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虎眼) : 6월을 매듭짓다

지난달의 주요 사건을 전해드리는 호안(虎眼)입니다. 한 학기가 끝나는 6월입니다. 올해 1학기는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것 같습니다. 벌써 1년의 절반이 지난 지금 순식간에 지나갔던 반년을 다시 한번 되돌아봅니다. 이번 달에도 학외에서는 굵직굵직한 사건이 여럿 벌어졌습니다. The HOANS 취재부에서 주요 이슈 4가지를 선정해 독자님들께 전해드립니다.

 

대법원의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임금피크제는 일정 나이에 달한 근로자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고령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감소시키고 기업 부담을 줄여 청년층 신규 채용을 늘리는 게 목표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대법원이 나이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결해 관심이 재점화됐다. 앞서 퇴직자 A 씨는 업무상 차이가 없었지만 임금피크제로 인해 역량 등급이 49단계 강등된 수준의 기본급을 받게 됐다며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해당 연구원 소속 51~54세 직원 실적 달성률이 55세 이상 직원보다 떨어짐에도 고령을 이유로 임금을 감액하는 조치는 합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효력 인정 기준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 및 필요성 ▲임금 삭감 조치 도입 여부와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도입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대상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 정도를 제시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판결이 정년 유지형(정년을 그대로 두면서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 임금피크제를 대상으로 내린 결정이기에 많은 기업에서 적용하고 있는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한 영향은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년 유지형이라도 기준에 부합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모호한 임금피크제 적용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소송이 줄 이을 가능성을 우려했다. 또한 노조의 임금피크제 폐지 또는 적용 나이 조정 등 주장에 힘이 실리리라 분석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연령 차이를 이유로 한 임금 삭감은 차별이라는 사실을 대법원에서 확인해줬다며 지난 2일 산하 조직에 대응 지침을 배포했다고 밝혔다.

 

윤 정부 첫 한·미 정상회담

지난달 20일부터 22일까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번 방문은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중심 외교 정책의 일환으로 추측된다. 이번 방한은 윤석열 정부 출범 10일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대통령 취임 후 역대 최단 시간 만에 성사된 정상회담이기도 했다. 양 정상은 공식 일정을 함께 소화하며 향후 한미관계 진로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특히 한국은 미국 주도 경제안보플랫폼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이하 IPEF)에 참가를 공식 표명하면서 양국 간 협력 확대를 꾀했다.

이외에도 양국은 ▲우크라이나 지원 ▲기후변화 대응 ▲북핵 문제와 같은 사안에 대한 국제협력 강화 방침을 공동 선언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방한 목적을 두고 미국이 중국과의 반도체 시장 경쟁을 두고 공급망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을 포섭하기 위함이라는 추측을 제기했다. 한편 중국은 관영매체를 통해 IPEF가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며 한국 참여에 대해 우려와 경계를 표했다. 이에 정부는 IPEF가 경제 협력 도모를 위한 반도체 공급망 동맹일 뿐이라며 반박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KBS 뉴스에서 “IPEF에 속한 13개 나라는 전부 중국과 어떤 형태로든 경제·무역 관계를 맺고 있다”며 중국을 제외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경제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설명으로 우려를 일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 세계로 확산하는 원숭이 두창

최근 원숭이두창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원숭이두창은 ▲발열 ▲두통 ▲오한과 전신에 수포성 발진이 나타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감염 후 잠복기는 보통 6~13일에 최장 21일까지도 잠복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알려졌다. 치명률은 대개 3~6% 내외로 현재 전 세계에서 확인된 감염자는 900명 이상이다. 원숭이두창은 본래 아프리카 일대 풍토병으로 주로 설치류에 의해 전파돼 왔다. 그러나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원숭이두창이 광범위하게 퍼진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지난 2일 세계보건기구(이하 WHO)는 교외 지역 병원에서 의료폐기물을 야외에 방치했다가 설치류가 이를 물어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WHO는 원숭이두창이 전파 속도가 빠르지 않고 주로 동성 간 밀접 접촉을 통해 감염되기에 코로나19처럼 팬데믹으로 이어지진 않으리라 예측했다. 다만 과거와 확연히 다른 확산세에 원숭이두창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주된 이유는 두창류 질병에 면역을 보유한 인구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 백신으로 약 85% 정도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지난 1980년대에 천연두 종식이 이뤄진 후 백신 접종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긴 잠복기 때문에 해외 감염자가 무증상 상태로 들어올 가능성도 걱정을 키우는 원인 중 하나다. 이 같은 우려에 방역 당국은 지난 8일 원숭이두창을 확진자 격리가 의무인 법정 감염병 2급으로 지정했다. 이 밖에도 그동안 비축한 천연두 백신을 고위험군 사람에게 접종하는 등 대응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의도 저승사자’ 합수단 부활

금융·증권 범죄 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이 지난달 18일 서울남부지검에 창설된 가운데 1호 수사 대상으로 최근 여러 투자자의 손실을 초래한 루나 사태를 선정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추미애 전 장관에 의해 폐지된 합수단 재출범을 선언한 지 하루 만이다. 검찰은 이번 합수단 출범을 두고 “금융·증권 범죄 전문 수사 역량을 갖춘 대규모 인력 협력을 통해 금융·증권 범죄 대응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며 금융 시장에 대규모 사정을 예고했다. 합수단은 검찰 인사 말고도 ▲금융위 ▲금감원 ▲국세청 ▲한국거래소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해 금융 범죄를 조사할 방침이라 밝혔다.

본래 합수단은 지난 2013년 출범해 금융 범죄와 불공정 거래 적발 등을 담당해 왔다. 추 전 장관은 검찰개혁 과정에서 검찰 직접 수사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합수단을 해체했으나 이후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같은 대형 금융사기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담 수사 조직 필요성이 다시금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는 대책으로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을 신설했으나 합수단과 달리 직접 수사가 불가능하고 수사 인력 구성이 제한돼 과거보다 대응 역량이 약해졌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한 장관 역시 금융 범죄 수사력 약화 등을 이유로 그간 합수단 부활을 계속 주장해 왔다. 다만 4월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내용을 담은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재신설된 합수단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대신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해 경제·금융 범죄 수사를 맡기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정국 속에서 과연 합수단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정윤·정서영·신재용 기자 justinmanu1@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