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사회의 현재를 고민해야 할 때

지난달 29일 다감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가 사퇴하면서 3년 만의 경선으로 기대를 모았던 제51대 총학생회장 선거가 또 단선으로 끝났다. 최근 경선을 치른 선거는 제48대 총학생회장 선거가 마지막이다. 특히나 다감 선본이 ‘후보자에게 가해진 심각한 인신공격’을 사퇴의 주된 원인으로 꼽은 가운데 선거를 둘러싼 학생사회 내부의 문제에 관해서도 논의가 일고 있다. 이에 계속되는 단선, 학생사회에 대해 줄어든 관심, 선거를 둘러싼 윤리 문제 등 새로이 재고되는 문제들을 짚어봤다.

다감 선본의 사퇴는 지난달 29일 오후 4시 반경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에 제출된 후보자사퇴신고서가 동일 저녁 회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수리되며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회의에서 부후보 이재열(언어 16) 씨는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과 혐오발언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선거를 진행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완곡하게 사퇴 사유를 밝혔다. 이어 12월 4일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입장문을 게시해 “후보자가 감수해야 할 것은 비판이지 인격과 외모에 대한 힐난이 아니다”라며 최근의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호소를 남겼다.

실제로 총학생회장 후보자 등록이 완료되기 전부터 고파스와 에브리타임을 비롯한 학내 커뮤니티에선 다감의 기조와 정후보 윤정인(정외 15) 씨를 겨냥한 구설이 일었다. 그 가운데엔 윤 후보의 단과대 학생회장 당시의 행적이나 2015-1학기 ‘사고와 표현’ 커닝 논란과 관련해 후보자 윤리를 다룬 논의 외에도 바람직한 담론의 경계를 넘어선 과도한 인신공격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중선관위 역시 다감 선본의 사퇴를 결정하는 회의에서 “정책 중심의 건강한 선거를 지향한다”며 “후보자를 비방하거나 타인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비춰지는 언행을 한 번 더 주의해달라”는 부탁을 남겼다. 공직에 출마하는 후보자가 갖춰야 할 자질과 별개로 일부 유권자들의 도를 넘어선 발언들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밖에도 함께 고군분투한 여타 선본원들과의 상의 없이 갑작스럽게 사퇴가 결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다감 선본의 사퇴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겼다.

다감 선본을 둘러싼 논란과 별개로 총학생회장 선거가 3년 연속 단선으로 진행됐다는 사실은 학생사회의 불안정함을 보여줬다. 총학생회장 선거뿐만이 아니다. 강민현(건축 14) 씨와 박영재(한사 15) 씨가 제작한 본교 총학생회 산하기구 선거 결과 통계에 따르면 단과대/과반 학생회장 및 애기능동아리연합회 등 크고 작은 기구 83개 가운데 이번에 단선이 치러진 곳은 44개에 달한다. 경선을 치른 곳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화공생명공학과 ▲노어노문학과 ▲영어교육과 등 4개 학과에 불과하며, 21개 단과대/과반에서는 후보가 없어 선거가 무산됐다.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가 확정된 단과대/과반은 ▲당선 후 선본 사퇴 ▲투표율 미달로 무산 ▲득표율 미달로 낙선 ▲등록 후보자가 없는 경우를 모두 포함해 27개에 이른다. 14개 단과대/과반이 비대위 체제였던 2016년, 18개 단과대/과반이 비대위 체제였던 2017년에 이어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1학년 때부터 학생회에서 일했다는 A 씨는 “비대위는 정식 학생회와 달리 대표성이 결여됐다”며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단과대/과반을 볼 때마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단선 및 비대위 수가 보여주듯 이제 학생사회의 침체는 명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학생사회에 종사할 인력도, 학내 구성원의 관심도 부족한 실정이다. 새로 당선된 문과대 모 학과 학생회장은 “학생사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집행부를 구성하는데 자원하는 사람들이 적어서 국장을 해줄 수 있는지 직접 알아보고 다닌다”는 상황을 전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학생자치적인 과반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염려 또한 내비쳤다.

저항의 대상이 뚜렷했던 이전 학생사회와 달리 현재는 구성원의 공통된 의제를 발굴하기가 어렵다.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7-80년대와 비교해 대학 시절을 보내는 방식이 달라지면서 학생회에 요구되는 사안이 복지 중심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학과 단위 선본으로 활동했던 18학번 B 씨는 “학생회비를 내는 이유는 이념 싸움이 아니라 복지 혜택을 누리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보편적이다”며 오늘날의 학생회가 과연 정치적인 집단으로 남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최근 학생 사회는 소수자 존중, 여성주의 등을 기조로 설정하고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항해 지지를 얻고 있지만, 그 방향성과 실현 방안에 대해서는 구성원 간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침체 극복을 위해 학생사회의 존재 의의와 방향성을 원론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재은·박지우 기자
je823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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