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회] 따릉이로 세상을 보다

본 기자는 고향을 떠나 혼자 서울에서 지낸 지 햇수로 4년째다. 고향에는 한 학기에 한 번 내려갈까 말까다. 그러다 보니 고향 친구들은 대체 서울에 살아서 좋은 점이 무엇이냐고 묻곤 한다. 그럴 때마다 본 기자는 서슴없이 한강을 제일로 꼽았다. 한강은 따사로운 햇살 아래 돗자리를 펴고 친구들과 배달음식을 먹는 이색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따릉이’로 답변을 바꿨다. 한낱 자전거 따위가 세상을 보는 방법을 가르쳐줄 줄을 어떻게 알았겠는가.

처음 따릉이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학기 초 술자리에서였다. 한 친구가 자기는 따릉이를 타고 통학을 한다는 것이다. 따릉이를 몰랐기에 친구가 자신의 자전거를 애칭으로 부르는 줄로 오해했었다. 나중에야 따릉이가 2015년부터 시행된 서울시 공공자전거 서비스라는 것을 알게 됐다. 실제로 따릉이를 타겠다고 마음먹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언제 마지막으로 탔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자전거가 두려웠던 것이다. 따릉이 대여소 앞에서 혼자 쩔쩔매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친구를 졸라 이번 방학이 돼서야 겨우 따릉이에 입문하게 됐다. 다행히 몸은 자전거를 능숙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웬만한 거리는 따릉이로 오갈 정도로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

자전거 손잡이를 잡으면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보행자나 차와 부딪히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실감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덕분에 오감이 생생하게 깨어나 마치 세상과 마주하는 듯하다. 우선 매일 휴대폰만 보며 지나가느라 몰랐던 길거리의 특색 있는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사거리에서 일정한 순서에 따라 신호등이 켜진다거나 마주 오는 사람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암묵적으로 우측으로 걸어간다거나 당연하게 여겨온 사회의 일정한 체계를 인식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경치뿐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도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장돼 ‘무슨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일까?’, ‘둘은 무슨 사이일까?’, ‘어디로 급하게 가고 있는 것일까?’ 등의 질문을 만들고 혼자 답을 추리하는 맛이 쏠쏠하다. 따릉이로 알바를 하러 가는 평일 4시에 종암동 길거리에서는 바구니를 들고 야채가게에서 흥정하는 아주머니와 아이, 폐지 줍는 할머니, 편의점에 택배를 나르는 아저씨 등 다채로운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평상시에 우리는 당장 주어진 할 일들과 일정을 처리하기 급급해 개개인을 중심에 두고 살아간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조차도 대부분은 대학 동기, 직장 동료 등으로 유사한 생활방식을 살아가는 사람들로 한정돼 있다. 익숙한 환경에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이들과 대화를 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때로는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우리가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정체성 또한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 기자가 최근 깨닫게 된 사회의 모습은 세상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과 위치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어 알맞게 돌아가는, 더불어 사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따릉이는 감히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주위 세상을 살펴보고 감사함을 갖게 해주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고 자부한다.

본 기자는 원래 가까운 약속장소일수록 선호했다. 하지만 요즘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가는 길이 평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따릉이 여행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와 자전거를 타기에 최적의 시기이다. 더 추워지기 전에 자전거 페달을 밟고 어떤 세상이 앞에 펼쳐질지 모르는 설렘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조수현 기자

shcho71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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