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虎眼) : 10월을 정리하다.

시원한 바람과 따스한 햇볕에 마음마저 풍요로운 계절입니다. 한데 모여 가을이 베푸는 넉넉함을 즐겨야 마땅하건만, 올해 우리는 먼 곳에서 서로에게 안부를 전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조용했던 추석날 집안과 달리 바깥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여의도에서 벌어지는 집안싸움부터 국가고시 응시를 둘러싼 논란까지, The HOANS 취재부에서 다사다난했던 10월을 정리해 독자 여러분께 보냅니다.

 

당내 반발이라는 암초에 부딪힌 김종인호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지휘 아래 새롭게 출범한 국민의힘의 행보를 두고 당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김 위원장은 22일 진행된 의원 총회에서 당내 여론을 의식한 듯 “최소한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는 단결해서 조화로운 정당으로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당내 갈등은 당색 발표 이후 본격적으로 비화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달 14일 빨강·노랑·파랑을 새 당색으로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위해 세 가지의 당색을 채택했다고 밝혔으나 일각에서 당의 정체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의견 수렴을 거쳐 24일 빨강·파랑·하양을 혼용하는 것으로 결정했지만 한번 촉발된 논란은 수그러지지 않았다. 당일 장제원 국민의힘 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당색 변경에 대해 “소탐대실”이라며 김 위원장이 본인의 의견을 과도하게 고집해 분란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제시한 기업규제 3법을 비롯한 경제민주화 법안들에 대한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김 위원장은 24일 기업규제 3법에 대해 “원안대로 통과돼도 기업 운영에 큰 문제가 없다”며 여당의 입법 의지에 힘을 실었다. 당내에서는 김 위원장이 시장 경제를 지켜야 하는 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공정경제와 경제민주화는 지향해야 할 방향임에 틀림없지만 이 법은 선뜩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반발했다. 독단적 리더십이라는 비판에 부닥친 ‘김종인호’가 당내 불만을 잠재우고 순항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해 공무원 북한에 피살, 계속되는 책임·진실공방

 

지난 21일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됐던 공무원 A 씨가 서해 NLL 이북에서 북한의 총격에 의해 사망했다. 정부는 첩보를 통해 사건 발생을 인지, 첩보 분석 후 이를 사실로 확인하고 24일 발표했다. 정부는 A 씨가 월북을 시도했으나 총격이 이뤄졌다 밝혔으나 A씨의 유족이 A 씨의 월북 시도를 부정하며 논란이 일었다. 시신 처리 역시 쟁점이 됐다. 정부는 북한 측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시신을 불태웠다고 발표했으나 북한 측은 시신이 아닌 A 씨가 붙잡고 있던 부유물만을 불태웠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는 북한에 사안의 진상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와 유해 수색을 제안했으나 현재 북측의 답변은 없는 상태다. 우리 국민이 북한의 총격에 의해 사망하자 대북 강경 정책을 주장하던 야권은 물론이고 유화 정책을 펼치던 청와대와 여권도 초기에는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던 여권과 청와대의 태도를 바꾼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담은 북측 통지문이었다. 전례 없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공식적 사과 표현에 여권은 호의적 태도를 보이며 대북 비판을 자제했지만 야당은 북한이 자신들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한 보여주기식 사과이며 여권이 이를 알면서도 정치적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야당은 정부가 국민의 위험을 인지하고 구할 수 있었음에도 정치적 고려로 골든타임을 놓쳤다 주장하며 정부에게 해당 사안에 관련한 현안질의를 요구하고 있다. 여당은 이런 야당의 요구가 국민 생명을 정치쟁점화하려는 시도이며 이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앞다퉈 내놓은 조두순 관련 입법, 실효성은?

 

2008년 8세 아동을 성폭행해 사회의 공분을 산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의 만기출소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출소 예정일인 12월 13일이 3달도 채 남지 않자 출소 이후 조두순에 대한 대책 마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두순이 출소 후 안산으로 돌아가겠다고 언급한 뒤 지역사회의 불안감이 커지자 윤화섭 안산시장은 ‘보호수용법’ 제정을 건의했다. 보호수용법은 아동 성폭력범 등 재범 위험이 큰 범죄자가 출소 후 격리시설에서 관리·감독을 받도록 하는 제도로, 안산시는 보호수용의 목적이 처벌이 아닌 재범 방지·재사회화에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보호수용법이 제정되더라도 조두순에게 소급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윤 시장은 보호수용법의 적용 기준 시점을 대상자의 사회 복귀 시점으로 하는 법률 내 규정을 통해 조두순에게도 적용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아동 성범죄 처벌 강화 및 피해자 보호 확대에 대한 국회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피해 아동의 학교 및 주거지에 대한 가해자의 접근 금지 범위를 현행 100m에서 1km 이내로 확대하는 일명 ‘조두순 접근 금지법’을 제안했다. 한편 민주당 고영인 안산·단원갑 의원은 조두순에게 바로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법 개정안 공포 시점부터 조두순을 포함해 전자장치를 부착한 모든 범죄자에 적용되는 ‘전자장치부착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각종 조두순 관련 법안이 인권 침해 우려 및 실효성 논란을 극복하고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의대생 국시 재응시에 등 돌린 여론

 

지난달 24일, 전국 40개 의대 본과 4학년 대표 40인이 공동 성명서를 통해 국가고시에 대한 응시 의사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29일에는 KAMC 한의철 이사장과 전국 40대 의대 학장들도 의사 국시 실기시험 응시 기회가 마련되도록 국민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번 국시에서 2700명의 의료 인력이 확보되지 못하면 의료의 질이 떨어져 국민 건강에 대한 악영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지난 8월 24일, 국시 접수를 취소한 의대생에 대해 재응시를 포함한 어떠한 구제 조치도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번에 의대생들이 단체로 시험을 취소한 것은 결국 나라에서 구제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할 수 있었던 단체 행동”이라며 “그들을 구제해준다면 의사가 되고 나서도 그들은 집단 이기주의적인 행태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청원은 지난달 23일 마감될 때까지 57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동의를 얻었다. 정부도 아직까지 ‘국민적 동의’가 없다면 추가 기회를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정부가 추가로 열어준 국시 재접수 마감기한은 지난달 6일 자정까지였고, 시험은 8일에 시작한 상태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달 29일 코로나19 백브리핑에서 정책적으로 여러 시험과의 형평성, 공정성 등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강조하며 기존의 원칙과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생 측에서 등을 돌린 여론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장윤서·김원겸·김준범·권민규·신형목·이가영·황제동 기자

yunseo05@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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