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The HOANS 레포트: 1인 트렌드

근래의 각종 사회문화적 현상은 기존의 집단 중심 체제가 아닌 개인을 중심으로 그 변화가 일어난다. ‘1인 트렌드’는 한 분야에 편향돼 나타나기보다 ▲소비행태 ▲정치문화 ▲미디어 등 사회분야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트렌드이다. 오늘날 대두되는 1인 트렌드의 대표적인 사례에는 ▲혼족 문화 ▲1인 미디어 ▲개인 크리에이터 등이 있다.

혼족이 쏘아올린 1인 소비문화

최근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혼족’이 늘어나고 있다. ‘혼족’이란 혼자 활동하는 생활양식을 가졌거나 그런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더불어 ▲혼자서 영화를 보는 ‘혼영’ ▲혼자서 밥을 먹는 ‘혼밥’ ▲혼자서 술을 먹는 ‘혼술’ ▲혼자서 코인 노래방에 가는 ‘혼코노’ 등 다양한 줄임말도 등장했다. 대부분이 과거에는 사람들과 같이 가거나 활동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여겨졌던 문화생활이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1인가구의 숫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현대사회의 개인주의가 강해지면서, 오히려 혼자 하는 것을 마음편히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변화에 따라 혼족에 대한 인식도 개선되는 추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세 이상의 한국인 56.8%는 혼자 여가를 즐기는 걸 선호한다고 답했고, 한 설문조사(조선일보) 역시 응답자의 85%가 혼밥, 혼술에 대해 부정적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냈다. 혼족을 소재로 한 ‘나 혼자 산다’, ‘혼술남녀’ 등 여러 방송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면서 혼족은 새로운 형태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소비행태도 변화를 맞았다. 1인 소비문화는 혼족 문화와 결합하여 소비와 상품의 ▲다양성 ▲편리성 ▲저가성 ▲자기지향성 등을 추구한다. 시장은 월 가처분소득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4인 가구의 두 배 가까이 높고, 절대적 소비 규모도 큰 1인가구에 주목하면서 ‘1코노미’를 겨냥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제공을 늘리고 있다. ‘1코노미’란 1인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로 1인 가구의 소비 생활을 지칭하는 신조어이다. 1코노미의 예시로는 ▲테이블을 1인이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한 ‘혼밥식당’ ▲미니 드럼세탁기 등의 1인용 전자제품 ▲1인이 사용해도 금액 부담이 적은 코인노래방 등이 있다. 특히 요식·유통업계에서 1인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저용량 ▲개별포장 ▲고급화 등의 전략을 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케팅도 1인 소비자들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고 있다. 혼족들이 자신에 대한 일종의 보답 형식으로 자기지향성 소비를 한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기업들은 여러 취향에 맞거나 기능이 갖춰진 상품을 출시함과 동시에 다양한 광고로 이런 상품들을 어필하고 있다.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1인 분량임을 강조하거나, 혼족 생활에 도움을 주는 물건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1인 소비자가 지갑을 열도록 만드는 것이다. 기업들의 이런 맞춤형 전략들은 이른바 ‘1코노미 시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개인의 작은 날갯짓? 1인 미디어

소비행태 분야에서 1인 트렌드가 두드러진 만큼 ‘1인 미디어’라는 말과 함께 사이버 정치문화 분야에서도 개인의 영향력이 커졌다. 1인 미디어란 개인이 SNS, 인터넷댓글 등 각종 인터넷매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일상 등을 글, 사진과 같은 미디어 형태로 대중에게 내보이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런 1인 미디어의 성장은 SNS의 폭발적인 성장에서부터 비롯됐다. 과거에도 사람들이 인터넷 상에 글이나 영상 등 미디어를 게시하고 이에 댓글을 달며 교류하는 현상은 존재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유명 SNS가 성행하면서 개인이 생산한 1인 미디어를 더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유명인들의 SNS 활동은 그것 자체로도 기사화돼 다른 매체로 재생산되기도 한다. 1인 미디어의 일종인 인터넷 댓글 역시 인터넷 문화 발달과 더불어 양적, 질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실시간으로 인터넷 기사나 SNS에 댓글이 달리고 많은 대중이 이에 노출되면서 인터넷 댓글은 하나의 매체로서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낸다. 과거에는 언론이 주로 담당했던 담론 영향력을 1인 미디어의 발달로 개인 역시 사이버 공간에서 얼마든지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인 미디어의 성장과 개인의 영향력 증대는 정치·사회 분야의 담론 형성에 특히 큰 영향을 끼쳤다. 국내외 정치인들은 SNS 계정을 통해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평소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데에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의원, 홍준표 자유한국당 의원 등 국내 정치인들 역시 SNS를 통해 유권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SNS의 글을 공유하거나 댓글을 달면서 정치인과 직접 정치·사회적 교류를 이어갈 수 있으며 그것 자체로도 정치적 담론을 형성할 수 있다. 현 정부가 운영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역시 인터넷을 매개로 글 작성과 댓글의 형식을 빌려 담론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개인이 글을 게시 및 홍보하고, 이에 댓글로 동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1인 미디어 요소와 유사하지만, 그 주제가 행정에 관한 정치·사회 일반으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특수성을 띤다.

연예인급 인기의 1인 크리에이터

오늘날 영상미디어 분야가 성장함에 따라 다양한 장르에서의 개인 영상 크리에이터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이 크리에이터들은 ▲아프리카 티비(Afreeca TV) ▲유튜브(Youtube) ▲트위치(Twitch)을 비롯한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바탕으로 활동한다. 인터넷 개인방송은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 비용 없이도 누구나 쉽게 PC나 모바일 기기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생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 개인 미디어매체이다. 크리에이터들이 내놓는 영상의 컨텐츠는 매우 다양하다. 이제는 유명해진 장르인 ▲먹방(먹는방송)부터 ▲게임 ▲음악 ▲스포츠 ▲뷰티 ▲요리 ▲각종 리뷰 등 폭넓은 장르의 컨텐츠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초기 아프리카 티비에서 주로 활동하던 크리에이터들은 유튜브로 넘어오면서 플랫폼인 유튜브와 시너지 효과를 냈다. 시청자들이 보내는 ‘별풍선’이 주 수입원인 아프리카 티비에 비해 유튜브는 세계적인 플랫폼이라는 점과 많은 구독자 수에 따른 인지도와 광고수익 등의 장점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유명세를 탄 크리에이터들은 조회수와 구독자 수에 따른 인센티브에 더해 개인 광고수입까지 벌어들이며 1인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크리에이터들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쉽고 빠르게 본인의 영상을 널리 전파하고 동시에 큰 수입을 낼 수 있는 유튜브에 열광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개인 크리에이터의 구독자가 많은 만큼 그들의 컨텐츠는 다수의 대중에게 전파된다. 몇몇 크리에이터들이 사용하는 유행어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급식체’라는 하나의 언어문화로 발달했다. ‘먹방’은 각종 언론에 등장하며 고유명사처럼 사용되고, 인터넷 개인방송의 형식과 특징을 그대로 공중파에 옮겨온 예능방송 ‘마이 리틀 텔레비전’ 역시 큰 화제가 됐다. 또한 ▲축구 크리에이터 ‘감스트’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 ▲키즈 크리에이터 ‘헤이지니’ 등은 공중파 인기 예능방송에까지 출연하며 예능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2018년 초ㆍ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유투버는 초등학생 장래희망 5위에 올랐다. 개인 크리에이터 문화는 이제 장래희망 지형까지 바꾸고 있다. 개인 크리에이터와 유튜브의 성행은 인터넷 창구의 중심에 있는 젊은 층의 문화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주며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이풍환·김원섭·김효재·유효민 기자
98tigger@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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