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회] 자사고 폐지가 우선일까

이달 7일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2025년 3월부터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서 “이 학교들로 인해 유형화된 고교체제는 설립 취지와 다르게 학교 간의 서열화를 만들고 사교육을 심화시키는 등 불평등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들이 전환된다면 선발과 배정은 현재 ‘선 복수 지원 후 추첨 배정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일반고와 동일하게 운영된다. 반면 학교의 명칭과 특성화된 교육과정은 기존과 같이 유지할 수 있다. 과연 자사고 폐지가 진정한 학교 서열화 해소를 위한 답일까?

이 문제에서도 역시 여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자사고 폐지는 부모의 능력이 자녀 입시 구조를 바꾸라는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라며 자사고 일괄 폐지를 반겼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 또한 “정부가 불평등 해소 차원에서 결단한 것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본인 자식들은 자사고 특목고에 다 보내더니 국민들의 기회만 박탈한다”고 비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사고를 폐지한다는 것은 어렵게 쌓아 올린 지역 교육을 무너뜨릴뿐더러 학부모 선택권, 설립자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시행령 개정으로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이러면 정권이 바뀜에 따라 정책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자사고가 고교 서열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일반고보다 자사고에 가고 싶은 학생이 많은 것은 사실이며 더 많이 사교육비가 든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의 자사고 ‘일반고화’의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교육부 설명을 보면 일반고로 전환되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학교 명칭과 특성화된 교육과정은 기존과 같이 유지된다고 했다. 결국에는 여전히 학부모와 학생들이 이 학교를 찾을 것이고 지위는 유지될 것이다. 게다가 일반고의 선발 방식인 지원 후 추첨 배정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제는 면접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를 준비하게 될 것이다. 고교 서열화를 막고 싶다면 자사고 폐지보다 일반고의 발전이 우선시 돼야 한다. 그에 앞서 자사고부터 일괄적으로 폐지한다면 결국 그 ‘일반고’들이 인기 많은 학교가 돼 학군을 형성할 것이다.

잦은 입시 구조의 변동 또한 학부모와 학생들을 더 힘들게 할 뿐이다. 정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사고 단계적 폐지를 주장했다. 단계적 폐지가 힘들어 보인다고 해서 바로 일괄적 폐지로 가는 것은 그저 혼란만을 줄 뿐이다. 이마저도 얼마나 지속할지 모른다. 자사고의 일괄적 폐지 시기는 2025년이다. 만약 그사이 정권이 바뀐다면 이 정책이 유지될 수 있을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같이 바뀌는 입시제도는 그 당사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을 헷갈리게 한다. 당장의 여론에 맞춰서 교육 정책을 바꾸기보다는 앞으로의 교육에 있어서 더 나은 방법을 심사숙고하고, 점진적으로 진행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사고는 폐지돼야 한다. 고교 서열화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자사고라서가 아니다. 단지 그 학교가 학생들을 좋은 대학에 더 많이 보냈을 뿐이다. 서열화는 초등, 중등, 고등 교육 어디든 존재한다. 고교 서열화를 끝내기 위해서는 결국 대학 서열을 포함한 모든 교육에서 서열화가 없어져야 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학교 간에 있어서 불평등을 최대한 해소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번 정책은 순서가 잘못됐다. 일반고를 키우지 않은 채로 자사고, 국제고, 외고를 일반고로 전환해버리면 결국 그 학교들은 그 지위를 유지할 것이고 불평등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우선일까.

황제동 기자
hhjd2000@korea.ac.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