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회] 진정한 ‘나’를 찾아서

고려대학교에 입학한 지 어언 1년이 다 돼 간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각종 행사들과 대면 수업이 취소돼서 꿈꾸던 대학 캠퍼스 생활은 물 건너갔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나는 대학 활동에 많이 참여하려고 노력했다. 정경대학 신문사에 입사해서 기장도 맡아보고, 집행부 국원에 지원해서 외반 사업을 기획했으며, 얼마 전에는 20학번 부대표에 당선되기도 했다. 안암학사에 거주하면서 사적으로 여러 과 동기들과 만났고 선배들과 조금의 인연이라도 생기면 바로 연락해서 밥약을 했다.

내가 이렇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들은 “원겸이는 대학 라이프를 제대로 즐기고 있구나”라며 가볍게 넘기곤 한다. 솔직히 그들 말대로 대학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굉장히 즐겁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정말 즐겁고 보람차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금껏 살아온 20년 동안 인간관계는 나에게 언제나 어려운 주제였다. 초등학교 때까지 나는 굉장히 거만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삼남매 중 막내로 자라다 보니 철이 없었고 모든 이들이 나를 좋아해줄 거라고 믿은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이런 행태는 다른 친구들에게 상처를 줬고 초등학교 5학년에는 반 친구들이 나를 따돌리기도 했다. 다행히 친구들과 화해하긴 했지만 이 일은 나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이후 나는 행동이 매우 소심해졌고 말수도 적어졌다. 다른 사람과의 다툼을 최소화하기 위해 언제나 웃는 표정을 유지했다. 처음에는 굉장히 답답했지만 점차 익숙해지니 어느새 김원겸이란 사람은 ‘조용하고 착한 친구’ 이미지가 돼 있었다. 덕분에 초등학교 때처럼 다른 친구들과 싸우거나 따돌림당하는 일은 없었고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었다. 그렇게 조용하고 착한 사람으로서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고,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생활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폭풍 같던 입시가 지나고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많아지자 문득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이게 진정한 나일까? 단순히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일념하에 만들어진 내가 아닐까? 고등학교 친구들과 여러 번 술자리를 가지면서 이 생각은 점점 더 명확해졌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있을 때면 계속해서 스스로를 검열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 것이다. 물론 그들도 나에게 소중한 친구이고 만나면 정말 반갑다. 그러나 그들을 대하기 위해 내가 만든 틀에 갇힌 나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몸은 자랐지만 아직 정신은 초등학교 때의 트라우마에 갇혀 있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대학에서만큼은 이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남의 말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태도로 평생을 살고 싶지 않았고, 내 모습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의 이런 마음가짐은 현재 대학에서의 나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중,고등학교 때의 나는 무조건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얹도록 들어왔다. 그래야만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 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나 또한 좋은 대학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그 이유는 지금껏 숨겨오는 데 급급했던 나의 내면을 좀 더 넓은 곳에서 표출하기 위함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나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아직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이 어색하고 실수도 잦지만, 과거의 답답함은 사라졌다. 이제는 심지어 고등학교 친구 몇몇에게도 나의 내면을 조심스럽게나마 드러낼 정도로 발전했다. 코로나19 시국, 사람들과의 만남도 적고 집이나 기숙사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동안 강의에서 배운 것보다도 나는 훨씬 성장할 수 있었다. 첫만남 때 나를 살갑게 대해준 동기들, 실수를 많이 해도 이해해주고 도와준 동아리 선배들, 내 진심을 낯설어하면서도 받아준 고등학교 친구들 모두에게 고맙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들 모두 앞에서 당당해지고 싶다.

 

 

김원겸 기자

2020150077@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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