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虎眼) – 11월과 조우하다

지난달의 주요 사건을 소개하는 코너 호안(虎眼)입니다. 2021년도 어느덧 두 달을 남겨두고, 길었던 코로나도 어느덧 그 끝이 보이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힘들었던 한 해였지만 우리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The HOANS 취재부가 주요 이슈 4가지를 선정해 독자님들께 전해드립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서거

 

대한민국 제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 전 대통령이 향년 89세의 나이로 지난달 26일 별세했다. 지병으로 오랜 병상 생활을 해온 노 전 대통령은 최근 병세 악화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고인의 역사적 공과(功過)를 두고 여론의 평가는 엇갈렸으며, 이로 인해 정부의 국가장 결정에도 많은 논란이 일었다. 노 전 대통령은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하나회’의 핵심으로서 군사쿠데타를 주도했다. 쿠데타 성공으로 신군부 2인자가 된 노 전 대통령은 수도경비사령관, 보안사령관을 거친 뒤 대장으로 예편됐으며 재직 당시 5·18 광주 민주화운동 무력 진압과 유족 사찰계획 수립 등에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 후에는 관련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 17년형과 추징금 2,600억여 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1997년 12월 김영삼 대통령의 특별사면 조치로 석방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긍정적 평가 또한 다수 존재한다.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첫 대통령 직선제에서 야권 후보 분열에 따른 반사 이익으로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통령 재임 시절 다양한 정책들을 많이 시도했는데 ▲의료보험제도 확대 ▲인천국제공항과 경부고속철도 건설 ▲1기 신도시 ▲범죄와의 전쟁 등의 사회경제 정책 등이 알려져 있다. 또 북방외교를 통해 ▲남북 기본 합의서 ▲남북 UN 동시 가입 ▲비핵화 공동 선언 등을 진행했고 1988 서울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이끌었다. 노 전 대통령은 “저의 과오들에 대해 깊은 용서를 바란다. 위대한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영광스러웠다”는 유언을 끝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영결식은 지난달 29일 올림픽공원에서 치러졌다.

 

자민당 압승, 일본 중의원 선거

 

지난달 31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국회 하원) 선거에서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이 단독으로 의석수 과반을 차지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소선거구 289석과 전국 11개 블록 정당별 비례대표 176석 포함 총 465명의 중의원을 선출했고, 이중 자민당은 233석을 확보했다. 이로써 자민당은 연립정당인 공명당의 의석과 합해 절대 다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다수당 총재로서 지난 4일 100대 총리로 선출됐던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오는 10일 특별국회에서 101대 총리로 재선출될 예정이다. 한편 제3지대 노선을 내세웠던 우익 성향의 정당 일본유신회는 41석을 차지하며 제3당으로 자리 잡았다.

이로써 일본의 안보, 경제 정책이 한층 더 보수적으로 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비록 자민당 기존 의석인 276석에 비해 감소했으나, 코로나19 대응 등으로 전임 스가 정권의 지지율이 하락해 당내 우려가 커 단독 과반 실패를 예상했던 것을 고려하면 기시다 총리가 최소한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또 자민당 총선 승리의 배경에는 기시다 내각의 컨벤션 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스가 총리 사임 이후 기시다 총리가 새로 취임하자마자 중의원 선거에 돌입했던 전략이 유효했다는 뜻이다. 동시에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어서면서 도쿄올림픽 당시보다 방역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긴 것도 지지율 회복에 기여했다. 기시다 총리는 연임 직후 곧바로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고, 새로운 일본식 자본주의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등의 정책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기시다 내각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KT 통신 장애

 

지난달 25일 11시 20분경부터 약 85분간 이어진 KT 통신장애로 혼란이 발생했다.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에 차질이 생겼으며, 배달·주문이 활발한 점심시간이 겹쳐 소상공인들의 피해도 가중됐다. 사고 초기 KT는 이번 사태의 원인이 디도스 공격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원인은 KT의 자체적인 서비스 장애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얼마 안 가 KT 측도 입장을 정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달 1일 KT가 광화문사옥에서 개최한 사건 설명회에 따르면 ▲사전 검증단계에서 협력사 오류로 인한 명령어 누락 ▲엣지망을 통한 잘못된 라우팅 정보의 전국 확산 ▲야간에 진행해야 할 작업이 KT 직원 없이 주간에 이뤄진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KT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책임이 협력업체에 있다고 주장하며 본사는 관리상의 문제에 대한 2차적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책임 떠넘기기가 아니냐며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한 보상문제도 화두에 올랐다.

지난 1일 KT가 발표한 고객보상안에 의하면 개인·기업 가입자는 15시간분, 소상공인은 10일분의 요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5만 원 요금제를 사용하는 개인 가입자는 약 1,000원, 소상공인은 최대 8,000원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피해 규모에 비해 보상이 미미하다며 실제 피해 발생액을 기준으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KT는 개별 사례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로 약관에 없는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라면서 최선의 결정을 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자의 잘못으로 인한 피해를 소비자가 부담하는 게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창공을 가른 누리호

 

지난달 21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I)에서 개발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발사됐다. 비록 궤도 안착에는 실패했지만 700㎞의 목표고도에는 도달했다는 점에서 성공한 것과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3단형 발사체로, 나로호의 2차 발사가 진행된 2010년 3월 개발을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핵심 설비인 75t급 액체 엔진은 첫 연소 실험에 실패한 이후 무려 12번이나 설계를 바꿀 정도로 개발하는 데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실패와 시험을 반복한 끝에 2018년 7월 인증모델 종합연소시험에서 성공 판정을 받았으며 당해 9월에 발사체 이름을 ‘누리’로 확정했다. 누리호는 2010년 개발 시작 이후 11년 반만인 지난 8월 조립을 마쳤다. 우여곡절 끝에 준비를 마친 누리호는 21일 오후 5시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누리호가 전 비행 과정은 정상적으로 수행했지만, 위성 모사체가 목표 궤도에 안착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누리호 발사가 의미 있게 평가받는 이유는 발사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75t급 액체로켓엔진의 개발과 생산이 모두 ‘순수 국내기술’로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관련 당국은 누리호 발사조사위원회를 꾸려 누리호 발사 실패의 원인을 분석할 방침이다. 위원회가 지난 2일 원격수신정보를 통해 보고한 결과에 따르면, 3단 비행 구간에서 산화제 탱크 압력이 저하돼 엔진 추력과 가속도가 낮아져 연소가 일찍 정지된 것이 실패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발사에서 발견된 문제에 대한 개선책은 내년 5월에 있을 2차 발사에서 반영될 예정이다. 개발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이후 2027년까지 실제 위성을 실어 4차례 더 발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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