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와 함께 불타버린 카카오톡의 가면

7일간의 카카오 블랙아웃

 

지난달 15일 오후 3시 30분경 판교에 위치한 SK C&C 데이터센터(이하 SK C&C) 지하 전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SK C&C는 ▲카카오 ▲네이버▲SK그룹 등 다양한 IT기업의 서버를 관리하는 아웃소싱 기업이자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다. 당시 SK C&C는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서버 전원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아웃소싱을 맡긴 기업들의 서비스가 마비됐으며 그중 카카오는 모든 서비스가 중지돼 이용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화재는 2시간 만에 진압됐으며 인명피해는 없었다. 카카오 서버 복구 작업은 화재가 완전히 진압된 16일 자정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됐으나 사고 나흘째인 18일에 이르러서야 서비스 대부분을 회복했다. 이후 사고 엿새 후인 22일에 공식적으로 모든 서비스 복구를 완료했다. 네이버를 포함해 같은 피해를 본 기업들의 서비스가 대부분 당일 복구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 기업의 마비가 끼치는 지대한 영향을 실감했던 이번 사건을 계기로 IT 기업의 공공성 및 기업 독점에 대한 우려가 재점화되고 있다.

(사진출처: ZDnet)

 

화재가 남긴 신뢰의 잿더미

 

이번 사건으로 인해 ▲카카오톡 ▲카카오맵 ▲카카오페이 ▲카카오T ▲카카오 증권 등 다양한 서비스가 마비됐다. 카카오 서비스 이용자의 피해가 아직 추산되지 않은 가운데 특히 카카오T를 이용하는 택시 기사와 카카오톡 채널 기능으로 주문을 받던 소상공인의 피해가 상당하다는 예측이 나온다. 카카오 계열사 또한 해당 사고의 영향으로 주가가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14일 종가와 지난달 17일 종가를 비교했을 때 각각 ▲5.93% ▲3.0% ▲5.14%씩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톡의 마비에 따라 대체 서비스가 부상하는 모습도 돋보였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화재 다음 날 카카오톡 이용자가 4,112만 명에서 3,905만 명으로 207만 명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라인 ▲텔레그램 ▲페이스북 메신저의 사용자는 120만 명가량 늘어났다. 카카오톡 서비스 복구가 지연됨에 따라 ▲네이버 ▲토스 ▲텔레그램 등 여타 인터넷 기업들이 카카오톡이 운영하던 애플리케이션에 대해 반사이익을 얻었다.

SK C&C의 화재를 두고 카카오의 데이터 관리에 대한 기존 조치가 안일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상시 빠른 서비스 복구를 위한 기본적인 이중화 조치만 취했을 뿐 천재지변에 대비해 서버를 분산하는 조치는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톡의 서버 수는 4개지만 그중 30%에 해당하는 3만 2천여 개의 서버가 화재가 발생한 SK C&C에 몰려 있어 사고 수습이 지연됐다. 여기에 더해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센터가 없어 서버를 복구할 용량을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 카카오톡이 다수 기업을 인수·합병하고 상장시키며 확장 행보를 보였던 것과 비교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외형 확장에만 집중하며 설비 및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각 기업의 공개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카카오의 설비투자 총액은 7,285억 원으로 같은 기간 1조 8,609억 원에 달하는 네이버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카카오는 지난달 19일 사건규명 의무와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실질적으로 이용자들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지난 6일까지 ‘서비스 먹통 사태 피해 접수’를 받았으며 유료 서비스 이용자뿐만 아니라 무료 서비스 이용자들에게도 피해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겠다고 밝혀 사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불길에 덩달아 떠오른 빅테크 독점

 

이번 화재 사건으로 다양한 분야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이유로 카카오가 ▲메신저 ▲증권 ▲택시를 비롯한 여러 산업을 독과점하고 있는 구조가 지목된다. 여기에 더해 카카오는 ▲행정안전부 ▲경찰청 ▲질병관리청 등 공공기관과도 연계됐다. 백신 접종 정보와 재난지원금 등을 안내하는 국민 비서 ‘구삐’도 카카오를 활용한다. 사실상 ‘카카오 공화국’이 구축돼있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이번 사고로 특정 기업의 산업 독과점과 도덕적 해이에 따른 안전불감증이 사회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확인한 만큼 같은 피해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중요해지는 안전 관리를 기업의 자율에만 맡길 수 없으며 공적 관리 역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필모 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으로 인한 불완전한 경쟁이 이뤄지다 보니 서비스 관리가 안 된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며 지적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국회의원도 “카카오가 회사를 키우는 데만 급급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안전 수칙, 데이터센터 이중화 등에 대한 부분을 게을리했다”며 대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달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국가재난 사태가 일어날 경우 민간 데이터센터 역시 국가재난관리시설에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카카오의 독과점을 어떤 식으로 해결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김성한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참여연대 간담회에서 정치권이 플랫폼 독점 방지를 위해 카카오택시의 유료 호출 시장 독점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같은 간담회에서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가 서비스를 끊김 없이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구성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단순하게 독점사업자에 대한 규제로 논의가 변질하여 버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는 빅테크 주의보

 

미국은 ▲아마존 ▲애플 ▲메타 등 세계 최고 빅테크 기업을 소유한 만큼 플랫폼 규제를 오랜 기간 논의해왔다. 한때 IT 기술 혁신을 주도하며 자국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줬던 빅테크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시장 독점 행위를 강행한 탓이다. 작년 6월 미국 의회는 소비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플랫폼 기업 규제 패키지 법안 5종을 발의했다.

구글은 스마트폰 업계에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자사 검색엔진을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시켜 미 법무부에 기소된 바 있으며 페이스북은 독점을 목적으로 다년간 인스타그램 등 경쟁업계를 인수했다는 혐의로 미 연방거래위원회에 기소됐다. 빅테크 기업의 독점 행위가 IT업계 내 경쟁을 저해하고 혁신을 줄이는 동시에 언론 기능을 마비시켜 결과적으로 이용자에게 잠재적인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 독점 양상은 카카오의 독점 양상과 유사한 편이다. 카카오가 대국민 커뮤니케이션 앱인 카카오톡을 통해 획득한 막대한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금융이나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격적으로 확장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빅테크 기업의 움직임과 규제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제는 대처가 아니라 예방할 때

 

이번 SK C&C 화재 사건은 단순히 IT산업의 안전불감증만을 나타내지 않는다. 자연재해나 전쟁과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민의 주요 통신수단이 취약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드러났다. IT산업의 안전 취약점은 빠른 육성을 위한 국가 지원에 힘입은 IT산업의 독점 구조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IT산업의 자정작용뿐만 아니라 제도적 개선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제는 사고가 벌어진 후에 수습하는 식의 처사가 아니라 예상되는 사고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재용·김은서·박예나·유성규 기자

202115004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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