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虎眼) – 5월을 준비하다

가정의 달이지만 날씨는 오락가락 추위와 더위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 사회 또한 여러 가지 이슈와 논란으로 뒤덮인 채 새로운 달을 맞이했습니다. 익숙한 논란에서부터 다소 생소한 국가에서의 사태까지 다양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워낙 많은 일이 벌어진 터라 모든 사건을 지면에 담을 수 없었습니다만, 다시금 독자 여러분들이 지난 한 달을 되새기고 새로운 한 달을 준비하는 기회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멀어져 가는 집단 면역

 

코로나19 유행이 시작한 지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났지만 확산세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백신 수급 계획이 차질을 빚으며 불안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달 미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3회 이상 백신 접종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미국산 백신 품귀현상에 대한 우려가 일었다. 청와대는 상반기 내로 목표했던 1,200만 명 이상 접종 계획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 자신했지만, 한국의 백신 수급이 다른 나라보다 뒷순위에 있는 한 백신 조달이 불안정한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불안이 점증하자 관련 논의도 급격히 늘어났다. 지난달 15일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새롭게 다른 나라가 개발 접종하는 백신을 경기도에서 도입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밝혀 파장을 불러왔다. 21일에는 새로운 백신을 러시아의 스푸트니크 V로 구체화하며 청와대에 검토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플랜 B’가 필요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표했으나, 같은 당의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기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등 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 연출됐다.

백신 접종 후 부작용에 대한 논란도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사에서 개발한 AZD1222 백신은 다수의 국가에서 금지 혹은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규정된 상태다. 1,000만 명분 이상의 백신을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조달받기로 한 한국도 이를 예의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19일에는 기저질환이 없던 40대 간호조무사가 백신 접종 후 사지 마비 증세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과 부작용의 인과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백신 부작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백신과 관련한 다양한 논란이 쉬이 사그러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삼성 상속세’ 계획 나왔지만 논란은 계속

 

작년 10월 사망한 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 상속 및 상속세 납부 계획이 확정됐다. 유족은 12조 원 이상의 상속세를 연부연납 제도를 이용해 매년 약 2조 원씩 6년에 걸쳐 납부할 계획이다. 분할된 액수에도 불구하고 유족에게 연간 2조 원이라는 현금 융통의 요구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장 올해분 상속세 납부를 위해 유족은 수천억 원대 신용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족은 상속세와는 별개로 정선의 인왕제색도, 박수근의 농악 등 이 전 회장이 생전 수집했던 미술품 2만 3천여 점을 국립기관에 기증하고 감염병 대응 등 의료 분야에 1조 원을 기부했다.

삼성 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이 전 회장의 지분 상속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라는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줬다. 현재 삼성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인데, 상속 이전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을 17.48% 보유했으나 삼성생명은 0.06%, 삼성전자는 0.7%만 보유해 상대적으로 그룹 지배력이 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상속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18.13%, 삼성생명 10.34%, 삼성전자 1.63%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서 지배력을 대폭 강화했다.

삼성 총수 일가의 상속세를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의 상속세가 징벌적이라는 오래된 비판과 함께 상속세를 미술품이나 문화재 등 현물로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국민의 문화 향유와 문화재 보호를 위해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물납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런 주장에 대해 이미 문화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의 경우 국외 반출이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금지돼있고, 일부 부자의 상속세 납부에 특혜를 부여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강원도 ‘차이나타운’ 조성 논란, 그 진실은

 

지난 3월 국민청원 게시판에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갖은 논란을 몰고 왔다. 논란이 된 사업은 민간기업 코오롱글로벌 주도의 ‘춘천·홍천 라비에벨 관광단지 조성계획’으로, 중국 관광객 대상의 대규모 관광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청원 수가 늘어나자 지난달 16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CBS라디오에 출연해 해당 사업이 한중문화타운임을 강조하고, 사업 주체도 국내기업임을 명확히 하며 청원의 내용이 대부분 가짜뉴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방송 이후 춘천에 지역구를 뒀던 김진태 전 의원은 “최 지사는 오히려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주와 사업은 불가분하므로 차이나타운이 맞으며 중국 자본이 이미 개입됐다고 재반론하며 공개토론을 요구했다.

연합뉴스 등 여러 언론서 사실 관계를 검토한 결과 최 지사 측 주장의 신빙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중문화타운 사업은 주거와 결합되지 않은 단순 관광단지 건설 사업으로 차이나타운과 연관 짓기 어렵고, 건설부지도 선사유적지에서 30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구상 단계에서 중국 인터넷 플랫폼 ‘인민망’이 참여해 일부 출자를 한 것은 사실이나, 건설에 들어간 중국 자본은 아직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사업을 차이나타운으로 인식하는 일부 단체는 한중문화타운이 중국의 동북공정과 문화침탈의 교두보로 전락할 것이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논란 속에서 지난달 28일 기준 청원 인원 67만 명을 돌파하며 청원이 종료됐고, 코오롱글로벌 측은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철회 의사를 밝혔다. 한복 논란에서부터 한중문화타운 논란까지 국민의 반중 정서가 강해지는 가운데 중국의 투자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차드 대통령 사망, 혼돈의 아프리카

 

지난달 12일 아프리카 국가 차드의 대통령 이디리스 데비가 선거에서 승리한 지 하루 만에 반군에 의해 사망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1990년 리비아의 지원을 받아 반란을 일으켜 대통령이 됐고 반군 및 야당 세력을 탄압하며 31년째 대통령직을 지켜왔다. 이번 선거로 6번째 연임에 성공했지만 단 하루 만에 사망하고 만 것이다.

차드 내부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데비가 사망하자 그의 아들이자 4성 장군인 마하마트 카카가 내각과 의회를 해산하고, 다음 선거가 시행되기 전까지 1년 반 동안 통치하겠다고 나섰다. 이를 두고 차드의 주요 야당은 그의 통치가 “제도적 쿠데타나 다름없다”며 “카카의 임명은 위헌이고, 포용적 대화를 통해 민간인이 이끄는 과도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데비를 죽음에 이르게 한 반군 세력 또한 “차드는 왕정 국가가 아니다”라며 세습 지도자 카카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것이라고 반발했다.

데비의 죽음은 아프리카를 떠나 프랑스와 미국에도 타격을 입혔다. 데비는 생전 두 국가의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바탕으로 테러 세력을 관리해, 이슬람 극단주의자와 싸우는 서방의 충실한 동맹자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에 프랑스와 미국은 차드 정권의 권위주의적 관행이나 야당에 대한 인권 침해에 침묵한 채 데비를 지지해왔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데비의 장례식에 참석하며 깊은 유대를 내보였다.

데비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한 권력 공백은 자유를 가져오기보다 다시금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 혼란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그가 테러 확산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왔던 만큼 차드 주변 국가들의 테러에 대한 불안도 커지는 상황이다. 앞으로 차드를 둘러싼 정국이 어떻게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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