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중단 옵티머스, 정관계로 불똥?

5천 억대 규모의 사기로 큰 충격을 안겨 준 옵티머스 사태가 정치권의 갈등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소홀한 업무가 도마 위에 올랐고, 정관계 인사들에 대해서도 차례로 연루 및 로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옵티머스 사건을 두고 대립했다. 야당은 권력형 게이트로 발전할 소지가 있다며 특별검사제도(이하 특검) 도입을 주장한 반면 여당은 야당의 특검 요구가 공수처 출범을 방해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라고 반박하며 여야의 반목이 심화하고 있다.

 

안전자산 산다더니 5천억 꿀꺽?

 

옵티머스 사태의 바탕이 된 옵티머스 펀드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옵티머스 자산운용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대한 투자를 표방해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한 사모펀드다. 옵티머스 자산운용은 2017년 6월 공공기관 발주 사업을 수행한 건설사의 매출채권에 투자해 이익을 얻는 옵티머스 펀드상품을 발표했다. 해당 펀드는 공공기관의 매출채권이 주는 안정성과 연 3%의 수익을 보장했기에 기업 투자자들이 아닌 소위 ‘개미 투자자’들 다수가 상품을 구매했다. 판매 초기에는 작은 규모 탓에 펀드에 필요한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했으나 공공기관인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으로부터 초기투자를 받아 투자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그 결과 옵티머스 펀드는 판매사인 NH투자증권을 통해 올해 7월 기준으로 총 5천 151억 원이 판매됐고 법인과 개인 투자를 포함해 1천 166명의 투자자가 존재했다.

해당 펀드와 관련해 처음 문제가 불거진 것은 올해 7월 만기가 도래한 펀드에 옵티머스가 환매를 연기하면서부터다. 공공기관이 돈을 갚지 못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금융감독원이 운용실태 검사를 한 결과, 옵티머스 펀드는 투자금 대부분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니라 옵티머스 운용사가 관리하는 사모사채로 들어가는 펀드라는 게 밝혀졌다. 사모사채란 운용사가 채권 발행자를 공개모집 하지 않고 기관투자가들과의 개별 접촉을 통해 발행증권을 매각하는 형태의 사채를 뜻한다. 즉 기업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발행조건·발행 시기를 공개하지 않는 채권에 투자했던 것이다.

또한 옵티머스는 50인 미만이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운용했지만 규제를 피하고 많은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펀드 쪼개기’를 한 정황이 있다. 매출채권에 대한 투자라고 속인 ‘옵티머스크리에이터’ 1호 펀드는 작년 6월 315억 원 규모로 설정됐지만 이후 같은 이름을 단 펀드가 28호까지 재등장했다. 이렇게 유치된 자금은 부동산 개발 등 위험자산에 투자되고 이미 발행된 사모사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옵티머스 사내이사인 윤 모 변호사의 아내 이 모 변호사가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한 점을 들어 현 정권이 공공기관 자금 투입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청탁을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전직 국세청 고위공무원이 옵티머스 자산운용이 인수한 회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돼 금융당국에 로비를 진행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등 정관계 유력 인사들이 옵티머스 고문에 위촉된 사실이 있어 정관계 전반의 로비 의혹과 게이트 가능성 또한 불거지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정말 옵티머스 봐줬나

 

정치권 연루와 관련해서는 금융당국과 옵티머스 간 유착 의혹이 먼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달 12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원회가 부당하게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편의를 봐줬다고 주장하며 관련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는 한 금융위 직원이 김재현 대표의 경영 관련 사후승인을 도우려 한 내용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옵티머스사는 최대 주주를 변경하기 위한 승인 절차를 밟고 있었다. 강 의원은 옵티머스사와 관련이 있는 양호 전 나라은행장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이 금융위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심을 던졌다. 반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녹취록 속 직원이 외부에서 파견 나온 신분일 뿐이라며 특혜 의혹을 반박했다.

금감원도 부실수사 의혹을 피할 수 없었다. 지난달 23일에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옵티머스 사태에 금감원 직원들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성 의원은 금감원이 일찍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옵티머스에 영업정지를 내렸어야 피해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석현 금감원장은 “퇴직 직원이 연루됐거나 직접 관련이 없는 직원들 등 간접적인 증거만 있을 뿐”이라며 해명하면서도 “국민에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국민 앞에 더 책임을 물으신다면 피할 방법은 없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 인사들과 옵티머스 측이 인맥으로 연결돼 있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녹취록이 추가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는 상태다.

 

여권 연루설에 정쟁된 펀드사기

 

옵티머스 의혹에 대한 여야의 대립은 지난달 19일 국정감사에서 첨예하게 드러났다. 야당은 이번 사태가 여당의 권력형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와 여당 인사가 포함된 옵티머스 펀드 투자자 명단의 일부를 공개하며 “외부의 도움 없이 이런 대규모 펀드 사기를 벌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부 언론의 보도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의 연루설을 제기한 바 있다. 이를 등에 업은 야당은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청와대 및 여권 인사가 연루됐다는 정보를 확보하고도 제대로 수사를 시작하지 않는 등 수사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이유에서 나온 주장이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는 각각 성명문을 통해 “사태를 가장 객관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특검 실시를 제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당은 국민의힘의 특검 주장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야당의 특검 요구가 공수처 설치 방해용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 여당은 오히려 옵티머스 사태가 아닌 라임 사태를 겨냥해 검찰의 관련 수사가 부실했다며 비판했다. 이는 지난달 18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현직 검사 3명과 변호사에게 천만 원이 넘는 술접대를 했다는 옥중 폭로를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설전을 벌인 윤석열 검찰총장을 타겟으로 한 비판으로 보인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8일 의원총회에서 “이제라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공수처 설치와 가동을 서둘러야 한다”며 야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끝내 추천하지 않을 경우 국회법 절차에 따라 대안 입법까지 진행할 것임을 강조했다.

 

실사 끝나도 해결은 멀리에

 

지난달 30일 금융당국은 사태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이달 내로 금감원에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실사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포렌식 기술을 통한 정보복원과 분석을 통해 자금의 최종 투자처는 총 68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사를 통해 예상 손실액이 확정되면 금융당국에 대해 분쟁조정을 비롯한 구제 절차를 신청할 수 있다. 실제로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들은 시위를 통해 연내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조정에 착수할 것을 요구 중이다. 그러나 옵티머스 자산운용에는 손해배상을 할 자산이 남아있지 않고, 아직 판매사인 NH투자증권에 대한 검찰 수사가 종결되지 않아 실사가 끝나더라도 특정 기업에 책임을 물어 배상을 받기 힘든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규정은 부도가 발생한 채권에 대해 원금의 80% 이상을 상각 처리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해당 조항이 옵티머스 사태에 적용될 경우 피해자들은 투자대금의 20%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다. 피해자 구제 절차를 밟으려면 사태에 대한 수사가 진척을 보여야 하지만 공수처 설치와 특검 도입 여부를 두고 여야가 치열하게 맞붙고 있어 사태의 정리는 요원해 보이는 실정이다. 대규모 사모펀드 사기에서부터 정관계 유착 의혹으로 번지고 있는 옵티머스 사태가 언제쯤, 어떤 방향으로 매듭지어질지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권민규·김원겸·심정후·최승원 기자

dmaria4749@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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