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자격 박탈로 끝난 제 52대 재선거

지난해 12월에 진행된 제52대 총학생회장단 선거는 표절 문제를 비롯해 양 후보자의 임원 활동, 사생활 등에 관한 폭로가 이어지며 무투표 여론이 확산돼 무산됐다. 4개월이 지나 치러진 제52대 총학생회장단 재선거에는 하지웅(경영 14) 정후보와 조용준(경영 17) 부후보가 꾸린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 ‘시선’이 단독으로 출마하며 학생들의 기대를 모았다. 비록 부실한 공약이 지적됐지만 투표 기간이 이틀 연장된 끝에 33.81%(7042명)의 투표율을 달성하며 선거가 무사히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제11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 회의를 통해 시선 선본이 경고 3회를 누적하며 후보 자격이 박탈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써 개표 결과는 ▲찬성 67.86%(4779명) ▲반대 17.41%(1226명) ▲기권 14.74%(1038명)으로 나타났으나 당선자 없이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를 이어가게 됐다. The HOANS에서 제52대 총학생회장단 재선거가 진행된 일련의 과정들을 짚어봤다.

 

어긋난 시선?

이번 선거처럼 하나의 단과대학에서 정후보와 부후보가 모두 출마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책의 포괄성에 대한 우려는 이공계 캠퍼스 공약이 전무하는 등 실제로 드러났고, 이밖에도 정책과 관련해 여러 비판이 제기됐다.

우선, 단순히 공약으로 내건 정책의 수를 비교하면 제51대, 제52대 총학생회장단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과 차이가 크다. 앞선 후보자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약 60개의 정책을 내세운 반면, 시선 선본의 정책은 30개 내외에 불과했다. 시선 선본은 공청회에서 공약을 남발하기보다 지킬 수 있는 공약만 정책자료집에 담았다고 밝혔으나 학생들에게는 충분한 소명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전반적으로 정책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일례로 ‘대동제 재학생존 도입’은 이전 선거의 후보자들도 제시한 공약이었지만 이번 정책자료집에는 어디에, 어떤 형태로 재학생 존을 설치할 것인지 설명이 부재했다.

학생들과 가장 밀접한 문제이면서 오랫동안 학생들이 권리를 주장해온 ▲주거 해결 ▲교육권과 관련된 공약도 미비했다. 대신 자궁경부암 예방주사, 법무법인 및 노무법인 파트너십 체결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데에 대해 ‘학생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존재했다.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A 씨는 “대부분 세부 내용이 없어서 부실해 보인다”며 구체적인 방법론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고 “특히 파트너십 체결 공약을 위한 비용과 체결 가능성이 의심된다”며 회의적인 의견을 더했다.

시선 선본은 또한 인권·연대 분야 공약을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입법 촉구 운동 전개 ▲배리어 프리 구역 확충 ▲시각화재경보기 설치로 갈음하고 있어 학내에 다양한 소수자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장애인권위원회(이하 장인위)와 사전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항을 정책자료집에 게재해 충돌을 빚기도 했다.

 

끝내 웃지 못한 시선

투표 종료일, 시선 선본이 선거시행세칙(이하 세칙)을 위반했다는 다수의 제보가 학내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는 한편 중선관위에도 접수되며 선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제11차 중선관위 회의를 통해 시선 선본의 세칙 위반 여부와 위반에 따른 징계 수위가 논의됐다. 주로 언급된 세칙은 ▲제41조 3항 ‘특정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은 해당 후보 및 해당 후보가 속한 선본의 본부원만 할 수 있다.’ ▲제42조 ‘선거운동 기간은 등록 마감 시각 다음 날 6시부터 투표 시작일 전날 자정까지로 한다.’ ▲제44조 1항 8호 ‘이 회의 정회원·준회원이 아닌 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등이었다. 심의 결과 중선관위는 ▲본 회의 정회원이 아닌 자가 선거운동을 진행한 3건 ▲선본원이 아닌 정회원인 자가 선거운동을 진행한 2건 ▲선본원이 선거운동 기간을 지나 투표 독려를 진행한 1건에 대해 주의 처분을 내렸다.

시선 선본이 받은 총 6회의 주의 처분은 세칙 제58조 3항에 따라 경고 3회로 전환됐고, 경고 3회를 받은 정후보와 부후보는 동항 4항에 의거 후보자 자격이 박탈됐다. 이에 따라 시선 선본은 이후 진행된 개표에서 67.86%의 득표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선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게 됐다.

 

어김없이 제기된 아쉬움

이번 선거에선 중선관위의 미숙한 업무처리가 지적받기도 했다. 먼저 세칙을 정확히 숙지하지 못해 규정된 업무처리 기한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예비후보 등록이 마감된 지난 3월 27일 20시 이후 2시간 이내에 이뤄져야 했을 예비후보자 공고와 선거운동자금 보전액 책정이 각각 1일, 2일씩 지연됐다. 중선관위의 사과문에 따르면 이는 세칙에 ‘예비후보자’로 명시된 부분을 ‘후보자’로 오독해 벌어진 일이었다.

또한 중선관위가 확정한 선거운동 기간이 이례적으로 투표 직전 주말을 포함하지 않으며 ‘사후 선거운동’ 문제가 발생했다. 중선관위는 이번 선거의 선거운동 기간을 4월 15일(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을 제외한 4월 6일(월)부터 17일(금)까지, 투표일은 20일(월)부터 22일(수)로 고지했다. 그러나 세칙 제42조에는 ‘선거운동 기간을 등록 마감 시각 다음 날 6시부터 투표 시작일 전날 자정까지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제31조 3항이 선거운동 기간을 9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긴 하나 토요일과 일요일은 일수로 산입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따라서 이를 종합했을 때 이번 선거의 선거운동 기간은 4월 19일(일) 자정까지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된다.

중선관위원들은 지난달 18일에 열린 제8차 중선관위 회의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알아차리고, 47대~52대 총학생회장단 선거에서 투표 시작일이 월요일인 경우 직전 주말을 선거운동 기간으로 포함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물론 선례도 중요하나 이번 선거에선 규칙확정회의를 통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18일과 19일을 제외했다며 넘어간 바 있다. 그러나 규칙확정회의 속기록을 참조해보면, 중선관위장은 ‘4월 6일부터 4월 17일 금요일 24시까지’라는 선거운동 기간을 바탕으로 각종 안건을 다뤘으며 이에 따라 중선관위원들은 선거운동 기간 내인 ▲11일(토) ▲12일(일) ▲15일(공휴일)에 대해서만 논의와 표결을 진행했다. 18일·19일에 대한 직접적인 논의는 찾아볼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중선관위 관계자는 “규칙확정회의를 통해 18, 19일을 선거운동에서 제외했다는 것은 정해진 선거운동 기간에 대해 선본 측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의도한 발언으로 사려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17일 자정으로 정해진 선거운동 기간은 본교 장인위, 여학생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학내인권단체협의회(이하 인협)의 반발을 불렀다. 인협 소속단체들은 2017년 이래로 총학생회장단 선거마다 진행하던 ‘선본 정책질의 및 답변 게시’를 위해 시선 선본 측에 질의서를 전송했다. 그러나 공식 선거운동 기간 마감일 이후인 18일에 회신을 받아 답변서를 단체 내부에서만 공유하게 됐다. 선거운동 마감일이 19일이었다면 답변서를 게시할 수 있었기에 인협 측의 아쉬움은 컸다.

모호한 세칙의 문제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시선 선본이 주의 처분을 받은 총 6건 중 정회원이 아닌 자가 선거운동을 진행한 3건에 대해서는 세칙 제44조 5항에 주의 1회 처분을 내리도록 명시돼있다. 그러나 나머지 3건 중 선본원이 아닌 정회원이 선거운동을 진행한 2건은 제41조 3항에 따라 시정명령 1회 처분이 내려지도록 규정돼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선관위는 제60조 19호를 들어 징계 수위를 ‘주의’로 의결한 것이다. 해당 조항에는 ‘그 외 선본의 행위가 공정한 선거 진행을 해치는 것이 분명할 때’라는 모호한 문장이 포함돼있다. 이에 징계 수위의 결정이 다소 중선관위원 개개인의 자의적 판단에 근거할 수밖에 없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경영대 19학번 단체 채팅방 관련 안건은 중선관위 표결에서 ▲시정명령 5명 ▲주의 6명 ▲경고 2명의 결과를 거쳐 주의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미 작년 제51대 총학생회장단 탄핵 추진을 논의하며 총학생회칙의 문제점이 드러났던 만큼 선거시행세칙을 비롯한 총학생회칙을 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어가는 비대위, 과연 11월에는?

중선관위는 개표 결과의 최종 공고로부터 48시간 동안 이의신청이 없었으므로 지난달 27일 선거 결과를 확정지었다. 이에 회칙 제155조 2항과 3항에 따라 올해 11월에 또다시 재선거가 시행되기 이전까지 비대위 체제를 이어가게 됐다. 제52대 총학생회장단 재선거 과정에선 선본의 미흡한 공약과 부정 선거운동, 그리고 중선관위의 미숙한 진행 등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올해 말에 치러질 재선거에는 2만 학우를 대표할 자질을 갖춘 후보자가 신임을 얻어 총학생회를 이끌게 될지 선거 과정 전반에 귀추가 주목된다.

 

 

조수현·김민지·박찬웅 기자
shcho71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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