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虎眼) – 10월과 합일하다

지난달의 주요 사건을 소개하는 코너 호안(虎眼)입니다. 평년이었다면 고연전과 축제 열기로 뜨거웠을 가을입니다. 비어있는 캠퍼스가 유달리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날카로운 호안은 여전히 독자님들과 함께 세상을 조망하고 있습니다. The HOANS 취재부가 주요 이슈 4가지를 선정해 독자님들께 전해드립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국가통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연합국가 창설을 위한 28개의 로드맵에 합의하면서 양국의 국가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9일 푸틴은 루카셴코와 정상회담을 갖고 이와 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경제적 통합을 먼저 추진한 후 정치적 통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양국은 이에 따라 법률 단일화와 단일 금융 시장 조성 및 산업·농업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또한 두 나라는 2023년까지 단일 가스시장을 조성하기로 했다. 양국은 소련 해체 후 벨라루스가 경제난에 빠지자 1999년에 양국은 연합국가를 지향한다는 조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두 나라 간의 이해관계가 좀처럼 맞아떨어지지 않았고 관련 논의는 20년간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상황이 급변한 건 지난해에 벌어진 벨라루스 민주화 운동부터다. 작년 8월에 열린 대선에서 부정선거 논란이 일자, 국민들은 루카셴코의 퇴진을 요구하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열었다. 시위 탄압으로 인해 서방의 제재까지 가해지자 정치적 위기에 몰린 루카셴코는 급히 푸틴에게 손을 내밀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차관 6억 4000만 달러를 제공키로 하면서 국가통합을 청구서로 내민 격이다.

미국의 국제방송인 라디오 프리 유럽은 “러시아가 루카셴코의 취약성을 이용해 강력한 양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라면서 벨라루스의 주권이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벨라루스의 야권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들은 인구도 적고 국력이 약한 벨라루스가 국가통합을 명분으로 러시아에 흡수 통일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방도 러시아의 팽창적 행보를 주시함에 따라 주변 정세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과연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국가통합 논의가 어떤 여파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파산 위기의 헝다그룹

 

지난달 23일 중국 2위 부동산개발업체인 헝다그룹이 만기 예정된 8,350만 달러의 달러표시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폴트 우려로 지난달 20일에 나스닥이 2.19% 하락했으며 24일에는 헝다의 주가도 11% 이상 하락했다. 헝다그룹은 웨이보를 통해 위안화 채권보유기관과 접촉해 2억 3,200만 위안의 이자 상황은 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환이 아닌 해결이라는 표현을 두고 이자를 전부 지급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연말까지 이자만 6억 6,900만 달러로 추정되고 내년에는 원금 상환도 예정돼있음에 따라 디폴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자회사 헝다자동차에서 9월 직원임금이 체불되고 7월부터는 협력업체들에 공장 설비 대여를 지불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헝다그룹은 천문학적인 대출을 통한 부동산 사업 확장으로 타 분야까지 진출했다. 일종의 빚 돌려막기식 성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 금융 당국이 신규 대출을 조이고 기존 대출 회수에 나서자 위기를 맞았다.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을 구제하지 않으리라는 것이 중론이나, 현재 부동산에 몰린 중국 도시민의 재산과 헝다그룹과 합작한 지방 정부의 경제적 타격을 고려해 구제에 나설 것이란 예측도 만만찮다. 중국 정부의 구제 여부에 따라 헝다그룹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때 주가와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며 중국판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재현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으나 주춤했던 국제 증시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자 우려는 차츰 불식됐다. 한편 한국은행은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금융시장 불안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돈 쓰고 욕먹는 재난지원금

 

지난달 6일부터 소득 하위 88%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코로나19 국민 상생 지원금’ 접수가 이뤄졌다. 올해 6월부터 부담한 건강보험료(이하 건보료) 합산액이 지원금 지급 기준이다. 정부는 지원금을 편리하게 신청해 지급받을 수 있도록 올해 처음 ‘국민비서 사전 알림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1차 지원금과는 다르게 지급방식에 신용·체크카드도 추가돼 훨씬 편리해졌다. 본인 주소지의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인 ▲전통시장 ▲동네 마트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지원금은 사용한 만큼 청구액에서 자동 차감되며, 12월 31일까지 사용되지 않은 잔액은 국가에 환수된다.

지난달 2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자(잠정) 4,326만 명 중 93.8%가 지원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하지만, 코로나19 극복에 힘을 보태려 했던 지원금이 오히려 불만을 폭주시키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기준 국민지원금 이의신청은 30만 건을 넘어섰으며 대부분의 이의신청 사유는 ‘건보료 조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료 조정’ 민원이 많은 것은 자영업자(지역가입자) 등의 6월 건보료를 2019년 종합소득세를 기준으로 책정함에 따라 소득신고에 시차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특히 7월부터 일자리를 잃은 직장가입자들은 물론, 지난 5월 자영업자들의 올해 종합소득세 신고가 시작된 만큼 소득이 급감한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이의신청이 계속되고 있다. 이후 여당은 지급 소득 수준을 하위 90%로 높이겠다고 밝혔고, 정부도 합리적인 이의신청은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했으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기도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선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던 시민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등 정부의 반복되는 지원금 정책과 그를 둘러싼 논란의 향배가 주목받고 있다.

 

화천대유, 진실은 어디에

 

부동산개발사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와 관련해 정치권의 유착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성남판교대장도시개발사업’에 하나은행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조합)이 공동 민간 사업자로 선정됐고, 화천대유는 해당 조합의 일원으로 사업에 참여했다. 표면상으로는 개발로 발생한 수익이 일정 부분 성남시에 환수되고 나머지는 민간 사업자들이 나눠 갖는 정상적인 사업이었지만, 자본운영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됐다.

지분 50%+1주를 보유한 성남도시개발공사에는 1,830억 원이 배당됐고, 1%와 6%의 지분을 보유한 화천대유와 SK증권에는 각각 577억 원과 3,460억 원이 배당됐다. 문제는 SK증권 측 배당금 수령인은 개인 투자자 7명으로 구성돼 있었으며 전원이 화천대유와 관련된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사실상 화천대유 관련인들이 모두 4,037억여 원의 배당금을 독차지한 것이다. 논란은 빠르게 정치권으로 확산했다. 당시 성남시장에 재직 중이었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달 19일 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한 푼이라도 이익을 취했다면 경기도지사, 대선 주자에서 사퇴하겠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대장동 게이트’로 규정하고 진상조사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맹공에 나섰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지난달 16일 “특별검사에 의한 정밀 수사를 적극 검토하고 국정감사에서 이 지사와 관련자를 다수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한편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50억 원을 수령한 점이 추가로 드러나며 곽 의원이 의원직 제명 위기에 처하는 등 해당 사안이 여야를 가리지 않는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일파만파 퍼지는 이번 논란이 내년 대선과 정치권에 미칠 영향을 두고 여야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