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은 어떤 날일까. 하루종일 집에서 누워있거나 별 생각 없이 동네 친구와 약속을 잡아 쉬는 날 정도가 해당할 것이다. 이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보며 누군가는 게으르다고, 열심히 살지 않는다고 비난할지 모른다.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 비난의 대상이 된 오늘날, 필자는 노력하지 않는 날의 필요에 대한 변론을 해보고자 한다.

언제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을까. 또 언제부터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사실로 비난을 받게 됐을까. 우선 우리는 왜 열심히 하지 않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일까. 어렸을 때는 단순히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성공할 것이란 환상의 메시지를 어른들이 입력해줬다. 성공에 있어서 운과 같은 불확실한 요인보다는 노력이라는 확실한 요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우리는 노력에 지나치게 많은 가치를 부여해 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여러 사람을 알게 되면서 느낀 한 가지는 노력은 결코 성공의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는 분명히 있다. 그동안 믿었던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에 배신당한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노력하고도 성공하지 못한 일이 있을 때 우리는 실패의 원인으로 자신의 노력이 부족했다며 자책하곤 한다. 이런 생각은 ‘노력을 해도 실패할 수 있다’라는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가 아닐까. 결과적으로 실패의 모든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분명한 것은 실패했을 때도 노력을 했다는 사실이다. 노력이란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애를 쓰는 것을 말한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몸과 마음을 피로하게 한다. 그런데 단순히 실패했다는 이유로 노력이 부족했다고 함부로 말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몸과 마음은 이미 지쳐있지만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 노력은 제대로 된 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이런 결과는 지쳐있는 마음을 더욱 지치게 만들 뿐이다.

필자는 우리가 자신이 한 노력을 과소평가하며 몸과 마음을 무리하게 혹사시키는 모습을 보며 휴대폰 배터리가 떠올랐다. 배터리를 관리하지 않은 채로 오래 내버려두면 배터리의 수명이 줄어들게 돼 충전을 하더라도 방전이 더 빨리 일어난다. 이는 우리의 몸과 마음이 지쳐 무기력함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배터리와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이제는 노력이 성공의 충분조건이라는 지나치게 포장된 가치를 조금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어떤 일을 실패한 이유는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때 운이 좋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면 항상 무엇인가를 위해 열심히 살아오지 않았나. 독자들도 스스로 인정했든 아니든 노력한 때가 분명 있을 것이다. 노력해서 기분 좋게 성공한 때도, 씁쓸하게 실패한 날도 있었을 것이다. 실패는 결과일 뿐 우리가 노력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음을 기억하자. 그리고 그동안 열심히 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위해 하루 정도라도 죄책감 없이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권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선언하고 실천하는 것은 게으르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다시 새로운 노력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배터리가 방전되기 전에 충전하며 배터리를 관리하듯, 무기력에 빠지기 전에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쉬고 있는 자신에게 죄책감을 안기는 대신 수고했다는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는 것도 잊지 않길 바라며, 당신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응원한다.

김동현 기자
justlemon2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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