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심탄회]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유난히도 길게 느껴진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침체한 학생사회에 참여하는 것이라곤 이곳 호안스뿐이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보도부를 이끌리라 다짐한 지 1년이 돼 간다. 처음 보도부장으로서 역할을 시작할 때를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이 역할과 책임을 던져버리고픈 마음뿐이었다. 주제에 자유로운 자치언론이라는 허물 속 명목적인 유인책도 없는 환경에서 비판적인 언론의 일원으로 소임을 다하기란 솔직히 어려운 일이었다.

기본 서너 시간의 회의와 매달 수 천자의 기사를 작성하는 와중에 호안스에 애정을 갖기는 쉽지 않았다. 다음 기사, 다음 회의, 다음 일정에 시달리다 보니 어떤 기사를 써야 할지를 고민해도 결론보다 걱정이 앞섰다. 어떤 기사를 쓰던 번지는 잉크가 몰고 올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만두고픈 마음과 포기하고픈 생각은 걱정에 지칠 때마다 찾아왔다. 능력과 생각에 비해 참 무거운 책임이었음을 다시금 느끼는 듯하다.

이렇듯 4학기라는 기간을 끝까지 호안스에 남기엔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마침표를 찍을 날을 바라볼 수 있음에 다행일 뿐이다. 언제든 포기할 수 있을 듯한 위태로운 생각을 가졌지만, 마지막까지 마치고 갈 수 있는 데는 어떠한 무언가가 확실히 있었다. 단지 비겁해지고 싶지 않은 마음, 그뿐이다. 내리막을 걷는 학내언론의 역할, 그 와중에 소규모 자치언론에 함께하기가 쉽고 간단하리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어려움을 알고 선택한 길이 정말로 어려워서, 힘들어서 포기한다는 말이 다소 비겁하게 느껴졌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결과와 책임, 그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 선택한 일에 대해 이것조차 감당하지 못한다면 자신에게 당당할 수 있을까. 책임은 자유로운 선택에 따르는 당연한 결과였고 그에 필요한 노력은 감당해야만 했다. 노력만으로 책임을 다 질 수는 없지만 책임을 지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절실하게 느낀 때이다.

자치언론의 기자로서 어떤 기사를 써야 할지에 대한 해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기사를 부끄럽지 않게 쓰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이전 보도부장들은 기자와 보도부의 역할에 대한 절실한 고민과 나름의 해답을 찾아왔다. 그들에 비해 열정도 능력도 부족한 이번의 보도부장은 여전히 무엇을 기사로 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결론짓지 못했다. 1년간 책임을 맡으며 단지 알량하게 매듭지은 결론이라 함은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최소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정도다.

학생사회의 공익을 이바지하는 자치언론 구성원으로서 사명감에 훌륭한 기사를 쓰겠다는 생각은 보다 멋진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슬프게도 이러한 마음가짐에 미치지 못한 나이기에 기자로서 전해줄 수 있는 말이 있을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앞으로 인생에서 가장 작은 책임이지만 고등학교를 막 벗어난 우리에게 그리 만만치 않은, 대학생으로서 자치언론 기자로서 맡은 일을 부끄럼 없이 끝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어떤 곳을 떠날 때 미련이 남는다면 그곳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음에 약간의 후회가 남은 것이리라. 그런 점에서 호안스를 떠나는 마음은 후련하다. 부족한 부분은 차고 넘쳤지만, 그 모든 것이 능력의 최선이었고 어떻게 책임을 다할 것인가에 대한 처절한 고민은 스스로 부끄럽지 않도록 한 최선이었다. 이 글을 끝으로 호안스는 대학교 1, 2학년의 애증의 대상으로 남게 될 것이다. 부족한 점 많은 한 기자에게 마무리를 지으며 바라는 점이란 그리 거창하지 않다. 한 점 부끄럼이 남지 않았기를.

김동현 기자
justlemon22@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