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虎眼) – 12월을 기억하다

벌써 연말입니다. 만족스러운 한 해였나요? 어쩌면 해낸 것보다 이뤄내지 못한 무언가에 더 눈길이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쉬웠던 일도, 행복했던 일도 모두 소중한 추억으로 남길 수 있을 듯합니다. The HOANS 취재부가 드리는 올해 마지막 선물과 함께, 2022년의 12월을 기억해보는 순간이 되길 바랍니다.

 

흔들리는 국내외 가상자산

지난달 11일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신청을 했다.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 CEO의 발언이 시발점이었다. 그는 FTX가 고객 자금 유용 의혹을 받은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21억 상당의 FTT(FTX 자체발행 가상화폐) 토큰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FTX 위기설이 본격화되며 고객들이 한꺼번에 FTT를 매각하는 뱅크런이 발생했다. FTX는 바이낸스에 인수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해 파산에 직면했다. 빚 66조 원가량의 FTX 파산으로 관련 분야가 순식간에 위기에 처했다. 대표적으로 FTX에 재정적으로 의존하던 암호화폐 담보 대출 플랫폼인 블록파이가 지난달 28일에 파산신청을 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도 혼란을 맞았다.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협의체인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이하 DAXA)가 게임사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에 상장폐지 처분을 내렸다.

앞선 지난 10월 DAXA는 본사에 제출된 위믹스 유통량 계획보다 실제 유통량이 6,000만 위믹스 가량 많았다는 이유로 위믹스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이후 지난달 24일 ▲해당 초과 유통량이 중대했다는 점 ▲지정 후 4주간 잘못된 정보로 투자자를 오도했다는 점 ▲소명 기간에 제출된 자료에 오류가 많았다는 점을 이유로 거래 지원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위메이드 계열사부터 P2E(Play to Earn) 방식 게임사인 컴투스나 넷마블 등의 주가도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결정이 아닌 업계 단독 결정인 만큼 해당 결정을 두고 대형 거래소의 갑질이 아니냐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연이은 가상자산 파산 사태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고 가상자산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는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를 본격화했다. 추후 가상화폐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요구된다.

 

거세지는 여야갈등, 빈곤 포르노

지난달 12일 김건희 대통령 영부인(이하 김 여사)이 동남아 순방 도중 심장질환을 앓는 현지 소년과 함께 찍은 사진이 논란에 휩싸였다. 김 여사는 아세안 정상회의 주최국인 캄보디아를 방문해 정상 배우자로서 공식 행사에 참여하는 대신 현지 병원을 방문하는 등의 비공식 일정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가 심장질환 소년의 집을 직접 방문해 아이를 안고 격려하는 사진이 대통령실 SNS에 게시됐다. 이를 두고 외교 행사 주최국에 방문해 공식 행사 요청을 거절하고 해당 국가의 의료 취약 계층을 자기 홍보에 활용한 것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하 장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행동이 순수한 봉사활동임을 강조하며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캄보디아 당국이 제공한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은 권고사항일 뿐 의무가 아니었고 당국에서 김 여사의 행보에 불쾌함을 표하지도 않았기에 외교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국민의힘은 장 의원이 ‘포르노’라는 단어를 공적인 자리에서 직접 언급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장 의원은 ‘빈곤 포르노’는 ‘가난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매체’를 뜻하는 학술 용어라며 발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으나 여당은 여전히 표현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여당은 지난달 16일 장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으며 같은 달 22일 대통령실에서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장 의원에 대한 고발을 진행했다. 김 여사의 순방에서 시작된 여야의 치열한 갈등이 어떻게 막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세 사기 방지,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지난달 21일 법무부와 국토교통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깡통전세 등의 전세 사기를 방지하고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깡통전세란 주택 매매가보다 전세보증금이 커져 임차인이 보증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전세를 말한다. 먼저 선순위 임차인 정보 확인권과 체납정보 확인권을 신설한다. 현재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은 임대인이 동의해야만 선순위보증금, 임대차 기간 등의 임대차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또한 국가의 조세채권은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보다 우선순위에 위치하지만 임대인이 알려주지 않는 한 임차인은 세금 체납 여부를 알 수 없다.

이에 법무부는 임차인의 정보제공 요청에 대한 임대인의 동의를 의무화하고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이 계약 체결 전 임대인의 납세 증명서 제시를 요구할 수 있게 했다. 다만 납세 증명서 제시의 경우 임대인에게 정당한 사유가 있을 시 거부할 수 있다. 계약 체결 후 입주 전 임대인의 담보권 설정금지 특약도 신설된다. 현행법은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서 전입신고를 해야 하며 전입신고 하루 뒤부터 임차인의 대항력이 발생한다. 즉, 계약했더라도 전입신고 전까지는 임차인은 대항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임대인이 이를 악용해 계약 후 돈을 빌리고 저당권을 설정하면 임차인의 보증금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임차인이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이에 개정안에서는 임차인의 전입신고 다음 날까지 임대인의 담보권 설정을 금지하고 위반 시에는 임차인의 해지권 및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정부는 이 밖에도 주거약자 보호를 위해 소액임차인의 범위 확대 및 최우선변제금 상향과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에 관리비 기재란을 신설한다.

 

우루무치시 화재로 촉발된 중국 내 반정부 시위

지난달 24일 중국 신장웨이우얼자치구의 고층 아파트에서 화재로 9명이 다치고 10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를 진압하는 데 무려 3시간가량이 소요됐으며 웨이보 등 중국 SNS에서는 소방관이 현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영상이 펴졌다. 이에 중국 내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사고 지역주민이라고 밝힌 웨이보 사용자는 화재 당시 장기간 방치돼 있던 차량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 소방차가 현장에 신속히 접근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제로 코로나로 인한 봉쇄를 이유로 아파트 주위에 설치된 철제 울타리 때문에 소방차가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번 화재로 지난달 27일 밤 ▲상하이 ▲베이징 ▲우한 등에서 ‘백지 시위’가 촉발됐다. 제로 코로나 정책 반대와 더불어 중국 정부의 통제와 검열에 저항하고 처벌의 법적 근거를 찾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시위가 확산하며 시진핑 퇴진 요구도 이어졌다. 영국의 국제 통신사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들은 “중국봉쇄 해제”, “중국공산당 타도, 시진핑 타도”를 외쳤다. 중국 정부는 시위 참가자들을 부당하게 가두거나 폭행하는 등 과잉 진압에 나섰다. 또한 해당 사건에 대한 보도를 엄격히 탄압했다. 지난달 29일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은 중국의 인터넷 기업의 검열팀 직원 확대를 담은 지침을 발표했으며 현재 ‘베이징’이나 ‘백지’라는 단어 등은 SNS에서 검색할 수 없도록 조치된 상태다. 이에 일각에서는 제2의 톈안먼 사태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도 사고 사망자를 위한 추모 행사와 시위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정권이 한 달여 만에 위기를 맞은 만큼 제로 코로나를 포기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정서영·신재용·김은서·김채현·박예나·유성규·조유솔 기자

kiger2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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