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이 허심을 끝으로 호안스에서의 4학기에 마침표를 찍는다.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2년이 흘러 이제 월요일 저녁 7시 일정이 공란으로 회귀함에 기분이 이상하다. 마냥 후련할 줄 알았던 마지막인데 그렇지도 않은 걸 보면 아쉬움이 남는지도 모르겠다. 종착지에 이르러 지나온 길을 돌아보건대 ‘호안스 내게 큰 울림을 남기리라’

나는 왜 호안스에 지원했을까. 기자가 되고 싶었던 것도, 정의로운 사회 구현 같은 원대한 목표가 있던 것도 아니었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전염병의 역풍으로 집구석에 박혀있었던 지난겨울. 호안스 새터호에 마음을 빼앗겼던 건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었으리라. 고작 한 단락 남짓한 잉크였지만 서로를 소개하는 그 다정함이 참 좋아 보였다.

짧은 고민 끝에 덜컥 입사를 결심한 탓인지 4학기 동안 기자 생활은 쉽지 않았다. 아니, 버거웠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침체한 학생 사회 속 자치언론의 보도부장. 그 자리가 무겁게 다가왔던 순간이 많았다. 한적한 공청회 현장과 가판대에 고스란히 남겨진 월호를 들여다볼 때면 무력감을 마주하기도 했다. 기자의 소임을 다하기에도 벅찬 시간이었음에도 자꾸만 피어오르는 회의감에 나는 몇 번이고 침전했는지.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실 모든 일의 출발점에서 스스로에게 던져온 질문이었지만 내리막길을 걷는 학내 언론사의 일원으로서 유독 아프게 들렸다. 정경관 118호 저 자그만 방 안에서 기사에 대한 치열한 고민은 계속되는데 아무도 그 열정을 몰라주는 것 같았다. 인터뷰이의 한마디에 그간의 수고가 녹아내리다가도 냉소적인 시선에 괜히 움츠러들기를 수백 번. 셀 수 없는 담금질에 굳은살이 생길 무렵, 퇴임을 앞둔 이제야 나름의 해답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답답함은 성과주의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기인했다.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좇다 보니 가시적인 변화로 직결되지 않는 기사를 붙잡고 있을 때면 괜히 마음이 상했다.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성과로 직결되지 않는 노력은 그 의미를 잃어버리기 쉬우니 말이다. 내가 따져왔던 의미가 그저 결과에 지나지 않았음을. 효율이란 명분 속 어리석음에 몰두해왔음을. 이제는 알겠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훨씬 많다. 대가 없는 인터뷰에 마음을 담아 답변하는 사람들, 다양한 모습으로 흘러가는 삶과 그 안의 감정들, 옳고 그름, 이념과 가치. 호안스가 추구해 온 진실 또한 마찬가지다. 정확한 수치로 환원되는 결과에는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기 마련이겠지만 그 화려함에만 눈이 멀어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다. 바로 사회에 변화가 꾸려지기까지 보이지 않는 수많은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내게 호안스는 언젠가 반드시 비칠 그 그림자를 좇았던 시간이었다.

매주 반복되는 긴 기사 회의 끝에 도달한 합의점을 누군가는 비웃을지 모르겠다. 그 사소함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따져 묻는 이들에게 이제는 답할 수 있을 듯하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그 마음은 직관적으로 보이지 않는 순간이 더 많지만 묵묵히 전진하는 중이라는 그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당장 변화가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옳다고 믿는 기사를 쓰면 그것으로 족하리라.

나는 이제 이곳을 떠나지만 앞으로도 호안스는 계속될 것이다. 지금껏 호안스를 지지해온 그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호안스, 진실을 향해 도약하라!

 

유민제 기자
estrella00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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