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

매년 아동학대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학대 아동에 대한 효과적인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학대 아동 보호의 허점에 대해 The HOANS가 알아봤다.

증가하는 아동학대 범죄

지난 1월 친모가 4세 여아의 머리를 프라이팬으로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의정부 4세 여아 사망 사건’과 지난 9월 계부가 5세 의붓아들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인천 5세 의붓아들 살인 사건’으로 인해 아동학대는 또다시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됐다. 그동안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노력이 계속됐지만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게 아동학대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9월 발표한 ‘2018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연도별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해마다 증가했다. 지난 10월 4일 유엔 아동 권리위원회가 한국 사회의 아동에 대한 폭력에 우려를 표한 만큼 아동학대에 대한 법적 규제가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아이들을 옥죄는 재학대

지난 9월 발생한 인천 5세 의붓아들 살인 사건은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인천광역시에 거주하던 5세 A 군은 9월 25일 오후 10시부터 24시간 동안 계부 B 씨에게 지속해서 폭행당해 사망했다. 사망 당시 A 군은 손발이 모두 뒤로 묶인 상태였다. 현재 B 씨는 ▲살인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 특례법) 위반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 5세 의붓아들 살인 사건은 지난 1월 발생한 의정부 4세 여아 사망 사건과 더불어 재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했다. 재학대는 한번 학대당한 아동이 5년 이내에 다시 학대의 피해자가 된 경우를 일컫는다. B 씨는 2017년 A 군과 A 군의 동생을 폭행 후 방임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그리고 1년간의 보호명령 기간 동안 A 군에 대한 접근 제한 처분을 받았다. 의정부 4세 여아 사망 사건의 가해자 D 씨 역시 2018년 C 양과 다른 자녀들에 대한 방임 혐의로 아동학대 상담을 이수 받은 바 있다. A 군과 C 양 모두 아동학대 신고 직후 보호명령을 받아 1년간 아동보호기관에서 생활했으나, 보호명령 기간이 끝난 후 추가적인 연장 없이 가정으로 돌아갔다.

재학대는 전체 아동학대 사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발생한 24,604건의 아동학대 판단사례 중 재학대 사례는 총 2,543건으로 전체의 10%에 달한다. 학대 피해를 본 아동의 10명 중 1명은 재학대 피해자인 셈이다. 하지만 높은 재학대 비율이 무색하게도 가해자가 고소·고발된 사례는 942건으로 재가해 사례의 38%에 불과하다.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 조치 역시 소극적 처치가 주를 이뤘다. 학대 판단 이후에도 계속 가정에서 머문 아동은 무려 6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최종적으로 분리 조치 된 아동은 606명으로 전체의 24%에 불과했다. 아동이 다시금 학대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 가해자와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아동학대 법규는 무용지물?

2013년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칠곡·울산 계모 사건이 발생하자 그동안 적용되던 아동복지법의 문제점을 보완해 처벌을 강화하고 아동을 학대로부터 확실하게 보호하기 위해 2014년 9월 아동학대 특례법이 제정됐다. 아동학대 특례법은 ▲아동학대범죄의 ‘가중처벌’ 규정 ▲아동학대 신고의무 범위 확대 ▲피해 아동의 신속한 보호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아동학대가 증가하고 특히 인천 5세 의붓아들 살인 사건 등 재학대 사건이 거듭 발생하자 여전히 법에 공백이 존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아동학대 사건 중 고소·고발 사건이 낮은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전체 아동학대 사례인 24,604건 중 학대 행위자를 대상으로 고소·고발 등의 사건처리 조치를 취한 것은 7,988건으로 전체의 32.5%에 불과했다. 또한 학대 행위자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루어진 사건 중에서도 법원 판결을 받은 사례는 총 1,725건으로 21.3%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실형을 받는 학대 행위자는 더 적은 셈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의 피해아동보호명령 연장 신청 의무가 강제적이지 않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아동학대 특례법에 따라 피해아동보호명령은 판사의 직권으로 이뤄지지만 아보전 장은 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보호명령이 1년 동안 이어진 뒤 3개월 단위로 그 기간을 연장할 것을 청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보전이 보호명령 연장 신청을 할 책임은 없기에 아보전의 보호명령 연장 신청에 대한 의무감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 5세 의붓아들 살인 사건도 아보전이 보호명령 연장 신청을 했다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학대피해아동쉼터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이다. 학대피해아동쉼터는 지역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아동학대 신고접수 후 현장조사 등을 통해 학대피해로 격리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아동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그 수는 ‘2019년 아동분야 사업안내 2권’에 따르면 2019년 3월 기준 65개소에 불과하며 인력도 원장 1명, 보육사 3명, 임상심리치료 전문 인력 1명으로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에는 굉장히 적다. 아동학대는 늘어나고 있지만 쉼터의 수와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말 학대에서 탈출하려면

최근 몇 년간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큰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국회의원들이 앞다퉈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아동복지법·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발의안은 보건복지부 산하 비영리기관인 아보전에서 담당하던 아동학대 조사와 피해아동보호명령 청구권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 시 또는 구가 직접 ‘아동학대 조사관’을 두어 아동학대 조사 업무를 전담하게 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자체의 행정력을 이용해 지시에 따르지 않는 학대 가해자에 대한 강제력 행사를 용이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학대피해아동쉼터 등 가정에서 분리 조치된 아동을 보호하는 시설의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학대 피해자를 장기간 보호하고 양육할 수 있는 기관이 충분치 않아 다시금 학대에 노출되는 아동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보호사회연구원 김미숙 연구원은 5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쉼터나 보호시설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학대 아동 위탁이 늘어나도록 정부가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며 학대피해 아동 위탁 가정에 대한 정부 지원의 확대를 강조했다.

아동학대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체벌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는 의견 역시 제기됐다. 지난달 3일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발표한 ‘대한민국의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5·6차 정부보고서에 관한 최종견해’는 직간접적 체벌을 금지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체벌 금지 권고는 1996년 발표된 제1차 견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법률에 반영되지 않은 사항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같은 달 17일 공개 성명을 통해 “정부가 아동권리위원회의 우려를 해소하고 권고를 이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며 정부의 실질적 대처를 주문했다.

아동학대 범죄를 막기 위한 촘촘한 법망의 필요성

아동을 학대로부터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아동학대 특례법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법과 제도가 미비하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재학대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후관리에 대한 법망을 촘촘히 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된다. 더불어 아동학대에 대한 낮은 고소·고발도 비판의 대상이다. 아동이 실질적으로 보호받기 위해 법의 공백을 줄이고 고소·고발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금 힘을 얻고 있다. 여러 번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아동들을 학대와 재학대로부터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안전망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은서·장윤서 기자
oos0309@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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