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안(虎眼) – 9월에 들어서다

지난달의 주요 사건을 전해드리는 호안(虎眼)입니다. 여름방학을 뒤로하고 가을바람과 함께 새로운 학기가 시작됐습니다. 대부분의 수업이 대면으로 전환된 첫 학기인 만큼, 더 활기 넘치는 캠퍼스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학교가 잠시 방학을 맞은 동안 학외에서는 여러 사건이 계속 일어났습니다. The HOANS 취재부에서 그중 주요 이슈 4가지를 선정해 독자님들께 전해드립니다.

 

‘펠로시 대만 방문’으로 격발한 대만 위기

 

지난달 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동아시아 동맹의 결속을 강화하고자 역내 동맹국 순방을 진행했다. 방문 대상국으로는 명시적 동맹이 체결돼있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등에 더해 대만까지 포함됐다. 지난달 3일 대만에 도착한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만 방문에서 대만 민주주의 지원 의사를 밝히고 대만에 대한 어떠한 형식의 무력 개입에도 반대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대만에 무력 개입이 이뤄지면 대만 관계법에 따라 미군 개입이 가능한 점도 덧붙였다. 이외에도 펠로시 하원의장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제조 업체인 TSMC와의 대담에서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를 다룬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에 대해 논의하며 대만 반도체 업체들의 대미 협력을 약속받았다. 중국은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두고 미·중이 합의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뜨리는 행위라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이어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막기 위한 무력 사용을 암시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펠로시 하원의장이 안전하게 대만을 방문할 수 있도록 미국 항모전단을 대만 인근에 배치하고 중국의 추적을 막기 위한 전자전을 실행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후에도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격화되는 양상이다.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출국한 지난달 4일부터 10일까지 중국은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실행하며 미국과 대만을 향한 무력 시위를 이어 나갔다. 미국 역시 지난 2일 대만에 레이더 조기경보 시스템과 대함 미사일이 포함된 11억 달러 규모의 무기 수출을 허가하는 데 합의해 중국의 행보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중 패권 전쟁이 심화하는 만큼 추후 대만을 둘러싼 이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통화 녹음 금지법

 

지난달 18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일명 ‘통화녹음 금지법’이라 불리는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통화 당사자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는 합법이다. 다시 말해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 자의 통화내용 녹음만이 불법이다. 그러나 해당 법이 적용되면 대화 참여자 전원의 동의 없이는 대화 녹음을 할 수 없고 이를 어길 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의 자격 정지에 처한다. 이 법안은 음성권 보장하고 사생활 보호를 통한 자유 확대를 목적으로 한다.

윤 의원은 “헌법에 보장되고 있는 ▲사생활의 자유 ▲통신 비밀의 자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등의 일부인 음성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통화 녹음이 협박 수단 등으로 악용될 수 있으므로 통화 녹음 허용 범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미국의 10여 개의 주와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는 대화 참여자 전원의 동의를 통해서만 통화 녹음을 허용한다. 한편 지난달 26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 이상인 64.1% 통화녹음 금지법에 반대했다. 통화녹음이 내부 고발 등 공익 목적으로 쓰이거나 폭언 및 갑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를 쓰일 수 있다는 점이 그 이유이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녹음이 담고 있는 미묘한 분위기나 정황도 증거가 되기 때문에 이를 금지한다면 피해자만 억울한 상황이 많이 생길 것 같다”고 전했다. 같은 조사에서 사생활 침해, 정보 악용의 이유로 통비법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23.6%였다. 한편 애플의 아이폰과 달리 통화녹음 기능을 지원했던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타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병사 월급 인상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에서 총 639조 원 규모의 2023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국방예산안은 전년도보다 4.6%(2조 5천억 원) 늘어난 57조 1,268억 원으로 편성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병사 월급 인상을 위한 예산도 포함됐다. 윤 정부는 취임 즉시 병사 월급을 200만 원까지 올리겠다는 기존의 공약을 철회하고 단계적인 인상을 통해 2025년에 병장 월급 150만 원과 사회진출 지원금 50만 원을 더한 205만 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2023년 병장 월급은 올해 67만 6,100원에서 32만 3,900원이 올라 100만 원이 될 예정이다. 병사 월급의 급격한 인상이 군대 내 월급 역전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2022년 군인 봉급표에 따르면 하사 1호봉은 170만 5,400원, 소위 1호봉은 175만 5,500원이기 때문이다. 단기 복무 장교의 지원율을 낮추고 사기를 저하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단기 복무장려금도 50% 인상해 부사관은 기존 500만 원에서 750만 원, 장교는 600만 원에서 900만 원으로 올린다. 또한 병사 월급 인상을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윤형호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국방비로 써야 할 예산은 정해져 있”어 “결국은 다른 영역의 돈을 빼서 써야” 한다며 구체적 예산 확보 방안이 없음을 지적했다. 이번 병사 급여 인상은 국가를 위해 복무하는 군인의 처우 개선이 목적인 만큼 제기되는 우려를 해소하고 병사의 처우를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관심이 요구된다.

 

역대 최고 배상액, 론스타 분쟁 판결

 

지난달 31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중재판정부(이하 ICSID)는 10년 만에 한국 정부가 2억 1,650만 달러(한화 약 2,900억 원)를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론스타가 요구액인 46억 7,950만 달러(한화 약 6조 원)의 4.6%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대로라면 한국 정부의 역대 최대 규모의 배상액이 될 예정이다. 2003년 외환은행은 금융감독원에 보낸 보고서상으로 재정 상태가 좋지 못한 ‘부실 은행’으로 분류됐다. 당시 외환은행의 자산규모는 62조여 원이었지만 론스타는 불과 1조 4천억여 원에 외환은행을 사들였다. 이에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이 제기돼 우리 검찰이 이를 수사했다.

2007년 홍콩상하이은행(이하 HSBC)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금융감독위원회에 지분 인수 승인 신청했지만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한 판결이 나오기 전이었기에 매각 승인이 미뤄졌다. 그사이 벌어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결국 HSBC는 외환은행 인수계약 파기를 결정했고 이후 2012년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약 3조 9천억 원으로 매각했다. 이에 론스타는 매각 승인 고의 지연 및 매각대금 인하로 인한 매각 실패를 주장하며 2012년 대한민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ICSID의 판결을 두고 정부가 배상요구액의 일부만 지급하게 됐으니 선방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우리 정부는 배상 판단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배상 액수 자체가 2,800억 원에 이르는 국민 혈세”라며 내부적 판단으로 취소 신청을 예고했다. 또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법무부 관계자는 론스타 측의 주장이 많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론스타의 취소 신청 제기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정서영·신재용·김은서·김채현·유성규·조유솔 기자 kiger2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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