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虎眼) : 11월을 응시하다

중대사로 가득한 한 달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수감부터 프랑스에서 연달아 일어나고 있는 테러까지, 무엇 하나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사건들이 매일같이 일어났습니다. 쌓이는 피로감에 섣부른 판단을 내리기 쉽지만 격동의 시기일수록 혼란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사안을 응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The HOANS 취재부가 혼란스러운 한 달을 정돈해 전합니다.

 

다시 동부구치소로 향하게 된 MB

 

지난달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법원으로부터 원심을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2심 공판 이후 진행된 이 전 대통령과 검찰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로써 이 전 대통령은 다시 수감 생활을 시작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 2월 재항고로 석방된 지 약 8개월 만이다. 대법원은 29일 이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57억여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최소한의 경호 혹은 경비를 제외한 범위에서 전직 대통령을 위한 예우도 박탈된다. 이 전 대통령은 재수감을 앞두고 대리인을 통해 “나를 구속할 수는 있어도 진실을 가둘 수는 없다”는 말을 전했다. 구속 당일인 지난 2일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내각을 구성했던 인사들과 국민의힘 권성동, 장제원, 조해진 의원 등 현직 의원들이 논현동 자택에서 이 전 대통령을 배웅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재수감 절차를 밟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뒤 서울 동부구치소로 향했다. 이 전 대통령의 수감을 두고 정치권은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논평은 피하면서도 에둘러 안타까움을 표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부탁하고 싶다며 “명백히 잘못한 게 있기 때문에 감싸기는 어렵겠지만, 어쨌든 한 나라의 얼굴이었던 분들이라서 굉장히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법원의 결정을 적극 환영하며 한나라당의 후신으로 평가받는 국민의힘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사건이 여당과 제1야당 간 또 다른 대립을 야기할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여의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위기의 정의당, 새 대표는 ‘선명성’ 김종철

 

지난 4월 실시된 총선에서 6석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정의당 지도부는 당내에서 상당한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지난 5월 심상정 전 대표가 조기 퇴진 의사를 밝히며 조기 전당대회 수순으로 접어들었고 지난달 당직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열렸다. 1차 투표가 이뤄진 이후 당내 진보파인 PD 계열의 지지를 받는 김종철 선임대변인과 당내 보수파인 인천연합 등 NL 계열의 지지를 받는 배진교 의원의 결선투표가 시행됐다. 당초 당내에서는 주류세력이던 인천연합의 지지 아래 배진교 후보가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으나 김종철 후보가 11%에 달하는 격차로 승리하며 반전을 일궈냈다. 이번 전당대회의 이변은 사실 예견된 결과였다는 평도 존재한다. 총선 당시 민주당의 비례정당에 대한 논란을 거치며 뚜렷한 진보적 색채보다는 의회에 더 많은 의석을 얻고자 하는 소위 대중노선에 대한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비례정당의 등장으로 의석수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서 정의당의 생존이 비교적 진보적인 거대 정당인 민주당 지지층의 교차투표에 의존해왔던 사실이 다시금 확인되기도 했다. 이런 위기의식은 총선 이후 정치적 이슈에 대한 정의당의 대응에서도 드러났다. 류호정,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조문 거부 의사를 밝히며 민주당에 각을 세우자 친 민주당 노선을 지지하던 일부 당원들이 대거 탈당을 감행했고, 결과적으로 진보적인 당색을 강화하자고 주장하는 당원의 비율이 비교적 높아졌다. 선명성 강화라는 당 여론에 힘입어 당선된 김종철 신임 당대표는 취임 직후 “거대양당이 정의당이 내놓는 의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내놓아야” 될 것이라며 민주당과의 경쟁의식을 드러냈다. 과연 정의당이 범여권이라는 꼬리를 떼고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높다.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힌 민주당의 보궐선거 참여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은 당헌을 개정해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일 기자 브리핑을 통해 지난달 31일과 1일까지 이틀간 내년 재보궐선거 후보 공천에 대한 전당원 투표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찬성 의견은 86%에 달했다고 전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압도적 찬성률은 재보선에서 공천해야 한다는 당원의 의지 표출”이라며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찾아 세울 것”이라는 다짐을 밝혔다. 하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당헌 개정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 시절 국민에게 약속한 당헌을 뜯어고치면서 그 결정을 투표에 미뤘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2일 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민주당의 결정을 비판하며 “공천하려면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선거 비용 838억 원 전액을 내라”고 말했다. 범진보 진영을 함께 구성하는 정의당의 강은미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의 결정에 대해 “피해자들에 대해 어떠한 반성도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태도”라고 비판에 가세하며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당원투표율이 유효투표율에 미치지 못해 결과 자체에 효력이 없다는 비판 또한 제기됐다. 기존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전당원 투표의 경우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 총수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과가 확정된다. 그러나 이번 투표의 경우 투표율이 26.35%에 그쳐 3분의 1을 넘지 못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2일 이번 투표가 “당원들의 의지를 물은 일종의 여론조사”이며 당헌 개정은 3일 열리는 중앙위 의결을 통해 완료된다고 해명했으나 궁색한 변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일각의 비난을 극복하고 후보 선출에 무사 돌입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프랑스 교사 피살, 종교 갈등 분수령

 

지난달 16일 파리 북서쪽 이블린주 콩플랑 생토노린 학교 인근에서 중학교 역사교사 사무엘 프티가 참수됐다. 용의자는 체첸 출신 18세 압둘라 안초로프로다. 그는 범행 직후 “신은 가장 위대하다”라는 쿠란 구절을 외쳤으며 출동한 경찰의 체포 지시에 불응해 사살됐다. 프티는 이달 초 표현의 자유에 관해 수업하면서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평을 공유해 현지 무슬림들의 반발을 샀다. 프랑스 당국은 이번 사건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의해 자행된 보복성 테러로 규정하고 공범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완전히 분열됐다. 상당수의 비무슬림 국민들은 프티를 추모하기 위해 프랑스 전역에 군집해 이슬람교와 무슬림 이민자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고 마크롱 대통령 역시 프티를 자유주의 가치를 수호한 “공화국의 얼굴, 조용한 영웅”으로 칭송하면서 자국 내 무슬림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에 대응하여 프랑스 내 이슬람교도들은 해당 사건은 이슬람에 대한 모욕과 탄압이 초래한 것이라며 정부와 국민의 시민의식을 비판하는 시위를 개최했다. 같은 달 18일 파리 에펠탑 인근에서 알제리계 여성 두 명이 백인우월주의자에 의해 습격당하고 29일 니스의 성당에서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참수 테러가 발생하는 등 테러가 연일 발생하고 있어 프랑스 내 종교 갈등이 극에 달했음을 시사했다. 테러로 촉발된 종교 갈등은 프랑스를 벗어나 아랍-유럽 대결 구도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이 재발 방지 차원에서 약속한 대테러 정책을 무슬림 탄압이라 비판했고, 이에 대해 서구 외신은 에르도안과 이슬람교를 희화화한 만평을 실어 무슬림을 자극했다. 프랑스 내 테러가 대륙을 넘나드는 종교·문화적 대립으로 비화한 상황에서 당사자들이 어떻게 현안을 풀어나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장윤서·김준범·신형목·심정후·최승원 기자

yunseo05@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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