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고연전, 명과 암을 돌아보다

지난달 28일부터 29일 이틀간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정기 고연전이 개최됐다. 본교와 연세대는 오랜만에 맞붙은 만큼 치열한 경기와 뜨거운 응원 열기를 보여줬으며 본교는 ▲빙구 ▲농구 ▲럭비 경기 승리로 3-2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이처럼 올해 고연전은 전반적으로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지만 그 과정엔 몇 가지 이면도 존재했다. The HOANS에서 2022 정기 고연전의 명과 암을 돌아봤다.

 

고연전, A부터 Z까지

 

고연전은 1926년 양교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와 연희전문학교 시절부터 본교와 연세대가 정기적으로 펼치는 5개 종목(▲야구 ▲빙구 ▲농구 ▲럭비 ▲축구)의 스포츠 경기를 말한다. 역대 고연전 실적에 따르면 2022년 이전까지 본교는 18승 10무 21패를 기록했으며 2022 고연전 승리로 19승을 기록하게 됐다. 축제 명칭에 대해서는 본교와 연세대 학생 간 입씨름이 거세기 때문에 주관 학교의 이름이 뒤로 가는 원칙으로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본교가 주관한 올해 고연전의 경우 ‘2022 정기 연고전’이 공식 명칭이지만 본교 학생들은 이를 지키지 않는 듯하다.

일반적으로 9월 말에 고연전을 개최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연세대 축제 아카라카 일정으로 인해 개최가 10월 말로 연기됐다. 주경기장 또한 잠실종합운동장이 아닌 고양종합운동장으로 결정돼 학생들의 논란을 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양교 체육위원회는 “잠실 경기장은 리모델링으로, 목동 경기장은 서울이랜드 FC가 들어와 사용이 어려워 고양종합운동장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지난 29일 본교와 연세대 총장이 2025년까지 고양종합운동장을 우선 대관하기로 합의한 바에 따라 앞으로 3년간은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고연전이 진행될 전망이다.

 

어차피 우승은 고려대

 

2022 정기 고연전은 지난달 28일 11시 30분 야구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경기 1회 말 본교는 김범진(체교 21)의 내야 안타와 김응주(체교 20)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획득하며 2:0 앞서나갔다. 하지만 5회 초 본교 투수 김유성(체교 21)이 볼넷과 내야 안타를 내주며 만루 위기에 처했고 고승완(연세대 20)과 김진형(연세대 21)의 역전타로 2-3 역전을 허용했다. 6회 초에는 투수의 제구 난조와 수비실책으로 연세대가 5점을 추가로 가져가며 격차가 벌어졌다. 9회까지 본교는 무득점으로 추격에 실패하면서 아쉽게 2-8 패배했다.

같은 날 14시 30분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빙구 경기에서는 본교가 연세대를 상대로 4-1 압승했다. 본교는 강민완(체교 19)의 선취점을 시작으로 1피리어드 만에 3-0으로 앞서나갔다. 2피리어드에 들어서 김효석(연세대 19)의 슈팅으로 1실점을 허용했지만 본교 선수들은 견고한 수비를 보이며 추가 실점을 막았다. 3피리어드에는 조현겸(체교 22)의 빠른 돌파에 이은 슈팅으로 추가 득점을 기록하며 4-1이라는 압도적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어 17시 30분경 고양 실내체육관에서 시작된 농구 경기는 72-64로 본교가 승리를 거뒀다. 양 팀은 2쿼터까지 팽팽한 접전을 보이며 각 쿼터를 15-15, 32-32 동점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3쿼터부터 본교가 경기 흐름을 주도하면서 49-45로 4점 차의 리드를 잡았다. 4쿼터에서도 아슬아슬한 경기 흐름이 이어졌지만 박정환(체교 22)과 문정현(체교 20)의 활약으로 본교는 72-64을 기록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정기전 2일 차 12시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럭비 경기에서는 본교 럭비부가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57-24 압도적인 승리를 가져갔다. 본교는 전반 3분 만에 연세대에 선취점을 내줬으나 전반 5분 트라이로 5점을 따내며 기세를 잡았다. 이후 치열한 경기가 펼쳐졌고 전반 종료 직전 본교는 6점을 추가득점하며 25-17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에는 본교 럭비부 주장 신기수(체교 19)의 빠른 돌파와 트라이·컨버전 킥으로 52-17까지 점수 차를 벌리는 데 성공했다. 연세대는 후반 31분 7점을 따냈으나 본교 또한 5점 추가득점에 성공하며 57-24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후 14시 30분에 진행된 축구 경기에서는 본교가 아쉽게 0-1 패했다. 전반전에는 본교와 연세대 모두 간간이 기회를 잡았지만 득점까지 이어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후반전 시작 5분 만에 조동열(연세대 19)의 발리슛으로 연세대가 득점하면서 0-1 앞서나갔다. 후반 남은 시간 황도윤(체교 22)의 프리킥과 김지호(체교 22)가 슈팅을 가져가면서 본교는 동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실패했고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이로써 야구와 축구에서는 아쉽게 패했지만 종합 스코어 3-2로 2022 정기 고연전 승리는 본교에게 돌아왔다.

 

축제에 묻힌 이면

 

이처럼 2022 정기전은 유쾌한 마무리를 지은 듯하지만 그 과정에는 몇몇 어두운 이면이 존재했다. 먼저 양교 스포츠맨십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첫날 야구 경기에서 본교는 학교폭력 논란이 있는 선수를 선발투수로 내세워 논란을 빚었다. 빙구의 경우 2피리어드 시작 전 연세대 선수단이 늦게 등장해 경기가 중단·지연됐으며 농구 또한 경기 시작 전 연세대 측이 본교 선수단 내 프로 선수가 포함된 것을 문제 삼아 32분간 경기가 지연됐다.

고연전 이후 기차놀이 당시에는 교통 통제 실패로 위험 상황이 초래됐다. 참살이길에는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지나다녔으며 옆살이길에는 불법 주차 차량으로 인해 병목현상이 발생해 많은 인파가 옴짝달싹 못했다. 기차놀이에 참여한 B(경제 21) 씨는 “박군포차에서 참살이로 넘어가는 길에 정체가 매우 심했다”며 “여기서부터 정체가 심해서 옆살이길까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2022 정기고연전 특별위원회는 “경찰서와 논의 하에 정해진 차량통제시간은 00시까지였고 자정이 지난 후에는 차량이 다녀 위험한 상태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고연전 주경기장이 고양에 마련됐기 때문에 교통 문제도 발생했다. 학교 측이 셔틀버스를 마련하긴 했지만 출퇴근 시간과 겹친 탓에 버스 도착이 지연돼 기차놀이 진행에 차질을 빚었다. 셔틀버스를 신청하지 못한 학생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던 터라 안암과 고양 종합운동장을 잇는 6호선 약수역은 심각한 정체를 겪었으며 에스컬레이터 운행 중단과 인파 통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고연전의 또 다른 이면은 참살이길 일대의 쓰레기 문제였다. 기차놀이가 끝난 뒤 학교 커뮤니티에는 참살이길 일대가 쓰레기로 뒤덮였다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 뒤풀이를 즐긴 사람들이 음식과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둔 탓이다. 당시 증언에 따르면 정리되지 않은 배달음식 쓰레기가 춘자 앞에 위치한 아이스크림 광장을 다 채울 정도였다고 한다.

 

 그날 아이스크림 광장에서는

 

한편 참살이길 일대 쓰레기 문제는 본교 학생들의 선행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아이스크림 광장이 쓰레기로 뒤덮인 사진을 학내 커뮤니티에 올린 학생은 본교 경제 22학번 김시훈으로 알려졌다. 이내 김 씨가 작성한 게시물에는 ‘같이 치울 생각 있냐’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김 씨는 본인 역시 근처에 있다가 비닐장갑 정도만 사 들고 광장으로 향했다고 밝혔으며, 많은 학우의 자발적인 참여 덕에 쓰레기로 가득했던 광장은 한 시간도 안 돼서 말끔히 정리됐다. 이에 깨끗해진 광장을 본 본교 학생들은 멋있고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씨는 같이 청소에 참여한 학우들에게 “선뜻 나와서 도와준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며 “같이 치우자고 말씀해주신 분들이 없었더라면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학교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행동을 한 것 같아 기쁘다”며 “단합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심경을 밝혔다.

 

보다 유쾌한 축제를 위해

 

이로써 3년 만에 열린 2022 정기 고연전은 무탈하게 마무리됐다. 이 배경에는 학교의 명예를 걸고 열심히 뛰어줬던 양 팀 선수들과 주최를 도운 학생 및 관계자의 노고가 있었다. 하지만 보다 안전하고 유쾌한 축제를 위한 몇 가지 보완점도 관측됐다. 무엇보다 학교 당국은 학생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며 학생 개인 또한 안전에 유의하며 성숙한 태도로 축제를 즐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앞으로의 정기전에서 본교가 보여줄 활약과 꾸준히 꽃피워갈 본교의 대학 문화에 귀추가 주목된다.

 

정윤희·이상훈·정상우 기자

ddulee3880@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