후의 절차에 관한 안내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청정넷에서 정책을 제안하면 ▲접수 ▲검토 ▲공동정책제안과제 ▲최종정책제안과제 ▲최종선정 ▲예산집행 순으로 진행된다. 이 중 청년이 참여하는 절차는 접수와 공동정책제안과제뿐이다. 2023년 청정넷 관련 예산안에 “정책기획, 예산편성, 모니터링 등 시정 전반에 청년참여를 확대”한다는 사업목적을 내세웠으나 모니터링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나와 있지 않았다.

 

청년이 모르는 청년정책

 

잘 알고 활용만 한다면 도약의 디딤돌이 되는 청년정책이지만 ▲지원 대상자 범위의 모호함 ▲홍보 부족 ▲복잡한 절차 등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다. 가장 먼저 청년정책의 지원 대상자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정책마다 지원 대상이 되는 청년 연령 상한이 달라 혼선을 빚는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대중교통비 사업과 역세권 주택 사업의 지원 연령 상한선은 무려 15세 차이가 난다. 통일된 규정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청년정책이 널리 알려지지 않는다는 점도 박한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지난해 3월 헬스경향이 실시한 조사에서 서울시 청년정책에 대한 인지 여부를 묻는 항목에서는 ‘모른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34.7%에 달했다. 청년정책 수혜자인 공과대학 20학번 A 씨도 “청년 정책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이나 정책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만 계속 관심을 가지고 신청을 해 혜택을 보는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에 본지에서는 청년정책 홍보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조사를 실시했다. 먼저 ▲서울시 ▲성북구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등 정책 주관 및 지원 기관의 SNS 페이지에서 청년정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살펴봤다. 서울시 인스타그램에서는 작년 3월 1일부터 25일까지 432개의 게시물이 업로드됐으나 청년정책과 관련해서는 작년에 업로드된 두 게시물 외에 다른 정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인천광역시 인스타그램이 피드 상단에 인천시 청년정책 정보 모음 게시글을 고정해놓은 것과 대비된다.

본교가 소재한 성북구 인스타그램을 살펴본 결과 해당 기간 내에 업로드된 청년정책 관련 게시글은 단 하나도 없었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 [지역지원팀]’ 인스타그램에서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으나 지난달 9일 해당 채널이 서울청년센터 오랑 통합 홍보 채널로 개편된다는 안내 이후 계정 운영은 멈춘 상태다. 오랑 통합 홍보 채널은 지난 3일 기준 개설되지 않았다.

 

알아도 모르는 청년정책

 

복잡한 절차도 청년의 발목을 잡는다. 특히 주거 지원형 정책의 경우 전세임대·매매임대·건설임대 등 유형이 다양해 신청 난도가 높고 제도와 절차도 복잡하다. 역세권청년주택(공공지원민간임대) 주거비 지원 신청 시 필요한 서류를 확인한 결과 ▲임대차계약서 원본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지방세세목별과세증명 서울시 내역 1통 등 미혼자의 경우 6개 자료를 구비해야 했으나 서류 발급 방법에 대한 설명은 제공되지 않았다. 또한 4개 자료는 인터넷 발급이 가능하나 지방세세목별과세증명서 두 통의 인터넷 발급분은 인정하지 않아 구청·주민센터에 직접 방문해야만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주거안심종합센터를 개소하는 등 걸림돌을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주거안심종합센터에서는 주거 상담부터 신청 및 관리까지 복합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청년의 주거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기관이 아니라는 점,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향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예산 배정은 청년의 뜻대로 흘러가는가

 

대부분의 서울시 청년정책은 연례로 진행되기에 일관된 운영 절차를 따르지만 예산은 매년 다르게 책정된다. 2023년도 청년정책 예산안을 살펴본 결과 지원 분야에 따라 증감 추이가 상이했다. 대표적으로 예산이 늘어난 정책은 청년 참여 정책이다. ‘청년참여 활성화 및 서울청년참여기구 운영 지원’ 예산안에 따르면 해당 부문의 사무관리비가 작년 대비 72% 증가했다. 사무관리비는 청년의 ▲시정참여 역량강화 교육 ▲정책 발굴 및 참여 지원 ▲정책 고도화 지원 등에 할당하는 금액이다. 청년의 역량이 성장하고 청년 참여 지원 금액이 증가함으로써 앞서 지적된 청년과 정부 간의 소통 부족 문제가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한편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정책 중 하나인 2023 대중교통비 지원 예산은 77억 5천만 원, 참여자 정원은 15만 명으로 작년 대비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 배당된 금액이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작년 ▲1차 공고 지원자 36,301명 ▲2차 공고 지원자 152,015명, 총 약 19만 명이 지원했다. 2차에서 1차의 약 3배의 청년이 지원한 것이다. 이러한 추세로 보아 올해 청년 수요가 정부 공급을 초과할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나온다.

앞서 소개한 서울형 청년인턴 직무 캠프의 경우에도 예산안을 참고하면 전체 예산의 변동은 없었다. 그러나 사무관리비는 27% 늘어나고 기간제근로자등보수는 14% 줄어들었다. 교육비 및 기타 운영비가 포함된 사무관리비가 증가하면서 ‘국제기구’ 분야가 신설되는 등 교육의 다양성과 질은 향상될 전망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턴지원비에 해당하는 기간제근로자등보수가 대폭 줄면서 인턴 채용 인원은 300명으로, 작년에 비해 50명 줄어들었다. 작년 경쟁률이 약 2대1이었다는 점을 참고하면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원 감축이 옳은 선택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걸음 나아가야 할 때

 

청년 정책이 지원 분야 당 몇십 개씩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청년의 인지도와 참여가 부재한다면 많은 정책은 그저 무의미한 숫자가 될 뿐이다. 정책 홍보의 부족은 가장 필요한 청년이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하며 참여의식과 과정의 부재는 청년만의 시각을 정책에 담지 못하게 한다. 청년의 형편이 여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에 정책에 대한 ▲접근성 향상 ▲청년 참여 과정 활성화 ▲적절한 예산 분배는 장기적인 청년 정책 활성화의 핵심적인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예나·장진형·정지윤 기자

june23107@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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