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비우는 교수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각종 논란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교수의 정치 참여를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일명 ‘폴리페서’ 논란도 그중 하나이다. 조 후보의 말처럼 교수의 임명직 수행은 합법적이고 흔한 이슈이다. 그런데도 이번 논란이 뜨거운 원인과 교수의 정치참여와 관련한 본교의 상황을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정치인과 교수, 그 사이

지난 7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2년 2개월 동안 민정수석직을 수행한 조 후보가 청와대를 떠났다. 곧이어 청와대는 지난달 9일 예상대로 조 후보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사실상 내정돼 있던 7월 31일 조 후보는 서울대에 복직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폴리페서’를 비판했던 조 후보의 과거 발언이 화제가 되며 교수의 정치참여에 대한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 후보는 2004년 서울대 교내 신문인 대학신문에 ‘교수와 정치-지켜야할 금도(襟度)’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해당 글은 “교수가 정치권과 관계를 맺거나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경우에도 지켜야 할 금도는 있을 것”이라며 교수의 정치참여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조 후보는 당시 ▲출마 및 공천을 위해 연구 및 기존 일을 소홀히 하는 것 ▲학사행정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을 비판했다.

과거 글이 논란이 되며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일자 조 후보는 SNS를 통해 “앙가주망은 지식인과 학자의 도덕적 의무”라며 반박문을 올렸다. 반박문은 ▲휴직과 복직이 법률과 학칙에 따른 행위이며 ▲자신의 글이 선출직 공무원을 위한 무분별한 출마를 다뤘다는 점 ▲민정수석 업무는 연구 작업을 실천에 옮기는 앙가주망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대학신문의 글은 교수들의 무분별한 출마, 즉 선출직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러나 학사행정에 차질을 가져온다는 비판은 임명직 공무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내로남불이라는 평이 계속됐다. 대학신문 글에서 조 후보는 교수가 선출직에 당선돼 휴직 시 “해당 교수가 사직하지 않는다면 그 기간 동안 새로이 교수를 충원할 수는 없게 된다”며 공석을 우려했다. 또한 2008년에는 서울대 ‘폴리페서 윤리규정’ 건의문 제출을 주도하며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수 1명이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 4명의 교수가 1년간의 안식년을 반납해야”하고 “대학원생은 갑자기 논문 지도 교수를 바꿔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며 비판한 바 있다. 실제로 서울대는 조국 교수가 퇴임하지 않는 이상 형법 교수를 신규 채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복되는 논쟁, 폴리페서

조 후보는 민정수석 및 법무부 장관 업무 수행을 위한 휴직이 법률과 학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 전 수석에게 적용되는 법률은 교육공무원법 제 44조 3항이다. 해당 법률은 대학에 재직 중인 공무원이 교육 공무원 외의 공무원에 임명될 시 휴직을 신청할 수 있음을 명시한다. 2013년 통과된 일명 ‘폴리페서 금지법’인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선출직 공무원이 된 교원은 직을 사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임명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휴직이 가능함을 규정하고 있다. 서울대 학칙의 경우 교원 인사 규정 제38조를 통해 직무나 그 이외의 사유로 휴직할 수 있으며 휴직 사유와 기간 등에 관하여는 총장이 따로 정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으며 교수의 공직 진출에 관한 사항을 따로 규정하지는 않는다. 조 후보의 휴직 신청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인사위원회의 심의에서 회의 참석자의 과반수가 동의하면 승인된다.

임명직 공무원이 된 교수의 휴직은 조 후보만의 일은 아니다. 조 후보는 지난 1일 SNS에 올린 글에서 “현재 나를 비방·매도하는 일부 언론들은 왜 이하 분들이 휴직할 때는 가만있었는지 묻고 싶다”며 이전 및 현 정부의 교수 출신 공직자 11명의 이름을 나열했다. ▲류우익 전 대통령 대통령비서실장 ▲홍용표 전 통일부장관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장관 등이 해당됐다. 실제로 1기 내각을 기준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3명 ▲박근혜 정부에서 3명 ▲문재인 정부에서 5명으로 적지 않은 수의 공직자가 임명 당시 교수직을 맡고 있었다.

본교도 익숙한 논란

본교 역시 여러 교수가 정치 참여로 학교를 비워왔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장하성 경영학과 교수를 들 수 있다. 1990년부터 본교 경영학과에 재직했던 장하성 교수는 2017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며 휴직계를 제출, 교단에 복귀하지 않고 올 2월 정년 퇴임했다. 본교는 교수의 정계 진출과 관련해 어떤 규정을 가지고 있을까.

본교 교수에게 적용되는 법률 및 규정은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이하 사학법) ▲고려중앙학원 정관이다. 교육공무원법은 앞서 언급한 제44조에서 교수의 임명직 공무원 진출을 위한 휴직을 허락한다. 사학법 제59조 6항 역시 ▲국제기구 ▲외국기관 ▲국내외의 대학ㆍ연구기관 ▲국가기관 ▲재외교육기관 ▲정관으로 정하는 민간단체에 임시로 고용될 때 휴직 신청이 가능하다고 명시해 정무직 진출을 허용하고 있다.

자체 규칙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휴직의 사유는 고려중앙학원 정관 제46조에 13가지 항으로 명시돼있다. 본교 행정실에 따르면 공직 진출에 따른 교수의 휴직 사유는 그 중 ▲4항 “기타 법률의 규정에 의한 의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직무를 이탈하게 될 때” ▲6항 “국제기구, 외국기관, 국내외의 대학ㆍ연구기관, 국가기관, 재외교육기관 또는 정관으로 정하는 민간단체에 임시로 고용될 때” ▲13항 “그밖에 법령 또는 학교규칙으로 정하는 사유” 에 해당한다. 행정실은 정무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6항에 해당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관과 관련해 본교 교수들의 정계 진출이 논란이 된 경우도 있었다. 2008년 경제학과 곽승준 교수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으로, 김병국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으로 휴직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다. 두 교수가 휴직계를 제출했을 때는 정관 제46조 6항에 국가기관 진출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 내용은 이후 개정과 함께 추가됐다.

본교의 공석에 대한 대처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본교 교무팀은 “휴직 당사자를 대신할 교수를 고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휴직을 통해 생긴 공석은 각 학과 내에서 회의를 거친 후 동료 교수가 강의를 대신하거나, 시간 강사 또는 외부 전문가를 초빙하는 방식으로 메우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석 문제, 보완책 마련돼야

조 후보는 SNS를 통해 임명직 공무원으로의 활동은 “나의 평생 연구 작업을 실천에 옮기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불만을 이해한면서도 “훨씬 풍부해진 실무경험을 갖추고 연구와 강의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정치참여가 교수로서의 업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조 후보의 언행불일치 문제와 별개로 교수의 정치참여를 위한 휴직이 과연 비난의 대상인지는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장을 재직했던 이내영 교수의 ‘선거와 투표행태’를 수강한 이 모(정외 18) 씨는 “정치학은 그 특성상 현실을 떼어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기에 학자의 연구 주제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면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오랜 기간 휴식으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 문제를 확실히 짚어야 한다”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문재인 정부는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교수를 고위직 공무원으로 기용하고 있다. 교수의 정치참여로 인해 난처해지는 것은 바로 공석이 생기는 학교와 학생들이다. 어느 때보다 공석으로 야기되는 행정적 문제와 학습권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강민정·장윤서·조수현 기자
khangmj0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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