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회] 내가 꾸미는 이유

여러분은 무엇을 위해 꾸미는가? 필자는 어느 날 친구 A와 길을 걷다가 최근 연애를 시작한 친구 B를 마주쳤다. 그런데 B가 한껏 꾸민 게 아닌가. B와 헤어진 후 필자는 A에게 “B 오늘 데이트가나 봐”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에 A는 꾸미는 이유가 꼭 남자친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아닌데 네가 어떻게 아냐며 반문했다. 이 말은 필자를 굉장히 부끄럽게 만들었다. 필자도 기분전환을 위해 평소보다 화장에 좀 더 공을 들인 날에 ‘오늘 미팅 가냐’는 장난스런 말을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필자는 ‘나는 왜 꾸미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그 고민의 내용을 써 내려가고자 한다.

필자는 꾸미는 걸 좋아한다. 고등학교 때는 교복과 운동복만 입거나 대체로 부모님의 취향에 맞춘 옷을 입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해보고 싶다는 내면의 욕구가 항상 있었던 듯하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처음으로 직접 옷을 사고 화장이란 걸 해봤다. 스타일링에 따라 모습이 자유자재로 바뀌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필자는 단조로웠던 고등학교 시절의 한풀이를 하듯 유행하는 옷을 따라 입어보기도 하고 꽤 도전적인 스타일을 시도해보기도 했다. 꾸미는 데 재미를 들인 것이다. 필자는 아침마다 그날 날씨와 일정을 고려한 몇 가지 코디를 구상하고선 실제로 여러 코디를 한참 입었다 벗었다 하면서 제일 잘 어울리는 코디를 고민한다. 화장도 여러 번 지웠다 덧그렸다 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 그러나 이는 전혀 귀찮고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필자는 꾸민다는 건 오로지 본인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행위이므로 본인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필자의 만족을 위해 꾸민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필자가 꾸미는 데는 이러한 이유만 있는 건 아니다. 옷과 화장은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필자는 옷을 고르는 과정에서 ‘학교에 이걸 입고 가는 건 너무 과하지 않을까?’, ‘이건 평소 내 스타일과 다른 것 같은데’와 같은 생각을 하며 다른 사람의 반응을 필수적으로 고려한다. 만약 필자가 정말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면 이런 고민 없이 필자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꾸몄을 터이다. 그래서 필자가 꾸미는 이유에는 순전히 스스로 꾸미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도 있지만 동시에 남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욕망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오로지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이유만으로 겉모습에만 집착하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 꾸밈이란 행위는 밑 빠진 독과 같아서 아무리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부족한 부분이 보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옷을 아무리 사도 유행은 또 바뀌고 본인의 취향 또한 계속해서 바뀐다. 화장품 종류는 얼마나 많고 또 화장법은 얼마나 다양한지!

이는 필자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각이기도 하다. 대학교 입학 초기에 남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던 필자는 유행에 맞춰 옷을 입고 화장하는 데만 힘을 쏟으며 과제와 공부는 뒷전으로 미뤄두곤 했다. 당연히 성적도 낮았다. 한때는 나 자신을 꾸미는 행위가 나를 위하는 길이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꾸밈보단 과제와 공부에 몰두할 때 스스로 느끼는 성취감이 더욱 크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꾸밈’은 자신을 사랑하는 방식 중 하나이며 자신의 개성을 표시하고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아주 확실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남들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해 해야 할 일을 내팽개치고 꾸미는 데만 시간을 쏟는 게 아니라면 꾸미는 게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든,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든 어떤 것도 잘못되지 않았다는게 필자가 내린 결론이다. 바야흐로 개성의 시대다. 여러분들도 본인이 왜 꾸미는지 이유를 한번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조유솔 기자

202215001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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