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공공배달앱, 왜 소비자 외면받나

공공배달앱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3월 군산시에서 출시한 최초의 공공배달앱인 ‘배달의명수’는 물론 서울시가 지난 9월 내놓은 ‘제로페이 유니온’마저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며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버 불안정부터 수익 모델의 부재까지 공공배달앱의 문제점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반면 지자체들이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며 공공배달앱이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공공배달앱은 왜 탄생했나: 배달앱 독과점 논란

 

공공배달앱이 탄생하게 된 배후에는 배달앱 독과점 논란이 있다. 지난해 12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던 ‘우아한형제들’이 독일의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에 배달의민족 지분을 87%만큼 넘기기로 결정했다. DH는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 외에도 대형 배달앱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배달의민족마저 인수하게 되면 DH의 한국 배달앱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하게 된다. 이미 배달앱에 적잖은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던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들은 독점이 일어날 경우 수수료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러한 우려를 증명하듯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배달앱 시장의 규모가 커진 올해 4월, 배달의민족에서 수수료 체계를 정률제로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개편안에는 매출 규모와 상관없이 수수료로 일정 금액을 납부하는 정액제 방식에서 주문 1건당 매출의 5.8%만큼 수수료로 가져가게 되는 정률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매출이 적은 소규모 자영업자일수록 비용이 절감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감면 혜택을 보려면 월 매출이 155만 원 이하여야 한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소상공인의 반발이 거세졌다. 정계 및 지자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불매 움직임까지 일자 해당 개편은 철회됐고,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DH에게 배달의민족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요기요를 팔아야 한다고 전달하며 인수합병에도 제동이 걸렸지만 배달앱 독과점에 대한 문제의식은 그대로 남았다.

 

기대 속 출발한 공공배달앱, ‘반짝’ 성공

 

지자체들은 배달앱 수수료 ‘갑질’ 논란에 대해 공공배달앱 출시로 응답했다. 지난 3월 전라북도 군산시에서 출시한 ‘배달의명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의해 성공사례로 평가받으며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이후 서울시와 경기도 등 30여 개의 지자체가 앞다퉈 공공배달앱을 내놓기 시작하며 ▲인천 서구의 ‘배달서구’▲ 부산 남구의 ‘어디go’▲ 경기도의 ‘배달특급’ 등이 탄생했다. 기존 배달앱이 6~17%인 수수료를 영업주에게 부과하는 것에 반해 공공배달앱은 수수료를 0~2%로 크게 줄여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고, 지역화폐를 통해 결제할 경우 추가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많은 관심을 받으며 시장에 나온 배달의명수에 대한 초기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출시한 지 50여 일 만에 신청 업소가 870곳을 넘었고 군산시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회원가입을 하는 등 업체와 소비자 모두에게 주목받았다. 배달의민족 갑질 논란에 등을 돌린 소비자들이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추구하는 공공배달앱에 눈을 돌렸다는 것도 초기 성공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잠깐의 인기가 무색하게도 공공배달앱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배달의명수의 경우 출시된 지 6개월여가 지난 현재 앱 사용자 수가 2만 2천 명을 기록하며 지난 5월 9만 2천 명에서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양산시·창원시·진주시 등이 낮은 경쟁력에 대한 우려로 추진하던 공공배달앱을 보류하거나 중지하며 공공배달앱에 대한 기대는 크게 낮아졌다.

 

‘유니온’의 등장, 처참한 첫 성적표

 

각종 지자체의 공공배달앱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서울시 역시 지난 9월 ‘제로배달 유니온’(이하 유니온)이라는 이름의 공공배달앱을 내놓았다. 유니온은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여타 공공배달앱과 달리 민관 협력방식을 채택했다. 이 방식에서 사업자는 각자 배달앱을 제작해 별도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서울시는 민간사업자와 MOU를 체결해 제로페이 가맹점과 사업자를 연결하는 역할만을 수행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을 투입해 앱을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서울시와 MOU를 체결한 16개의 민간사업자 중 7개의 사업자가 9월 초 배달 플랫폼을 내놓으며 서비스를 시작했고, 남은 9개사도 앱 제작이 끝나는 대로 참여할 예정이다. 현재 운영되는 배달 플랫폼에는 ▲띵동 ▲먹깨비 ▲부르심 제로(ZERO) ▲서울애(愛)배달이 있고 전통시장 전용 배달앱으로는 ▲놀러와요 시장, 마트 배달엔 ▲로마켓 ▲맘마먹자가 있다.

하지만 야심 차게 출범한 유니온의 첫 달 성적표는 처참했다. 앱의 사용자 수와 사용 시간을 분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유니온 소속 7개 배달앱의 10월 월간 이용자 수의 총합은 15만 명으로, 이는 배달의민족의 0.9%에 불과했다. 놀러와요 시장의 경우 유니온에 소속된 첫 달에 지난달보다 월간 이용자 수가 약 8,000명 감소하기도 했다. 하나의 앱이 아니기에 성적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참여한 업체 중 큰 이득을 본 곳은 없었다. 서울시는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지난 10월 유니온 소속 앱에서 서울사랑상품권으로 결제 시 서울시예산으로 음식값의 절반을 지원하는 반값 할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지난달 11일에서 17일까지는 제로배달 행사 주간을 열어 유니온 앱에서 서울사랑상품권으로 주문할 경우 주문액의 20%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했지만, 행사 기간에만 설치율이 소폭 상승하는 등 효과는 미진했다. 이벤트를 진행하며 소비한 세금을 고려했을 때 서울시가 크게 손해를 봤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유니온의 실패 원인으로는 앱 이용의 불편함이 부각된다. 이용자들은 앱을 내려받기 위해 검색할 경우 7개의 앱이 나열돼 있어 모두 설치하고 일일이 사용하는 데에 거부감이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상품 설명이나 디자인 역시 기존 배달 앱에 비해 훨씬 뒤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유니온 자체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시됐다. 유니온이 하나의 앱이 아닌 여러 명의 사업자가 독자 운영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인지한 사용자가 많지 않다는 사실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제로페이 가맹점 자체의 수가 적어 입점한 업체가 여타 앱에 비해 적다는 단점이 부각됐다. 민간앱에 비해 불편한 사용자 환경과 같은 공공배달앱 전반의 단점을 이어받은 데다가 예산 투입이 없다는 이점도 살리지 못하며 유니온의 앞길은 더욱 어두워졌다.

 

공공배달앱, 목적을 다하려면

 

공공배달앱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는 ▲서버 불안정을 비롯한 기술적 문제 ▲불편한 사용자 환경 ▲소비자 유인책 부족 등이 제기된다. 이와 같은 문제점은 공공배달앱의 태생적 한계에서 기인한다. 민간 앱에 비해 기술적 역량이 크게 떨어지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에 적응하는 속도가 확연히 늦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아닌 소상공인의 복지를 위해 개발됐기에 소비자 유인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기존 배달앱이 공급자 간 경쟁을 통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이벤트를 유도함으로써 소비자들을 유입시킨 반면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공공배달앱은 이와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개 플랫폼이라는 배달앱 특성상 목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사용자의 감소는 곧 공급자의 외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는다. 수익 창출 모델이 없다는 점 역시 문제가 된다. 이용층 확대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모두 세금으로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익 창출 모델이 없다면 공공배달앱이 장기간 유지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혁신을 꾀하는 지자체도 존재한다. 12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는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 등은 ▲지역화폐와의 연동 ▲5% 캐시백 적립 ▲공동구매 및 택배배송 서비스 등으로 민간 배달앱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으나 민간 앱 사용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공공배달앱의 취지에는 이견을 제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선한 의도를 지속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지지를 얻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만큼 공공배달앱 혁신을 위한 지자체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장윤서·김원겸·김준범·김하현 기자
yunseo05@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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