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 주목해야 할 점은

4.7 재·보궐선거(이하 재보선)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주요 도시인 서울과 부산이 선거에 포함되면서 이 결과가 차기 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선거를 앞두고 여·야 후보들이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재보선을 둘러싼 쟁점과 후보자들의 공약 및 특징을 The HOANS가 짚어봤다.

 

재·보궐선거가 벌써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작년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범죄 사건으로 두 시장직이 공석이 되며 정치계의 중대사가 됐다. 범여권과 야권 모두 여러 세력으로 나뉘어 있어 경선 과정부터 단일화를 둘러싸고 열기가 달아올랐다. 서울 부동산 문제, 부산 가덕도 신공항과 한일 해저터널 등 지역 현안까지 겹쳐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재보선에서는 공석이 된 국회의원·지자체장·지방의원을 선출한다. 이번에는 시장직이 걸린 서울과 부산이 대표 선거 지역이다. 두 거대 도시의 시장을 정하는 만큼 잠룡(潛龍)급 인사들이 대거 등장했다. 서울에서는 ▲박영선 전 장관 ▲안철수 대표 ▲오세훈 전 시장 등이 참여하여 관심이 집중됐다. 부산에서는 여권과 야권에서 각각 ▲김영춘 전 장관 ▲박형준 교수 등이 주자로 나섰다.

 

재·보궐선거 이슈 톺아보기

 

이번 선거의 대표적인 이슈 중 하나는 성 관련 이슈다. 선거 시행의 근본적인 이유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임 시장의 성범죄에 있는 만큼 본선 경쟁에서 비중 있게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당 소속 공직자의 잘못으로 재보선을 실시할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는다”는 당헌 96조에 따라 민주당 후보 무공천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비록 당헌 개정으로 선거에 참여하게 됐을지라도 성 관련 문제가 여당 주자들의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민주당 밖에서도 성 관련 이슈는 화두로 떠올랐다. 정의당은 김종철 전 당 대표의 성추행으로 서울·부산시장 선거 후보 무공천을 결정했다. 진보 정당임을 자부했음에도 성 추문에서 벗어나지 못한던 점을 반성하겠다는 의도다.

후보자 간 토론회에서도 다양한 이슈가 제기됐다. 지난달 18일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의 단일화 토론에서는 퀴어(Queer) 퍼레이드가 거론됐다. 안 대표는 성 소수자 문화축제인 퀴어 퍼레이드에 참여할 의향이 있냐는 금 전 의원의 질문에 “믿고 있는 것을 표현할 권리만큼이나 그것을 거부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답변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입장과 시민의 권리를 말한 것뿐이라는 의견이 맞섰다. 한편 국민의힘 토론회선 나경원·오세훈 후보가 정치 노선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오 후보는 ‘강경 보수’ 이미지의 나 후보가 중도층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나 후보는 “시장직을 사퇴한 오 후보야말로 강경 보수”라며 반박했다.

진영 간 단일화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열린민주당 김진애 후보는 지난 9일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여론조사 방식으로 단일 후보를 뽑아 후보 등록 첫날인 18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본적인 당 체급의 차이가 큰 만큼 박 후보가 압도적으로 우세하지만 여야 지지율이 접전 상태인 만큼 단일화를 통해 본선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다. 야권에서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가 분수령이다. 양측 모두 단일화의 필요성에는 동의한 상태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판을 짜기 위해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제3지대 후보로는 이길 수 없다”며 자당 후보의 결선 진출을 자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무소속 안 후보는 지난 1일 단일화 경선에서 금태섭 후보에 승리하여 ‘2차 단일화’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현안도 중요한 선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은 집값과 직결되는 부동산 정책이 주요 화두다. 거의 모든 후보가 도시 재개발 혹은 공공주택 보급을 통한 부동산 공급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여권 주자들은 정부 주도의 재개발을 선호하는 반면 야권 주자들은 관련 세금 감면과 용적률 상향 등 공급 증대를 위한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춰 세부적인 성향에서 차이를 보였다. 부산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이 이슈다. 신공항 건설안이 부산 시민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어 전반적으로 여·야 후보 모두 찬성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는 지난달 26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자 “신공항 건설을 위한 초당적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민주당 김영춘 후보도 해당 법안을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사업이 정치적 이유로 주요 국책사업을 결정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시장 후보자들의 공약·정책은?

 

민주당은 당내 경선 결과에 따라 지난 1일 서울시장 최종 후보를 확정했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21분 콤팩트 도시 ▲주 4.5일제 ▲반값 아파트 ▲소상공인, 무주택 청년 대상 무이자 대출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21분 거리 안에 모든 인프라 시설을 갖추는 21분 콤팩트 도시 정책을 통해 서울을 글로벌 경제수도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다. 또한 주 4.5일제를 서울시 산하 안전 관련 공공기관부터 시행하고 민간 도입을 유도해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도 꾀할 예정이다. 부동산 대책으로는 강북에 있는 낡은 공공임대주택을 개발하여 3.3㎡(평)당 1,000만 원의 ‘반값 아파트’로 분양하는 정책을 내세웠다. 소상공인과 무주택 청년을 위한 5,000만 원 무이자 대출 정책은 서울신용보증기금이 보증을 서고 이자는 서울시가 내는 방식으로 원금만 갚도록 구상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4일 국민 여론조사 투표를 통해 최종 출마 후보자를 선출했다. 최종 후보자로 선출된 오세훈 후보는 2006년부터 약 4년간 서울시장을 맡은 바 있다. 오 후보는 서울시장 탈환의 포부를 밝히며 ▲스피드 주택공급 ▲4차 산업형 인재양성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서울에 5년간 36만 호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며 구체적인 방법으로 ▲재개발·재건축 정상화 ▲상생주택(민간토지임차형 공공주택제도) ▲모아주택(소형재건축 사업제도) 등을 제시했다. 이에 더해 4차 산업형 청년취업사관학교 설립과 교육부문 지원을 통해 미래형 산업 인재를 양성할 계획을 세웠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서울시인권센터 설립 ▲74만 6,000가구 공급 ▲융합경제혁신센터 설립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권력형 성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립적 인권 전담기구인 서울시인권센터(가칭)을 설립하는 계획을 세웠다. 부동산 정책으로는 민간주도로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청년임대주택 10만 가구, 3040과 5060 세대를 위한 40만 가구 등 총 74만 6,000가구를 5년 이내에 건설할 예정이다. 또한 무주택 실소유자의 내 집 마련을 위해 규제지역의 대출 규제를 대폭 풀고, 세대별 쿼터제도를 도입하여 청약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가열된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이끌려는 모양새다. 이외에도 서울 내 산업거점으로 지정된 6곳에 4곳을 추가로 더 지정해 융합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 ▲소상공인 지원 정책 ▲일자리 정책 등 서울시의 주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거물급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로 당선될 서울시장의 임기가 1년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각 후보가 내세운 공약들이 단기간에 실현될 수 있는지 여부나 자금 마련 계획에 대해 끊임없이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각 공약에 철저한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민심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후보들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접전을 보이며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워졌다. PNR리서치가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지난달 18∼19일 서울시민 814명에게 ‘내일 안철수 대표와 박영선 후보가 맞붙을 경우 어느 후보를 지지할지’를 물은 결과, 안 대표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41.9%였다. 박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과는 2.0%포인트 격차였다. 안 후보와 오 후보의 야권 단일화에 대해서는 안 후보가 41.1% 지지율로 오 후보 보다 높은 지지를 받았다. 여·야 모두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각 후보들이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하현·최승원 기자
dop3568@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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