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虎眼) – 6월을 응시하다

어느새 한 해의 절반이 다가옵니다. 시간의 빠름을 느낄 새도 없이 지난달에도 수많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백신 접종자에 한해 완화된다는 희망적인 소식도 있었으나, 탈원전 비용과 플랫폼 관련 논쟁에는 불이 붙었습니다. 중동의 화약고인 이-팔 지역에선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새로운 희망과 오래된 갈등의 재현이 뒤섞인 지난달을 돌아보며 이달의 향방을 응시할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코로나 백신 인센티브 지급, 일상 복귀 가능할까

 

지난달 26일 정부가 코로나19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회복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백신을 맞을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예방접종자를 중심으로 침체된 소비를 회복하기 위한 대책이다. 지원 방안은 예방접종자에 완화된 기준을 부여하는 3차에 걸친 방역조치 조정안으로 구성돼있으며 그중 1차 조정안은 이달 1일부터 적용된다.

1차 조정안은 첫 백신 접종 후 14일이 지난 1차 접종자와 2차 접종 후 14일이 지난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한다. 핵심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적 활동의 제약을 접종자에 한해 일부 해제하는 것이다. 1차 접종자를 포함한 접종자는 8인까지 가능한 직계가족 모임 인원 기준에서 제외된다. 또한 요양병원, 어린이집 등 감염 취약시설에 추가적으로 적용되는 방역 조치도 접종 완료자에 한해 완화된다. 국립공원, 휴양림 등 주요 공공시설의 이용료가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할인·면제하는 금전적 인센티브도 적용됐다. 상반기 접종 대상자인 고령층을 위한 인센티브로 경로당 등 운영이 중단됐던 노인시설은 접종자에 한해 이용이 가능해진다.

2차 조정안은 더 파격적이다. 7월부터 접종자는 ▲사적 모임 및 종교활동 인원 제한에서 제외되며 ▲스포츠 관람, 영화관에서 음식 섭취가 가능하고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접종 완료자 시 추가적으로 각종 인원제한에서 제외된다. 3차 조정안에 관해서는 구체적 계획은 없으나 10월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전반을 재검토하고 12월 이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가 검토될 예정이다.

조정안을 반기는 의견이 주류지만 일각에서는 백신 접종 이후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가 있다는 점,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장장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전 세계를 침체시킨 코로나19 공포와 백신 거부 여론이 이번 지원 방안을 통해 극복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당근마켓 규제법’, 보호인가 장벽인가

 

지난 4월 입법예고를 마친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전부 개정안(이하 전상법), 일명 ‘당근마켓 규제법’을 두고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업계, 학계 간 의견이 극명하게 갈려 이목이 쏠린다.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거래자의 실명·전화번호·주소를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제29조 조문이다. 공정위는 SNS를 통한 개인 간 거래가 급증해 소비자 불만과 피해가 커진 만큼 일정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IT업계는 해당 조문이 스타트업의 성장을 막고 시장 경직성을 야기하는 과잉규제로 작용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개정 전상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중고거래 플랫폼 업계만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공정위는 제29조를 재화뿐 아니라 택시·대리운전 등 용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피해구제 등 플랫폼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분쟁이 확산될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또한 “제29조는 개인정보 수집은 최소화하고 보호는 강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조처”라며 이를 삭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뿐 아니라 학계 내에서도 규율 범위의 적절성을 두고 공방이 치열하다. 지난달 28일 한국소비자법학회와 한국외대 소비자법센터는 전상법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바람직한 개정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특별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 실질적으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방안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찬성파와,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법안으로 온라인 플랫폼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파의 의견이 대립각을 세웠다. 이해관계와 시각에 따라 의견이 나뉘는 가운데, 소비자 보호와 플랫폼 성장 사이에서 정부의 균형 있는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준조세’ 전력기금에서 나가는 탈원전 비용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조기 폐쇄 혹은 백지화된 원전 사업 비용을 전력산업기반기금(이하 전력기금)을 통해 보전하게 됐다. 정부는 전력기금 사용처에 원자력 발전 감축으로 발전·전원 사업을 중단한 사업자의 비용 보전이 추가된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전력기금은 전기요금의 3.7%인 부담금이 주를 이루는 기금이다. 99.9%에 달하는 전기 보급률 하에 전력기금 부담금은 사실상의 조세와 같은 ‘준조세’로 여겨진다. 이에 일각에서는 공약 이행에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며 비판을 제기했다. 전력 산업 발전이 목적인 전력기금을 탈원전 손실 보상에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입법예고안에서 손실 보상은 탈원전이 포함된 에너지 전환의 일부이며 2017년 발표된 계획에 이미 포함된 내용임을 밝혔으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현 정부의 전력기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한전공대’로 불리는 한국에너지공학대학 설립을 위해 이미 한 차례 전기사업법 시행령이 개정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기금 사용처에 전문 인력 양성을 추가해 설립 비용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거대한 규모의 전력기금은 정책 비용 충당에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전기 수요가 급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전력기금은 매년 안정적인 재원이 마련돼있는 기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정 사용처를 확대할수록 기금의 유동성이 떨어져 위기 대응이 어려워진다. 사용처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정권 공약 이행을 위한 전력기금 사용처 확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수많은 피해자 남긴 가자지구 분쟁

 

수십 년간 갈등의 비극을 겪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하 이-팔) 관계에서 다시금 유혈 충돌이 발생했다. 전투 중 전사자 외에도 민간인 사망자만 200여 명이 발생했다. 이는 이-팔 간 전면전이 있었던 2014년 이후 최대 규모의 피해다. 팔레스타인인의 거주지역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 정부는 미사일 무기로 이스라엘을 공격했으나 이스라엘군의 방공망에 막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에 노출된 탓에 민간인 희생자의 대부분이 팔레스타인 쪽에서 발생했다.

사태의 시작은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이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근래 들어 동예루살렘 부근 ‘셰이크 자라’ 지역의 거주민들을 이주시키고 이스라엘인들을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을 내렸다. 이에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신들의 성지 ‘알 아크사 모스크’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자 이스라엘 군경은 이를 강제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2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하고 2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군경이 성지 내부까지 진입했다는 점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은 더욱 분노했다.

해당 시위로 시작된 이-팔 간 충돌은 열흘 동안 이어지다 휴전 국면에 돌입했다. 양측은 지난달 21일 이집트와 유엔 등이 제안한 휴전안을 받아들였다. 이스라엘 정부는 “안보 내각이 만장일치로 군 당국과 정보기관, 국가안보위원회 등이 제안한 휴전안을 수용하기로 했다”는 성명을 밝혔다. 하마스도 이스라엘이 휴전을 위반하면 다시금 충돌을 불사하겠다는 조건을 달며 휴전에 동의했다. 그러나 사건의 발단이었던 동예루살렘 정착촌 건설 문제에 대해 아직 완전한 타협이 이뤄지지 않았다.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이-팔 관계가 어떤 국면에 접어들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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